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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겨운 명승부, 경기에는 승자도 패자도 없었다. 다만 덴마크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한국은 은메달을 목에 걸었을 뿐, 그리고 덴마크의 금메달과 한국의 은메달은 전혀 달라보이지 않았다.
'맨땅의 신화' 한국 여자핸드볼 대표팀이 2004 아테네올림픽 결승전에서 덴마크와 2차 연장전에 이어 슛아웃(승부 던지기)까지 가는 접전끝에 패배하며 은메달을 따 냈다.
그러나 한국은 강호 덴마크와 다시없는 명승부를 연출하며 많은 이들의 감동을 자아냈다.
29일 오후 4시 40분(한국시간), 헬레니코 인도어 아레나에서 벌어진 2004아테네 올림픽 여자 핸드볼 결승전, 12년만의 금메달을 노리는 한국과 올림픽 3연패를 목전에 둔 덴마크가 맞붙었다.
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의 결승 상대였던 두 팀은 8년만에 올림픽 결승무대에서 다시 만났다. 그 당시 덴마크는 연장 접전끝에 승리를 거두며 한국의 올림픽 3연패를 저지했었다.
운명의 장난일까? 올림픽 3연패를 노리는 덴마크의 결승 상대는 자신들 때문에 3연패가 저지되었던 한국이었다. 피할 수 없는 한판 대결, 그리고 역사에 길이남을 명승부가 펼쳐졌다.
오성옥이 첫 득점을 올리며 불이 붙기 시작한 경기에서 먼저 앞서나간 쪽은 덴마크였다. 하지만 한국은 꾸준히 한 두골 차를 유지하며 추격의 끈을 놓지 않았고 18분 허순영의 포스트 플레이가 골로 연결되며 10:9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덴마크 역시 무너지지 않았고 끈질기게 한국을 따라 붙었다. 전반이 끝난 후 양 팀의 점수는 14:14동점, 이후 연장 종료까지 이어진 피말리는 동점 승부를 알리는 서막이었다.
후반전, 역시 양팀은 서로에게 3점차 이상의 리드를 허용하지 않으며 숨막히는 시소게임을 펼쳤다. 후반초반에는 한국의 근소한 우세였다. 한국은 허순영이 포스트에서 내리 세골을 뽑내고 골키퍼 오영란의 신들린 듯한 방어가 이어지는 등 후반 10여분까지 18:16으로 앞서나갔다.
| | | 한국팀 수비전술 변화 | | | | 양 팀 모두 6경기 씩을 치르며 전력이 대부분 노출되어 있던 상황, 한국은 예선전때 사용했던 수비전술1-2-3(한 명을 앞에 세우고 그 뒤에 두명을, 그 뒤에 세명을 세워 삼각형 모양을 이룸) 대신 6명이 최후방에 일자로 늘어서는 0-6전술(수비수들이 공격 선 바로앞 최 후방에 일렬로 늘어선다. 상대의 중앙공격을 막는데 효율적임)을 사용했다. | | | | | 하지만 이후 후반 25분까지는 덴마크의 공세였다. 0-6 수비전술에 뒤늦게 적응한 덴마크는 중거리 슛과 페널티 쓰로를 골로 연결시키며 22분 22-22동점을 만든 뒤 25분에는 25-22로 전세를 뒤집었다.
패색이 짙어가던 한국은 수비를 1-2-3로 바꾸어 상대의 실점을 막은 뒤 종료 1분을 남기고는 다시 승부를 25-25동점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마지막 공격 찬스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첫번째 전.후반 10분간의 연장승부, 한국은 지난 96년 연장전 패배의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설욕을 하지도 못했다.
연장 전반을 27-26으로 1점 앞서며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던 한국은 67분 29-27까지 이어갔던 리드를 지키지 못하며 29-29동점을 허용했다. 종료 2분을 남기고 퇴장을 당한 허순영의 공백이 아쉬웠다. 키에르스쿠가 종료 5초를 남기고 날린 슛을 오영란이 막아내지 못했으면 오히려 역전패를 당할 수 도 있었다.
두번째 연장 승부, 5분동안에 승부가 난다면 2차연장 후반전은 없었다.
이번엔 덴마크가 앞서나갔다. 다우가르드과 프렐룬드가 70분과 71분 내리 두골을 뽑아내며 승부를 결정짓는 듯 했다. 하지만 숨막히는 승부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김차연과 최임정이 내리 두 골을 뽑아내며 극적인 동점을 만든 한국은 종료 9초를 남기고 던진 문필희의 슛이 빗나가며 역전에 실패했다.
2차 연장 후반전, 이번엔 한국이 내리 두 골을 뽑아내며 앞서나갔지만 다시 덴마크의 추격으로 33-33, 종료 23초를 남기고 김차연이 포스트에서 득점을 올리며 승부의 추는 한국으로 급격히 기울어 졌다.
그러나 신은 80분 승부의 결말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날 유난히도 한국의 골네트를 많이 흔들었던 덴마크의 프렐룬드가 종료 8초를 남기고 또 다시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한국으로서는 파울로 상대방을 저지하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이제 승부는 잔혹한 슛아웃 대결로 결정짓게 되었다. 경기 동안 보여준 페널티 쓰로의 결과는 한국을 불안하게 만들었고 결국 임오경과 문필희의 슛을 막아낸 덴마크 골키퍼 모르텐센의 활약에 승부는 끝이났다.
믿기힘든 패배였지만, 한국이 결승까지 올라 온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한국 선수들은 후회없는 명승부에 눈물과 웃음을 함께했고 선수들끼리 어우러져 감동적인 은메달 세레머니를 펼쳤다.
연이은 팀 해체와 국민적 무관심 속에서도 여자 핸드볼 팀은 진정한 '신화'를 만들어내며 국민들에게 아테네 올림픽 최고의 감동을 선사했다. 진정으로 금메달이 부럽지 않은 값진 은메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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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30 02: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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