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낀 지난주는 선두권에서 포스트시즌 자리잡기에 여념이 없는 상위권 팀들과 이미 포스트시즌은 물 건너간 하위권 팀들간의 경기가 유독 많았다. 상위권 팀간의 경기는 지난 13일과 14일간 인천에서 벌어진 라이온즈와 와이번스간의 두 경기가 전부였다. 이런 스케줄이다 보니 상위권 팀들은 승수 쌓기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예상되었다.

하지만, 야구라는 스포츠는 경기를 해봐야 아는 법. 지난 한 주는 하위권 팀들의 활약이 돋보였던 한 주였고, 그만큼 상위권 팀들은 어려움을 겪은 한 주였다. 지난 7일 부터 14일까지 일주일간 포스트시즌 진출을 공략하는 상위 5개 팀이 거둔 성적은 13승 16패 승률 0.448. 6할 대의 시즌 승률을 자랑하는 팀들의 성적치고는 초라한 성적이었다.

반면, 이글스, 베어스, 자이언츠를 포함한 하위권 3팀의 한주간 성적은 10승 7패 승률 0.588. 4할대와 3할대의 시즌 승률로, 60% 이상의 경기에서 패배를 당했던 팀들치고는 정말 좋은 성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분위기를 틈타 최하위 자이언츠는 타이거즈를 상대로 18연패행진을 끊는 등 하위권 팀들에게는 기분 좋은 한 주였다.

포스트 시즌 일정표, 하위권에 물어봐

그럼 '고춧가루 부대'들의 활약을 자세히 살펴보자. 먼저 베어스의 경우 지난주간 7경기에서 4승3패의 성적을 거두었다. 비록 5할대가 약간 넘는 성적이기는 하지만, 1위와 3위를 각각 달리고 있는 유니콘스와 타이거즈를 상대로 거둔 성적이라 그 의미가 크다. 주중 타이거즈와의 4연전에서는 2승2패의 성적을 올렸고, 주말 유니콘스와의 3연전에서는 13일 더블헤더를 독식하며 2승1패의 성적을 올렸다. 1위로 정규시즌을 마치고 싶어하는 유니콘스와 70승으로 2위 라이온즈에게 승차 없이 3위에 머물러 있는 타이거즈의 갈길 바쁜 발목을 확실하게 잡아주며 상위 3개 팀의 막판 승부를 더욱 재미있게 만들어주었다.

또 하나의 '고춧가루 부대'인 이글스는 4승 2패의 아주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지난 9일 경기에서 라이온즈에게 승리를 거두며 기분 좋게 한 주를 시작했지만, 다시 2연패를 당하며 주춤하였다. 하지만, 트윈스와의 주말 3연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3연승의 깃발을 세웠다.

트윈스는 비록 5위에 랭크되어있긴 하지만, 와이번스가 연패의 늪에 빠진 틈을 타 상위권 도약을 노리던 팀. 만약 트윈스가 이글스와의 경기 중 2경기 정도만 가져갔다고 하더라도 59승으로 와이번스(61승)를 2경기 차로 추격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트윈스가 3연패에 빠져있는 동안 와이번스는 3연승을 거두었고, 트윈스와 와이번스간의 격차는 4경기로 벌어지며 트윈스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리그 최하위의 자이언츠는 2승2패를 기록하긴 했지만, 1무 17패의 절대적 열세에 허덕이던 타이거와의 시즌 경기에서 귀중한 1승을 차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부분에 대하여는 기사 뒷부분에서 자세히 이야기하겠다.

대조적인 성적 이유는?

반면, 앞서 이야기했듯, 상위권 팀들은 4할대의 승률밖에 못 올리는 약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먼저 유니콘스는 지난주간 단 2승(5패)밖에 못 올리며 2,3위 팀들에게 추격의 빌미를 제공하였다. 특히, 베어스와의 3연전 중 13일 더블헤더를 모두 패한 것이 컸다.

물론, 김동주, 홍성흔 등의 활약으로 안정감을 잡아가는 베어스 타선과 이경필 투수의 호투가 어느 정도의 이유이긴 하겠지만, 유니콘스의 팀 분위기가 큰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중심타선을 이끌어 가야할 심정수 선수는 비록 지난주간 2개의 홈런을 치기는 했지만, 최근 6경기에서 타율 0.136의 빈타에 허덕였고, 찬스 때마다 병살타를 치는 약한 모습을 보인 것이 전체적인 팀 분위기 약화로 작용하였고, 투수 진들의 체력 저하도 많은 부분 차지하였다.

라이온즈도 지난 13일 14일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내리 2연패를 당하면서 1위와의 격차를 좀더 좁힐 수 있는 기회를 놓쳤고, 타이거즈 또한 시즌 7, 8위와의 6연 전에서 3승(3패)밖에 챙기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면, 시즌 막판, 상위권 팀들은 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는 것일까?

가장 큰 문제는 상위권 팀들의 투수 진들이 체력소모와 각종 부상으로 많이 붕괴되어 있다는 것이다. 투수진들의 붕괴는 시즌 내내 순위경쟁을 펼치며 체력이 바닥난 이유가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라이온즈의 경우 현재 확실하게 내세울만한 선발투수가 없다. 최근 2군에서 올라온 임창용 선수는 언제 선발로 나올지 불투명한 상태이다. 지난 13일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동점이던 9회에 등판하였지만, 10회 말 수비에서 1점을 허용 패전투수가 되는 안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선발투수로 데리고 온 용병 라이언은 중간계투로 출전하면서도 1승 1패 1세이브 방어율 4.50의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라형진, 권혁, 강영식 등 선발 경험이 적거나 아예 없다시피 한 투수들로 선발로테이션을 관리하려고 하니 라이온즈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타이거즈와 와이번스의 선발진도 거의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타이거즈의 경우 최상덕이 부상으로 빠져있는 상태이고, 김진우와 존슨 정도로 선발로테이션을 돌리고 있고, 구원투수 진필중이 빠져있는 상황에서 이강철 선수만으로 이끌어 가려하니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다. 와이번스의 경우 선발진이 무너진 것은 물론이고, 조웅천, 정대현, 송은범 등 최강의 불펜을 자랑하던 모습은 체력이 바닥난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나마 시즌 초반 부상으로 빠졌던 이승호 선수가 6월 7일 이후 첫 승 따내며 와이번스 선발 진에 숨통을 터준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라고 볼 수 있다.

모든 면으로 보았을 때 시즌 내내 좋은 성적을 거두던 선수들이 피로누적과 각종 부상으로 빠지면서 전력에 많은 차질을 불러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투수진에서 문제가 일어나는 것은 그만큼 상위권 팀들의 투수들이 많이 혹사를 당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타순에 있어서는 중심 타자들의 부진과 집중력 부족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으로 보여진다. 앞서 이야기했듯 유니콘스의 심정수 선수는 최근 6경기에서 0.136의 빈타에 허덕이고 있고, 타이거즈의 중심타선을 이끌어 가야할 장성호 선수도 0.167로 최근 경기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타이거즈의 최근 6경기 팀타율은 0.244밖에 되지 않아 0.277의 시즌 타율보다 무려 3푼이 떨어진 저조한 타력을 보이고 있다.

라이온즈에서는 시즌 0.327의 고타율을 자랑하는 양준혁 선수가 최근 6경기 0.227의 저조한 성적을 올리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더욱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좀더 단순하게 보자면, 선수들의 승리에 대한 부담감이 많이 작용하는 것이 하나의 큰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한 경기를 이기고 지는 것에 따라 코리안 시리즈에 직행을 하느냐 플레이오프나 준 플레이오프를 거쳐야하느냐 걸려있는 상황에서 선수들은 당연히 승리에 대한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지난 14일 경기에서 유니콘스가 베어스에게 5점 차의 승리를 거두면서도 무려 10개의 잔루를 남겼다는 것에서 그들이 느끼는 부담감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다. 유니콘스는 이날 15개의 안타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정작 점수를 낸 것은 두 번의 홈런으로 3점을 낸 것 뿐이다. 나머지 안타로는 겨우 2점밖에 못 만든 것이다. 결국, 승리에 대한 압박감이 점수를 내야하는 곳에서 찬스를 날려버리고, 이겨야할 경기에서 못이기게 만드는 것이다.

이에 비해 하위권 팀들은 승리에 대한 부담감이 없는 장점이 있고, 여기에 시즌 초반 부상에 어려움을 겪던 선수들이 돌아오면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특히, 베어스와 이글스는 확실한 선발 진들이 있는 것이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즌 초반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베어스의 손혁 선수는 비록 어깨 근육통으로 시즌을 접기는 했지만, 후반기 4승을 거두는 좋은 피칭을 보여주었고, 지난 11일 승리를 거둔 이경필 선수는 시즌 8승째를 챙기는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중간계투에 있어서는 이재영 선수와 구자운 선수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구자운 선수는 방어율 4.27 4승(3구원승) 9패 16세이브를 거두고 있다. 시즌 중반이 되서야 마무리 투수로 보직을 변경한 선수의 성적치고는 아주 좋은 성적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이재영 선수도 6승 2패 3세이브 8홀드의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시즌 초반 부진한 성적을 거두었던 이혜천 선수도 11홀드를 기록하는 등 중간계투로 제 몫을 해주고 있다. 시즌 초반 어려움을 겪던 베어스의 불펜 진이 살아나다 보니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 듯 보인다.

이글스 또한 다승 부분 1위인 이상목 선수가 14승 6패 방어율 3.06의 좋은 활약을 펼치며 에이스로서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고, 정민철 선수도 비록 10패는 당했지만, 10승을 거두며 제2선발로서 제몫을 해주고 있다.

이렇게 하위권 팀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어 주다 보니 상위권 팀들에 있어서는 결코 만만한 팀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게 되었고, 이는 앞으로 시즌 막판 판도를 더욱 알 수 없는 쪽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하위권 팀들이 잘해주면 잘해줄수록 상위권 팀들은 더욱 더 괴롭겠지만, 보는 팬들의 입장에서는 흥미있는 시즌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주 필자는 하위권 팀들과 경기가 제일 많은 유니콘스가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제일 크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지금은 '고춧가루 부대'인 하위권 팀들에게 정규시즌 1위를 물어봐야 할 처지가 되었다.

자이언츠 18연패 끝내다

자이언츠가 타이거즈와 이어오던 지긋지긋한 악연을 끊을 수 있는 귀중한 승리를 챙겼다. 지난 1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자이언츠와 타이거즈 간의 시즌 19차전에서 자이언츠가 6:5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타이거즈와 맞대결에서 첫 승을 일구어냈다. 올 시즌 자이언츠는 타이거즈를 상대로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1무 17패의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작년 9월 22일 타이거즈와의 광주 전에서 8대2 승리를 거둔 후 27일 3:4 역전패를 당하며 악연이 시작되었다.

사실 자이언츠와 타이거즈는 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영, 호남을 대표하는 라이벌 팀이었다. 80년대 중반 자이언츠의 최동원 선수와 타이거즈의 선동열 선수의 맞대결은 '세기의 대결'이라는 칭송까지 받기도 했다. 90대 막판 모기업의 어려움 속에서 하위권에 처져있던 타이거즈는 기아그룹의 구단인수와 함께 지금은 강팀의 면모를 다시 찾았다. 그러나, 자이언츠는 그렇다할 스타플레이어도 보유하지 못한 채 한해 한해 어려운 시즌을 보내며 2년 연속 꼴찌의 서러움을 당해야할 처지에 놓여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이언츠는 라이벌 타이거즈에게 18연패를 당하며 자칫 타이거즈와의 2003 시즌 맞대결에서 전패를 당할 위기에 처해있었다. 그러나, 14일 경기에서 임경완 투수의 맹활약에 힘입어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임 선수는 5회 초 수비에 등판 3이닝을 2안타 무실점으로 막아내 올시즌 팀 내에서 유일하게 타이거즈 전 승리투수가 되었다. 사실 자이언츠는 1회 말 공격에서 5안타를 몰아쳐 4점을 득점하며 손쉽게 승리를 거둘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 그러나, 3회, 4회 1점을 득점한 타이거즈는 3대4로 바짝 추격하였다.

이날 경기의 분수령은 6회 말 자이언츠 공격. 2사 1,2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이계성 선수는 3루수 이현곤 선수의 글러브를 맞고 굴절되는 2루타를 쳐냈고, 이것이 2득점으로 이어졌다. 이후 타이거즈는 8회 초 공격에서 박재홍 선수가 우중간 2루타로 2점을 만들어내며 5대6으로 바짝 쫓아갔으나, 자이언츠의 이정훈 선수와 강상수 선수가 각각 1/3이닝과 1과2/3이닝을 잘 막아내 홀드와 세이브를 차지하며 승리를 지켜내어 승리를 18연패 끝 귀중한 1승을 만들어냈다.
2003-09-16 09:06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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