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인기하락과 야구계의 어려움. 사실 필자가 <오마이뉴스>에서 '이성환의 <야구이야기>'라는 연재기사를 쓰면서 칭찬하는 기사나 기분 좋은 기사보다는 논리적이고도 자칫 비관적으로 보일 수 있는 기사를 더 많이 집필한 것이 사실이다.

결국,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가감 없이 독자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필자의 기자관에 따라 기사를 작성하다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어두운 부분을 들추어내는 기사를 쓰면서 무조건 기분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사실 기자도 기분 좋은 기사를 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던 것이 먼저였고, 그 부분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했다.

지난 9, 10일 LG트윈스와 삼성라이온즈 간의 경기가 벌어진 대구경기장에서 나온 불미스러운 일. 빈볼시비와 그에 따른 집단 몸싸움, 그리고 이어진 그라운드 폭력 사건.

더욱이 충격적인 것은 '국민타자로 칭송받고 있는 라이온즈의 이승엽 선수가 이 사건 핵심에 있다는 것이다. 이번 일로 이번 사건의 가담자인 이승엽 선수와 트윈스의 서승화 선수는 2경기 출장정지와 3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됐고, 라이온즈의 김응용 감독과 트윈스의 이광환 감독에게도 500만원이 제재금이 부과되었다.

먼저 한 라이온즈 팬 카페에서 운영자가 회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보자.

깨끗한 카페를 만듭시다

"안녕하십니까? 카페 운영자입니다.

얼마전 아. 얼마전도. 아니, 어제와 그저께 일이군요. 삼성과 엘지의 주말경기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일어났었습니다. 이일 모두들 알고 계시겠죠? 이전부터 안 좋은 관계에 놓여져 있던 두 팀인데 아주 극도로 안 좋은 상황까지 가게 됐네요. 그동안 터지지 않던 고름들까지 아예 다 터트렸는데요. 두 팀 간에 이제는 다시 안 좋은 일로 신문지면에 나오는 일이 없어야겠지요. 두 팀 당사자들끼리 화해도 해야 할 테고 그들은 모두 같은 야구선수 아닙니까?

활동한 팀이 다르더라도 모두들 선후배이구요. 그런 선수들끼리 계속 안 좋게 남는다는 것은 우리나라 프로야구 전체를 위해서도 안 좋은 일이죠. 그래서 두 팀 간에 빨리 화해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화해를 해야 할 것은 선수들, 구단관계자들 뿐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요즘 특히 어제 밤부터 우리카페를 포함, 관련 홈페이지를 확인해보면 서로를 비방하는 글이 난무하는데요. 이런 모습 보기가 안 좋죠. 화해를 권해도 모자란 마당에 상대방 욕부터 하고, 무조건 상대팀의 잘못이고. 어느 하나만이 잘못한 일이 아니잖습니까?

이제부터는 우리 카페 내에서만이라도 다른 팀을 비방하거나 무조건 상대가 잘못했다는 그런 식의 글은 안보였으면 합니다. 정말 야구를 사랑하는 삼성의 팬만이 아닌 진정한 프로야구의 팬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줍시다."


위의 내용을 보면, 이번 사건의 파장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트윈스와 라이온즈 구단 홈페이지뿐만 아니라 한국야구위원회(이하 KBO) 홈페이지 그리고, 각종 팬클럽 게시판들까지 이번 사건으로 인한 글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글들의 내용이 이번 사건에 대한 건전한 토론이라면 괜찮겠지만, 거의 대부분의 내용은 양 팀과 선수들에 대한 비방글로 도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건전한 토론은커녕 상대방의 의견 수렴조차 되지 않고 있다. 지금 현재의 모습을 보면, 도를 지나친 것을 넘어서 관계 없는 사람들이 봐도 얼굴을 찌푸릴 정도의 수준이 되어버렸다.

지난 9일에 벌어진 경기장 사건은 비단 선수단들의 싸움 문제를 넘어서 팬들 간의 대립을 만들어내고, 팬들 마음에 상처를 주는 꼴이 되어버렸다. 그럼 이번 사건에 대하여 간단히 정리해보자.

▲ 빈볼시비에 의한 집단 몸싸움
ⓒ 이성환
9일 경기에서 경기 초반 김재현 선수에게 몸에 맞는 볼이 나오는 등 빈볼시비가 잇달았고, 7회에는 5점차에도 불구하고, 버스트 작전이 나와 경기장 분위기가 좋지 않은 쪽으로 이어져 갔다.

결국, 9회 초 트윈스의 공격에서 상대방 라형진 투수가 던진 몸쪽 공에 대해 장재중 타자가 항의하면서 양 팀 불펜이 대치상태에 들어가 분위기가 험악해지기 시작했고, 결국 집단몸싸움과 서승화 이승엽 선수간의 주먹다짐까지 이어졌다. 그 사이 사이에는 주자를 공으로 맞추고, 큰 점수차에서 고의사구를 지시하는 등 안 좋은 상황이 계속 이어졌었다.

이어진 10일 경기에서도 트윈스의 김재현 선수가 다시 몸에 맞는 공이 나오면서 다시 한번 험악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지난 코리안 시리즈부터 라이온즈와 트윈스의 사이가 안 좋았고, 이번 시즌 내내 그 분위기가 이어져 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몇 년 전부터 빈볼시비와 집단 몸싸움 등에 대하여 우려의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었는데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해결 노력조차 보이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기자도 이미 수차례 이 문제에 대하여 이야기하였고, 문제점과 해결방안에 대해서도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기자가 생각하는 빈볼시비와 폭력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은 '성적지상주의'이다. 성적지상주의라 함은 팀의 승리나 선수 본인들의 성적을 무엇보다도 우선시하는 통념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멋진 경기, 팬들이 즐거워하는 경기보다는 승리를 위해서는 물불을 안 가리고 달려드는 그런 생각 말이다.

물론, 선수들이 경기기 위해 노력을 하는 모습은 중요하다. 어차피 야구라는 스포츠가 어느 한 팀은 이기고, 다른 팀은 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프로스포츠에 있어서 승리를 갈구하는 승부 근성은 선수들이 당연히 가져야할 본성이어야 하고, 만약 그것이 없다면, 프로 선수로서의 자격을 상실할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프로야구가 존재하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프로야구는 팬들을 즐겁게 하고, 팬들 앞에서 멋진 플레이를 보여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프로야구의 주인은 팬들이다. 프로야구는 팬들이 없다면, 존재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관중 없는 프로야구, 팬 없는 프로야구는 존재의 의미를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팬들을 먼저 생각하는 플레이보다는 성적을 먼저 생각하는 플레이가 나오는 경우가 더 많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팀 운영을 하거나, 작전을 펼치거나, 경기에 임할 때도 팬들을 생각하기보다는 이기기 위한 경기를 펼칠 때가 더 많다.

보내기번트를 보자. 올해는 유난히 보내기번트가 많이 나오고 있다. 프로야구가 발전하면 할수록 보내기번트 숫자는 줄어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반대로 그 숫자가 더욱 더 늘어나고 있다. 올 시즌 올스타전 이전까지 상반기를 비교해볼 때 작년 시즌(291개)보다 무려 46%가 상승한 426개의 보내기번트가 나오고 있다.

물론, 상위권 팀들의 순위 다툼이 치열하다보니 경기 초반 보내기번트도 많이 나오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이런 결과는 팬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선 굵은 야구보다는 1점이라도 선취점을 먼저 뽑아 어떻게 하든지 승리를 거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앞서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코칭스태프나 선수들의 문제만이 아니다. 구단이 단순히 모기업의 홍보 수단으로 있다보니 팀운영에 있어서 팀의 언론노출이 더 중요하게 여겨질 때가 많은 것도 문제이다. 구단은 단순히 언론노출에 의한 모기업 홍보 수단이고, 더 많은 언론노출을 위해서는 승리가 우선시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구단 관계자나 선수들의 인터뷰를 들어보면, 팬들을 위해 멋진 경기를 선사하겠다는 이야기보다는 승리를 생각하고, 팀 우승을 생각하겠다는 이야기를 더 많이 들을 수 있다.

결국, 이런 승리에 대한 강박관념이 경기로 이어지고, 이기기 위해서는 반드시 밟고넘어야할 타팀 선수들과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만약 선수들끼리 동업자 정신을 가지고, 팬들을 우선시 생각하는 플레이를 펼친다면, 일부러 타팀 선수를 맞추거나 팬들은 안중에도 없는 재미없는 경기를 펼치는 일도 없을 것이다.

혹자는 빈볼시비나 집단몸싸움도 경기의 일부분이라고 이야기한다. 어떠한 면에서 보았을 때 그것도 어느 정도 사실이다. 팀당 100경기 넘는 경기를 펼치는 정규시즌을 치르다보면, 팀간의 기싸움은 당연하고, 분위기에 의해서 팀 성적이 크게 좌지우지되는 야구의 특성상 팀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혹은 세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빈볼시비나 집단 몸싸움이 나온다. 이는 야구의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일이다.

▲ 경기중 항의하고 있는 프로야구 선수들
ⓒ 이성환
그러나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는 이것이 조금 지나치다는 것이다. 배영수, 호세 사건도 그렇고, 이후에도 빈볼시비나 집단 몸싸움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가끔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팬들도 보고 재미있어 할 수 있겠지만, 이런 모습이 자주 나오다보면, 경기 시간만 길어지고, 팬들의 관심만 떨어뜨릴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빈볼시비나 집단몸싸움이 반드시 근절되어야 하는 일은 아니지만, 지금보다는 확실히 줄어들어야 하는 문제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기자는 빈볼시비나 집단 몸싸움을 줄이기 위한 6가지 해결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1. 심판진은 원칙대로 빈볼성의 투구가 보일 경우 퇴장 등 과감한 행동을 보여야 한다.

2. 이를 위해 KBO는 보다 강력한 원칙을 세우고, 심판에게 그 원칙을 펼칠만한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3. KBO 산하 상벌위원회(이하 상벌위)는 모든 결정을 내릴 때 눈앞의 상황에 급급하기보다는 형평성 있고, 공평한 결정을 내리고, 그들이 내리는 결정이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올지 항상 조심스럽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4. 선수와 코칭스태프들은 맨투맨식 보복성 행동을 과감히 없애고, 공생공존에 정신에 입각하여 모든 선수나 팀은 같은 가족이라고 생각하며 이기는 경기보다는 팬들이 즐거워할 수 있는 경기를 보여줘야 한다. 특히 감독과 코치는 빈볼성 투구를 던지지 말도록 선수들을 주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5. 구단은 성적지상주의를 벗어나 스포츠맨십에 입각한 팬들이 즐길 수 있는 경기를 보여주기 위해 힘써야 한다. 또한 선수들이 보다 멋진 정정당당한 경기를 펼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주어야 할 것이다.

6. 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이기면 환호하고, 지면 자신의 팀이나 상대팀에 야유를 보내기보다는 멋진 경기를 펼친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줄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자는 KBO에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 KBO는 지난 11일 보도 자료를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한 상벌위 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여기서 상대편 선수를 가격한 이승엽 선수와 서승화 선수는 각각 2경기 출장정지와 3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였고, 각팀 감독들에게도 500만원의 제재금을 각각 부과하였다. 이는 지금까지 폭행사건이나 항의 사건이 있을 때의 상벌위원회 회의결과와 비교해볼 때 낮은 수준의 처벌이라고 볼 수 있다.

보도자료 마지막을 보면, "한편, 박용오 총재는 추후에도 이러한 사건이 재발할 경우 엄중 가중 처벌할 방침임을 해당구단에 통보하였다"라는 내용이 나왔다. 분명 박 총재는 다시 한번 이러한 사건이 있을 때는 엄중한 처벌을 가하겠다는 약속을 야구팬들과 관계자들 앞에서 한 것이다.

박 총재에게 이번에는 그 약속을 꼭 지켜달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배영수, 호세 사건 때도 그랬고, 그 이후에도 그랬고, 이런 사건이 있은 후에는 "다음에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면, 엄중하게 처리하겠다"라는 약속을 하고도 지켜진 건은 기자의 기억으로는 거의 없다. 이번에는 꼭 그 약속을 지켜 앞으로는 빈볼시비 등이 자주 일어나지 않도록 만들어주길 KBO에 부탁하고 싶다.
2003-08-12 15:50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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