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가 오는 가운데도 많은 팬들이 올스타전을 찾아 주었다.
ⓒ 이성환
2003 프로야구 올스타 경기가 벌어지는 대전 한밭구장 앞에는 프로야구 선수협의회(이하 선수협) 임직원들이 나와 있었다. 이들은 경기장 앞에서 돔구장 건설을 위한 백만인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선수들은 경기 전 선수협에서 직접 제작한 티셔츠들을 입고 있었다. 티셔츠의 내용은 '비 오는 날 돔구장에서 만나요'. 야구팬들과 선수들은 돔구장을 절실하게 원한다는 것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돔구장 건설 운동이었다.

야구라는 스포츠는 특성상 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비가 어느 정도 내리면, 공과 운동장 사정상 경기를 진행할 수가 없다. 작년 시즌에도 많은 경기가 비로 인해 취소 순연되었고, 작년에도 추운 겨울날씨 속에서 코리안 시리즈를 치렀던 결정적인 이유가 되기도 했다. 올 시즌에도 무려 41경기가 비로 인해 취소되었다. 국내 프로야구의 인기와 발전을 위해서는 그만큼 돔구장이 절실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올스타 경기는 빗속에 펼쳐졌다. 노무현 대통령이 시구를 하는 경기 시작 전부터 조금씩 떨어지던 빗줄기는 경기는 경기가 시작되면서 조금씩 굵어지더니 2회 정도가 지나서는 제법 굵은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경기장은 웅성거렸고, 팬들은 미리 준비한 우산을 펼치고, 구입한 우비를 입으며 계속 경기를 관전하였다. 선수들도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다행히 4회 정도가 지나며 빗줄기가 약해져 계속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

▲ 이날 시구자로 나선 노무현 대통령(오른쪽)과 KBO 박용오 총재(왼쪽)
ⓒ 이성환
노무현 대통령,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 이하 많은 체육계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올스타 경기에서 돔구장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보여주게 된 경기였다는 것이 어찌 보면, 일부러 만들려고 해도 어려웠을 만큼 드라마틱한 올스타 경기였다고 보인다.

서군투수들 동군을 누르다

" 올스타전 MVP...팬들에게 감사"
국내 선수 첫 트리플 크라운 이종범 선수와의 인터뷰

▲ 올스타전 MVP에 이종범 선수
ⓒ이성환
- 2003 올스타전 MVP가 된 소감은?
"프로야구 선수가 되어서 올스타 MVP가 된 것은 처음이다. 기분 좋다. 팬 투표로 운이 좋아서 올스타전에 출전하게 됐고, 이런 영광까지 갖게 되어 팬들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요즘 며칠 동안 경기가 없어 감각을 잃어버리지 않았나 걱정했다. 가족들이 오늘 와 있는데 아내에게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어 준 것 같아 기분 좋다."

- 앞으로의 계획은?
"팀이 지금 5위에 있다. 좀더 분발하여 4위에 올라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이성환
2003 올스타전 MVP '미스터 올스타'는 이종범의 품으로 돌아갔다(이종범 선수에 대해서는 조금 있다가 이야기하겠다). 하지만, 필자가 줄 수만 있으면, 올스타전 MVP를 주고 싶은 선수는 바로 서군 투수들이다. 그만큼 서군 투수들의 이날 피칭은 정말 '올스타'들다운 뛰어난 피칭이었다.

사실 올스타전 특성상 투수가 '미스터 올스타' 대열에 오르기는 정말로 어렵다. 올스타전은 참가에 의미가 높기 때문에 모든 투수가 적어도 한 번씩은 투구를 하여야 하기에 투수들은 대부분 1이닝이나 2이닝 정도만을 던진다. 아주 가끔 3이닝을 던질 때도 있긴 하지만, 거의 그런 일은 없다.

이날 서군투수들은 만약 '미스터 올스타'가 아니라 '미스터 올스타들'이라는 상이었다면, 당연히 상을 받았어야할 만큼 빼어난 피칭을 보여주었다.

우선 선발로 나선 이승호 선수는 2이닝 동안 퍼펙트로 막아내며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다. 올 시즌 7승 7패 방어율 2.96으로 LG트윈스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는 이승호 선수는 부상으로 빠진 한화이글스의 송진우 선수를 대신하여 서군 선발로 나섰다.

스타 중에 스타들이라고 하는 올스타 타자들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이승호 선수는 이제 정말로 트윈스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자리매김하였다는 느낌마저 받게 하였다. 이승호 선수는 뛰어난 피칭을 앞세워 이날 우수투수상을 차지했다.

▲ 올스타 선수들이 단체로 입은 돔구장 건설 운동 티셔츠
ⓒ 이성환
이승호 선수 외에도 타이거즈의 리오스 선수가 2이닝 1안타 무실점, 유니콘스의 정민태 선수가 1이닝 1안타 1볼넷 무실점, 홈팀 앞에 나선 이글스의 이상목 선수는 1이닝 2안타 무실점, 송진우 선수 대신 출전한 조규수 선수도 9회 초에 나와 1이닝 무안타 무실점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편, 동군 투수들 중에서는 와이번스의 제춘모 선수와 베어스의 구자운 선수가 좋은 투구를 보여주었다.

▲ 올스타 전에 진출한 동군, 서군 선수들
ⓒ 이성환
반면 동군의 선발로 나선 라이온즈의 임창용 선수는 140km 중반 때를 넘나드는 직구는 찾아볼 수 없는 최고구속이 141밖에 안 나오는 안 좋은 모습을 1회부터 보여주기 시작했다. 1회를 간신히 넘긴 임 선수는 2회에 무려 사사구 2개와 2개의 안타를 난타 당하여 4점을 내주며 팀의 패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팀 동료 바워스를 대신하여 서군의 셋업맨으로 나섰던 김수경 선수도 8회에 등판 김동주 선수의 쓰리런 홈런을 포함, 4점을 내주는 안 좋은 피칭을 보여주었다.

한편, 이날 투수들의 제구력을 알아보는 '닥터 K 레이스'에서는 와이번스의 떠오르는 스타 채병룡 선수가 노장 정민태 선수를 상대로 12대11 승리, 우승상금 2백만원을 챙겼다.

이종범, 별을 쏘다

"이런 기분 계속 만끽하고 싶다"
국내 복귀 후 첫 올스타전의 정민태 선수

▲ 유니콘스 선발 정민태 선수
ⓒ이성환
- 일본에서 복귀 후 첫 올스타전인데 소감은?
"기분 좋다. 일본에서 고생하다 와서 이렇게 올스타전까지 치르는 것이 정말 좋다. 앞으로 몇 년이나 야구를 더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이런 기분을 더 만끽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닥터K레이스에서 아깝게 패했는데.
"운명이라고 생각한다(웃음). 갑자기 비가 와서 공이 미끄러웠다. 우승한 채병룡 선수를 칭찬해주고 싶다."

- 요즘 몸 상태는 어떠한가?
"전반기에 허벅지 근육통이 와서 고전했었다. 후반기에는 나아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다시 재 컨디션을 찾기에 노력할 것이다."

-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개인적으로 일단 15승을 거두는 것이다. 팀을 상위권으로 올려놓는 것이 목표였는데 모든 것이 잘 맞아떨어지며, 성적이 아주 좋아졌다. 지금 1위를 달리고 있는데 이것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지금 팀의 맏형 격이다. 팀 선배로써 부담감은 없는지.
"아무래도 후배들이 많다보니 그런 것이 없지 않아 있다. 후배들에게 격려를 많이 해주고, 좋은 쪽을 이끌어가려 노력한다.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야구에 임할 수 있도록 후배들을 독려하고 있다." / 이성환
2003년 올스타 MVP는 타이거즈의 이종범 선수에게 돌아갔다. 지금까지 1994년도 페넌트레이스 MVP, 1993, 1997년 코리안 시리즈 MVP를 차지했던 이종범 선수는 올스타전 MVP와는 거리가 멀었다.

사실 지금까지 국내 프로야구에서 트리플 크라운 즉, 정규시즌, 코리안 시리즈, 올스타전 MVP를 모두 차지해보았던 선수는 전 베어스 선수이자 현재 일본 요코하마에서 홈런타자로 맹활약하고 있는 타이론 우즈가 유일했다.

우즈는 1998년 42개의 홈런을 쳐내며 외국인 선수로서는 처음으로 정규시즌 MVP를 차지했고, 2001년 시즌에서는 올스타전 MVP와 코리안 시리즈 MVP를 휩쓸며 국내 프로야구에서 최초로 트리플 크라운을 차지하는 선수가 되었다.

이종범 선수는 이날 4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을 뽑아내 '바람의 아들'이라는 명성에 맞는 역할을 해주었다. 특히, 안타로 출루한 두 번의 기회에서 도루를 모두 뽑아내 스피드와 파워, 정교함을 모두 갖춘 이른바 호타준족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 특히, 두 번에 도루 이후 적시타가 나와 그의 발로써 점수를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종범 선수 이외에도 트윈스의 박용택 선수가 4타수 2안타 2타점의 좋은 타력을 자랑하며 선구회상을 차지했고, 동군의 이승엽 선수도 2루타 2개를 뽑아내며 우수타자상을 차지했다.

"경쟁적인 한국 야구가 좋다"
2 이닝 1안타 무실점 호투한 타이거즈의 리오스 인터뷰

▲ 타이거즈의 리오스 선수
ⓒ이성환
- 첫 올스타전에 진출했는데?
"행운이 따랐던 것 같다. 감독추천을 받아 이렇게 올스타전에 출전한 것에 대하여 팬들이나 동료들에게 정말 감사드린다. 친한 동료들과 이렇게 올스타전에 오게 되어 정말 행복하고, 팬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 미 메이저리그에서는 이번 올스타전부터 아메리칸리그와 내셔널리그 중 승리 팀에게 월드시리즈 홈 어드벤테이지를 주기로 했다고 한다. 승부의 긴장감을 위해 필요하다고 보는가?
"그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들었다. 내가 아는 미국 사람들 중에서도 메이저리그의 결정에 대해 안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다. 개인적으로도 별로 좋은 결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올스타전은 팬들과 선수들이 그냥 즐기는 장이라고 생각한다."

- 1년 반 동안 한국에서 생활을 했다. 국내 프로야구에 대한 느낌은?
"재미있다. 사람들은 정말 친절하고, 동료들도 정말 좋다. 경기 자체에서는 매우 경쟁적이다. 승부에 대하여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경기에 집중하는 그런 모습이 보기 좋고, 나도 그런 스타일의 야구를 좋아한다."

- 팀이 5위에 처져 있는데...
"후반기에는 많은 것이 바뀔 것이다. 팀이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이성환
야구의 꽃은 역시 홈런

사실 어떠한 구기종목 중에서도 공이 밖으로 나갔다고 해서 좋은 점수를 주는 스포츠는 야구가 거의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 거의 대부분의 구기종목은 제한된 공간 안에서 어떠한 특정 장소(예들 들어 축구의 골대, 배구의 상대편 바닥)에 공을 넣었을 때 좋은 점수로 인정된다.

그러나 야구는 파울선상 안에서 담장 밖으로 공을 내보냈을 경우 바로 점수로 인정되며 베이스에 있는 선수들까지 다 점수로 인정된다. 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홈런을 쳐냈을 경우 환호를 보낸다. 특히, 역전 끝내기 홈런이 나오기라도 하면, 야구장은 흥분의 도가니가 되기도 한다. 이런 의미에서 홈런은 야구의 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미 메이저리그에서는 그 의미가 커 올스타전 전야제로 홈런 레이스를 펼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올스타전 당일 열린다. 이날 올스타전에서는 경기 전 예선전을 치르고, 5회말이 끝난 후에 결승전을 치렀다.

경기 전 펼쳐졌던 홈런 레이스 예선전에서는 양준혁 선수가 5개, 김태균 선수가 4개, 브리또 선수가 4개, 김동주 선수가 9개, 진갑용 선수가 0개, 이승엽 선수가 3개, 마해영 선수가 3개, 심정수 선수가 2개를 쳐내 무려 9개를 쳐낸 김동주 선수와 5개를 쳐낸 양준혁 선수가 결승전에 진출했다.

결승전에서는 어느 정도의 긴장감과 비로 인해 예선전만큼 많은 홈런을 뽑아내지 못했지만, 5개를 쳐낸 베어스의 김동주 선수가 5개로 4개를 쳐낸 라이온즈의 양준혁 선수를 제치고 올스타전 홈런왕에 등극 2백만원의 상금을 차지했다.

올스타전 홈런왕 김동주 선수의 홈런 행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6회부터 마해영 선수를 대신하여 지명타자로 나선 김 선수는 8회초 1사 2,3루 찬스에 나와 전광판을 맞추는 대형 쓰리런 홈런을 쳐내며 왜 그가 진정한 홈런왕인지를 보여주었다.

▲ 홈런레이스 대회
ⓒ 이성환
홈런레이스 예선에서 홈런 4개를 쳐내 아쉽게 탈락했던 이글스의 김태균 선수도 8회말에 나와 우중간 솔로 홈런을 쳐내며 대전한밭구장에 모인 홈팬들을 열광시켰다.

팬들을 먼저 생각할 수 없나

▲ 매표소와 검색대가 함께 있어 아수라장이 된 출입구
ⓒ 이성환
마지막으로 이번 올스타전에서 팬들을 먼저 생각할 수 없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 KBO에서 공식적으로 알렸던 행사 시작은 오후 1시 30분. 하지만, 팬들이 경기장 입장을 시작한 것은 오후 1시. 대통령이 온다는 이유로 경찰들이 경기장 출입구를 막고, 국제공항 검색을 무색하게 하는 철저한 수색을 진행하고 있었다. 문제는 출입구 바로 옆에 있는 매표소에서 사전 예매분에 대한 입장권을 교환해주고 있었다.

결국, 경기장을 출입하려고 하는 팬들과 입장권을 교환하려는 팬들이 겹치면서 일대는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여기에 구단 직원들은 한 명도 나와 있지 않았고, 어디가 어디인지 모르는 팬들은 우왕좌왕하고, 경찰들에게 문의하면 "내가 구단 관계자도 아닌데 어떻게 아느냐"며 퉁명스러운 답을 들을 뿐이었다. 과연 이것이 팬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프로야구 올스타전인지 묻고 싶은 대목이었다.

오전 11시부터 와서 기다렸다는 홍경표씨(45 남 공무원)는 "매표소는 1시부터 열고, 안내하는 직원 한 명 없는 것이 웬 말이냐"며 "어떤 아이는 10시부터 와서 기다렸다며 울고 있더라. 만약 저렇게 검색을 철저하게 하려면, 일찍부터 표를 나누어주고, 입장을 시키든지 아니면, 검색기계를 더 가지고 와 빠른 진행을 시키든지 저게 뭔지 모르겠다"고 하였고, "바쁜 사안도 많고, 중요한 현안도 많으실텐데 굳이 시구까지 나오셔야하는지..."하며 말꼬리를 흐렸다.

기자와 인터뷰를 마친 홍 씨는 2시가 가까워서야 검색대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가족들과 같이 왔다는 송현구씨(41 남 자영업)도 "짜증난다. 12시부터 와서 기다렸다. 검색을 철저히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면, 미리 입장을 시키든지, 문을 많이 만들든지, 1시부터 입장시켜 무얼 하겠다는 거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 2회 노 대통령 퇴장 이후 텅빈 귀빈석
ⓒ 이성환
이날 본부석 자리에는 '높은 분'들을 위해 많은 좌석이 비워져 있었다. 그러나 그 자리들은 2회 정도까지만 차 있었을 뿐, 이후에는 대부분 비워져 있었다. 과연 그 자리에 팬들이 왔으면 얼마나 많은 팬들이 올 수 있었을까하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높으신 분들이 많이 오시는 것 좋다. 높은 분들이 와서 잘 봐줘서 좋은 정책을 펼쳐주는 것 정말 좋다. 그러나 프로야구 올스타전은 팬들과 선수들이 함께 즐기는 화합의 장이다. 팬들을 먼저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국내 첫 대통령 시구 올스타전에서 생긴 일
KBO의 보수적 기자단 운영 아쉽다

▲ 올스타전 취재진들이 입장을 위해 리스틀 작성하고 있다.
ⓒ이성환
이번 올스타전은 기자에게 있어서 정말 힘든 취재였다. 기자가 올스타전을 취재하기 위해 대전한밭구장에 도착한 시간은 11시30분. 경기장에 도착했을 때 KBO 홍보팀 직원에게 들은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는 오마이뉴스 기자는 취재를 할 수 없다는 것.

정 들어가고 싶으면, 오마이뉴스 기자증 가지고 일반석에나 들어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일반석 통로에 들어가려 했던 기자를 막은 사람들은 경찰들. 경찰들은 KBO에서 발급하는 스티커를 부착하지 않은 기자증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스티커를 발급받고, 경기장에 들어갈 수는 있었지만, 비가 오는 가운데서는 도저히 경기 분석을 할 수가 없었다. 비가 안 오는 지정석을 찾았지만, 지정석이라는 이유로 이곳 저곳으로 쫓겨 다니며 경기를 취재할 수 없었다. 올스타전을 취재하기 위해 이미 2주 전부터 사전 통보를 KBO에게 한 기자에게는 정말 허무한 취재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KBO 홍보팀에서 오마이뉴스 기자들을 홀대한 이유는 한 가지. 노무현 대통령이 시구를 나오고, 청와대에서 기자단 명단을 요구하여 KBO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한국야구기자회 회원들의 명단만 제출했기 때문에 기자단 명단에 안 올라가 있는 오마이뉴스 기자들은 자리를 마련할 수 없었다는 것.

전부터 기자가 주장해왔던 이야기이지만, 한국야구기자회라는 단체는 사단법인으로 일종의 친목단체이다. 이런 친목단체를 KBO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기자단이라는 것이 의문스럽다. 결국, 이날 공동 취재한 이성환 기자와 명재석 기자는 오마이뉴스가 한국야구기자회 회원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홀대를 받은 것이다.

참고로 한국야구기자회에 등록 되려면, 한국야구기자회 회원 2/3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하고, 특히 문화관광부에서 인정하는 방송사나 일간지여야만 한다. 결국, 오마이뉴스가 인터넷 신문이기 때문에 이런 홀대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대통령의 시구도 좋고, 대통령의 보안도 좋다. 하지만, KBO가 아직도 폐쇄적인 기자단 운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 이성환
2003-07-18 18:00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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