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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데, 샤샤, 마니치등 K리그의 걸출한 외국인 선수들, 유고는 국내 축구팬들에게 친숙한 나라다. 그리고 2002월드컵 중국 대표팀 감독 밀루티노비치등 수많은 스타를 배출한 유고 최고의 명문 파르티잔(Partizan).
얼마 전 파르티잔은 유감스럽게도 국내 언론을 통해 볼썽 사나운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2월 터키에서 열린 아카디아컵 결승전에서 부천SK와 집단 난투극을 벌였던 것. 파르티잔 마테우스 감독은 부천의 거친 플레이를 이유로 트르판 감독과 멱살잡이를 벌여 이목을 집중시켰다.
파르티잔과 한국 축구가 이렇듯 악연만을 되풀이한 것은 아니다. 일단 파르티잔을 거쳐 K리그로 진출했던 선수가 적지 않다. 한때 국내에서 활동한 드라간(안양) 사보(수원) 라임(부산) 일리치(부산)등이 모두 파르티잔에서 뛰었던 선수들이다.
그런가하면, 지난 3월 6일 네덜란드에서 처음으로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이영표 선수와도 관련 깊다. 당시 이영표의 어시스트로 골을 기록한 아인트호벤 특급 스트라이커 케즈만 역시 파르티잔 출신이다.
그러나 파르티잔이 '유고 최고의 명문팀'으로 자리 잡은 이유는 많은 스타를 배출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1999년 4월 8일, 코소보 전쟁에서 파르티잔은 세계 언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된다.
| | | 1999년 3월 코소보 2003년 3월 이라크 | | | | 1999년 3월 24일 발발한 코소보 전쟁 과정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영국으로, 국민들의 손에 불타는 인형이 '클린턴'에서 '부시'로 바뀌었다는 것을 제외하면 올해 이라크 침략과 여러 면에서 흡사하다.
미국의 주도로 시작된 전쟁,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 없이 대대적인 공습이 감행됐다는 점 그리고 독재 정부 축출을 명분으로 내걸었다는 것 등이다.
하지만 당시 유고는 알바니아계 인종 청소로 '침공'의 빌미를 제공한 밀로세비치 정권으로 인해 개전 초기 국제 여론으로부터 폭 넓은 지지 세력을 형성하지 못했다.
이는 결국 아직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인명 피해를 초래하는 결정적인 원인이 되고 만다. / 이정환 | | | | | 앵커 미국과 나토의 공습에 대해 '야만에 대한 또 하나의 야만'이라는 국제 사회의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축구 경기장에서 유고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했습니다. 아무개 기자입니다.
기자 축구 경기장에서 반전의 함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오늘 유고의 수도 베오그라드 파르티잔 스타디움에서 열린 그리스 AEK 아테네와 유고의 명문 파르티잔과의 친선 경기도중 흥분한 관중들이 그라운드에 뛰어 들어 시위를 벌였습니다. 1만 5천여 축구팬들은 '코소보는 세르비아'라고 외치기도 했습니다.
전반전이 끝나고 아테네 팀 단장이 평화의 상징인 올리브 나무를 유고측에 전달하면서 불붙기 시작한 관중들의 분노는 후반 11분께 절정에 달했습니다. 축구팬들은 그라운드에 뛰어 들어 '공습을 중단하라' 'No War'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선수들은 시위 군중과 함께 구호를 따라 외쳤습니다. 일부 흥분한 관중들은 성조기와 유니온잭에 불을 지르며 미국과 나토의 공습을 격렬하게 규탄했습니다.
앵커 지금 유고는 전쟁 중 아닙니까. 어떻게 경기가 열리게 됐습니까?
기자 예, 오늘 경기는 미국과 나토의 공습에 반대하는 아테네 선수들이 제안해 이루어졌습니다. 정교회를 신앙으로 가진 아테네 선수들이 같은 종교를 믿는 세르비아계 유고인들을 지지하는 의미에서 개최된 경기였습니다. 오늘 경기에 출전한 아테네 팀 선수 16명은 그리스가 나토 국가인 점을 감안, 모두 출전을 자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000년 10월에도 파르티잔의 열혈팬들은 밀로세비치 독재 정권에서 수상을 지냈던 마자노비치 구단 대표의 사임을 격렬하게 요구해 세계 토픽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렇듯 '스포츠는 스포츠일뿐이 아니다'는 것을 유고 축구팬들은 파르티잔을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다. '축구 이상의 그 무엇'. 파르티잔이 유고 국민들에게 하나의 민족적 자존심을 대변하는 명문팀으로 자리잡고 있는 이유다.
| | ▲ 2000년 10월 15일, 국내 언론은 유고 베오그라드에서 벌어진 프로축구 경기 중 관중들이 밀로세비치 독재 정권에서 수상을 지냈던 마자노비치 구단 대표의 사임을 요구하며 난동을 부려 경기가 중단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 | ⓒ Partizan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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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4-08 08:59 |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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