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Bears
캐스터 6년만에 그라운드에 돌아 온 박철순 씨의 시구로 2002 프로야구가 개막했습니다. 오늘 잠실야구장에서는 박철순 씨의 영구 결번 기념식이 열렸습니다. 아무개 기자입니다.

화면 헬기에서 촬영한 잠실 경기장 전경. 막대 풍선을 들고 환호하는 관중들. 함성이 가득한 그라운드위에서 시구하는 박철순. 박철순의 선수 시절 활약상이 전광판에 펼쳐진다. 기념 액자를 들고 환호에 답하는 박철순.

기자 오랜 만에 잠실 야구장에 마이웨이가 울려 퍼졌습니다. 1996년 은퇴한 박철순 선수의 등번호 21번이 프로야구 21주년을 맞는 올해 영구 결번됐습니다.

박철순 뭐든지 열심히 해서요. 영구결번이 된 만큼 부끄럽지 않은 생활을 하겠습니다(미소).

1982년 프로야구 출범 당시 많은 야구팬들의 관심을 모은 선수를 꼽자면 누가 될까. 바로 박철순이 아니었을까? 당시 일본프로야구에서 20년 동안 활약하다 돌아 온 백인천 감독에 비해 박철순은 그다지 알려진 바가 없었다. 호기심 반, 의구심 반 속에 박철순이 국내 프로야구 마운드에 처음으로 선 날짜는 3월 28일, 바로 개막 다음날이었다. 당시 동아일보 3월 29일자는 박철순 선수의 활약상을 다음과 같이 전한다.

박철순이 3월 28일 열린 경기에서 4안타 2실점으로 MBC타선을 막고 첫 완투승을 거뒀다....미국 프로야구에서 1년간 활약했던 박철순은 강렬한 속구를 구사, 프로투수의 진면목을 과시했다....박철순은 강속구와 함께 타자 몸 근처에서 날카롭게 변화하는 인슈트와 너클볼을 고루 배합, MBC타선의 상승무드를 꺾어버렸다. 국내 프로중 최고의 몸값을 치른 특급선수답게 박철순은 처음으로 9이닝 완투 능력을 보여줬으며 시즌 20승을 다짐, OB를 우승시키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한마디로 놀라왔다. 박철순은 선진 야구에서 닦은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24승 4패 7세이브, 방어율 1.84라는 그야말로 놀라운 성적으로 다승 방어율 승률 1위에 올라선다. 당시 백인천 감독의 4할대 타율 등극이 전인미답의 고지로 아직까지 어느 누구의 접근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면, 박철순도 그와 같은 기록을 갖고 있다. 바로 22연승 기록이다. 그 해 4월 10일부터 9월 15일까지 이어진 연승 행진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유래를 찾을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기록만으로 박철순을 설명할 수는 없다. 무리한 등판 탓에 다음해부터 쓰러지고 또 쓰러진 박철순. 마치 자신의 몸을 그라운드 위에서 태우기라도 할 것처럼, 그는 다시 일어났고 투수판을 밟았다. 그래서 그를 사랑하는 많은 팬들은 '불사조'를 외쳤다.

"뭐든지 열심히 해서요. 영구결번이 된 만큼 부끄럽지 않은 생활을 하겠습니다."

지난 1월 박철순씨(47)는 모 사업체를 인수해 사장님으로 변신했다. 그래도 한국 프로야구의 상징과 같은 존재가 야구에서 떠나 있다는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 불사조는 그라운드로 다시 돌아올까.
2003-04-04 19:44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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