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21@@IMG26@@IMG28@@IMG22@@IMG23@

<2신: 오후 1시 40분>
"잘 가이소" "잘 계시오" "통일되면 다시 만납시다"


하염없이 바라만 보았다. 땅에 선 사람도, 배에 탄 사람도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환송식을 마친 만경봉-92호가 뱃고동을 울리며 움직이자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통일조국" "우리는 하나"라고.

4차선 도로와 공터를 사이에 두고 지켜보는 남측 사람들이 뱃고동이 울리자 일제히 철조망으로 달려갔다. 경찰이 쳐놓은 통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달려가 외쳤다. "언제 다시 올 거냐"고, "통일되면 다시 만나자"고. 그러면서 사람들은 눈시울을 적셨다.

그들은 '끝내 통일은 이루어진다'는 꿈을 심어주고, '희망의 연락선' 만경봉-92호를 타고 떠났다. 제14회 부산아시안게임의 '꽃'이었던 북한응원단은 15일 다대포항에서 환송식을 갖고, 정확히 낮 1시 뱃고동을 울리며 출항했다.

@IMG8@@IMG25@
한반도기 들고 참석, 통일염원호에 '통일 꿈' 실어

@IMG18@환송식이 열린 다대포항은 새벽에 천둥과 번개를 동원한 비가 거세게 내렸지만, 사람들이 몰려들 즈음인 아침 9시경부터 비가 그쳤고, 행사가 시작될 무렵에는 전형적인 가을날씨였다. 하늘도 분단 후 처음 맞은 남측과 북측 사람의 만남을 슬퍼하고 또 기뻐한 것일까.

남측 환송객 800여명이 행사장에 입장하면서 행사가 시작되었다. 갈매기응원단뿐만 아니라 민간단체로 구성된 '아리랑응원단'과 '통일응원단' 대표들도 초대되었다. 북측 응원단은 취주악대를 시작으로 배에서 내렸다. 남측과 북측사람들 모두 한반도기를 들고 행사장에 참석했다.

안상영 시장은 환송사를 통해, “영원히 잊지 못할 감동을 북측 응원단과 함께한 것"이라며, ”가장 반가운 손님으로 와서, 처음 만났지만 한 핏줄과 한 민족임을 보여주었다. 아시안게임의 꽃이었다”라고 말했다. 또 안 시장은 “경기장에서 부산시민들이 ‘우리는’하고 외치면, 북측응원단은 ‘하나다’라고 화답했다”면서, “이번에 열린 바닷길과 하늘길이 평화의 길이 되었던 환호성을 잊지 말자”라고 말했다.

@IMG16@이어 리명원 북측응원단 단장은 고별사를 통해, “근 20일간 성공적으로 마치고 출발하려 한다”면서, “동포애로 따뜻하게 맞아주고 편의를 도모해준 부산시민들에게 사의를 표한다”라고 말했다. 또 리 단장은 “한마음으로 함께 격려하고 응원하는 과정에서 화합과 대단결을 세계에 자랑스럽게 보여주었다”면서, “민족의 힘을 합쳐 6.15공동선언대로 실천해 민족통일을 성취해 나가자”라고 말했다.

안상영 시장은 마지막에 “안녕히 가십시오. 다시 만납시다”라고, 리명원 단장은 “안녕히 계십시오. 통일의 날 다시 만납시다”라고 말했다.

이어 '통일염원호’가 다대포 하늘을 수놓았다. “부산시민은 통일을 염원합니다”라고 새겨진 대형 고무풍선을 하늘에 날려보낸 것이다. 남측과 북측 대표 각 4명씩 나와 조선 팔도를 상징하는 노란색 고무풍선을 ‘통일염원호’에 매달아 하늘로 날려보냈다.‘통일염원호’가 띄워지는 순간 오색 고무풍선도 함께 하늘로 솟았으며, 남측과 북측 사람들은‘통일염원호’가 눈에서 사라질 때까지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어 공연이 열렸다. 부산시립소년소녀합창단이 <세계에 산다> <고향의 봄>을 불렀고, 북측 청년취주악대가 20분 가량 연주했다. 12시 40분경 북측 응원단이 배에 탔으며, 이때 부산소방악대는 <올드랭 사인> 등을 연주했다.

수천명 몰려 출항 지켜봐 "다시 만납시다"

@IMG13@만경봉-92호 환송식이 열린 다대포항에는 아침부터 많은 시민들이 나왔다. 수천명이 몰려 만경봉-92호 출항을 지켜보았다. 부산 하단에 있는 건국중 2학년생 300여명이 소풍을 와서 ‘역사적인 순간’을 지켜보기도 했다. '통일응원단’과 ‘아리랑응원단’은 “조국통일, 우리는 하나. 다시 만납시다”라는 글귀가 새겨진 현수막을 들고 있기도 했다.

대구에서 달려온 최찬(75)씨는 “새벽에 천둥이 치고 비가 오더니, 막상 행사가 시작되려고 하니 비도 그치고 날씨도 너무 좋다”면서, “하늘도 한민족과 같이 즐거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코디언 아저씨’ 이희완씨는 “어제 북측 응원단에서 소식을 듣고 담배(붉은별) 1갑을 주었다”고 말하면서, “이제 가면 언제 올거냐. 밤잠도 못잤다”라고 말했다.

아리랑응원단 김영만 총단장은 “누이를 멀리 시집 보내는 기분"이라고, 울산연합 최현(66) 의장은 ”가슴 벅차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김영만 총단장은 “대형 한반도기를 경기장에서 펼쳐보려 했으나 정부 당국의 반대로 무산되고 말았는데, 많이 아쉽다”면서, “공안 당국이 북한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가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통일아리랑응원단 소영재 기획단장은 “분단 후 처음으로 직접 북한사람들을 접촉했다. 이번 일을 통해 시민들이 동포애를 피부로 느끼고, 정서적으로 통일이 많이 진행된 느낌을 주었다”라고 말했다.

'만경봉-92호'에는 북측 응원단 291명과 장창영 선장 등 선원 68명이 승선, 귀환했다.

한편 선수단을 태우고 갈 고려항공기(IL-62)는 오늘 오전 11시 평양 순안공항을 출발, 동해 직공항로를 거쳐 오후 1시께 김해공항에 도착했다. 선수단을 태운 고려항공기는 오후 3시 공항 임시터미널을 출발, 오던 항로를 거슬러 평양으로 귀환할 예정이다.

<클릭!> 사진으로 보는 다대포항의 아쉬움/ 제갈수만 기자

@BOX1@
<1신: 15일 오전 10시>

@IMG2@새벽부터 비가 내렸다. 만경봉-92호가 정박하고 있는 부산 다대포항에는 새벽부터 세찬 비바람이 불었다. 하늘도 '민족의 이별'을 슬퍼하는가 보다. 아침 9시부터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고, 이내 비가 그쳤다.

제14회 부산아시안게임 기간 동안 숱한 화제를 불러모으며, 선수보다 더 많은 인기를 끌었던 북한 응원단. 그들을 떠나보낼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북한응원단 환송식은 낮 12시 다대포국제여객터미널에서 열린다. 북한 응원단 291명과 남한 인사 8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9월 28일 '환영식'이 열렸던 자리는 이제 '환송식' 준비에 한창이다. 무대와 좌석은 그대로 인데, '환영식'과 환송식'의 글자만 한 자를 바꾸어 달았을 뿐이다.

환송식장은 아침부터 관계자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무대 설치와 음향 등을 조절하면서, 북한 사람들을 떠나보내는 행사를 빈틈없이 준비하기 위해 바쁘다. KBS MBC 등 방송사들도 환송식 생중계를 준비하고 있다.

북한 사람들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아침 9시부터 '좋은 자리'에서 북한 사람들을 보기 위해, 가족과 동네 사람들 단위로 나온 사람들이다. '아코디언 아저씨'로 알려진 이희완(48. 자영업)씨도 아침부터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

@IMG3@이씨는 "반갑습니다"와 교회 찬송가인 "나같은 죄인 살리세"를 연주했다. 연주 도중에 만경봉-92호를 향해 손을 흔들기도 했으며, "북한 아재, 마지막으로 불러봅니다"라고 큰 소리로 말하기도 했다. "저 봐라. 생긋이 웃어 쌌는다. 마음껏 놀다 가면 될텐데, 남쪽 끝까지 와도 배 안에만 있어야 하고, 자유도 펼쳐보이지 못하고 가네. 남쪽 사람 즐겁게 해준다고 욕 봤십니다."

@IMG1@이씨는 만경봉-92호가 다대포항에 정박한 뒤부터 매일 이 곳을 찾았다. 그럴 만한 사연을 갖고 있다. 고아인 그는 북한 황해도 해주가 고향인 고 임옥전 여사를 '어머니'로 모셨다. 고아원 '박애원'(부산)에서 자랐는데, 고 임옥전 여사를 생각하며 이곳을 찾은 것이다.

"어릴 때부터 고아원에서 지냈는데, 어머니가 잘해 주셨다. 어머니를 생각하며 이 곳에 왔다. 지난해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는데, 살아 계셨더라면 이 곳에 모시고 왔을 것이다. 어머니를 생각하며 많은 박애원 가족들이 이곳을 찾았다."

그 동안 다대포항을 찾았던 사람들은 정든 님을 떠나 보내는 심정이다. 다대포항 인근에 있는 다송아파트에 사는 서정우(63)씨는 "있다가 간다하니 서운하다. 그 동안 구경도 하고 해서 좋았다"라고 말했다. 회사도 출근하지 않고 왔다는 최동박(47)씨는 "'간다니까 허전하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심더"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만경봉-92호가 보이는 입구 공터는 그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왔는지 풀도 없이 땅바닥이 맨들맨들할 정도다. 그리고 누가 썼는지 모르지만, "쓰레기를 가져 갑시다"라든지, 만경봉-92호를 향한 애틋함을 적은 글귀도 보인다.

@IMG4@"만경봉호 떠날 날이 다가옵니다. 인천을 넘어 오기 힘든 이 배가 남한 남쪽 끝 다대포까지 왔다는 것만 해도 꿈만 같습니다. 응원단들은 우리를 많이 즐겁게 해줬습니다. 우리도 가는 그날까지 환영해주며 즐겁게 지낼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합시다."

'작은 통일'을 보여주고, 끝내 '통일의 꿈은 이루어질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준 만경봉-92호. '통일의 연락선'이 되어 우리에게 왔다가 다시 북한으로 돌아간다. 그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