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안게임은 아시아올림픽조직위원회 회원국 전부가 참가해 모처럼 아시아의 평화와 단합을 과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행사에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불구하고 선수단을 파견한 나라들이 더러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팔레스타인과 동티모르 선수단장에 이어 지난해 9.11테러 이후 국내외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선수단장을 소개합니다...<편집자 주>

▲ 아프가니스탄 선수단 제크달레크 단장.
ⓒ 오마이뉴스 윤성효
0-10 대패. 아프가니스탄 축구팀이 9월 28일 이란과 예선을 펼친 결과다. 축구를 금기시 하는 정권 아래 마음놓고 공 한번 찰 수 없었던 이들이 선진 축구 앞에서 형편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그러나 문지기 잠세드는 종료 호각 소리가 들릴 때까지 상대 선수들의 총알같은 중거리 슈팅을 막아내기도 했다.

아프가니스탄 선수들은 체력의 열세는 물론, 공 연결도 신통찮았다. 그런 속에서도 몇 차례 공을 연결시켜 상대 문전까지 파고들기도 했다. 경기가 끝난 뒤 아스가르 감독은 "다음에는 전국에 있는 좋은 선수들을 모아 경기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 경기를 지켜본 사람들은 이긴 이란보다 '형편없이' 진 아프가니스탄에 더 많은 박수를 보냈다. 선수들은 새로운 시작을 위한 심한 고통을 경험한 것이다.

축구 경기 결과가 말해주듯, 아프가니스탄의 스포츠 실력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대회에 아프가니스탄은 국기인 레슬링을 비롯해, 축구 복싱 유도 태권도 등의 종목에 걸쳐 64명의 선수와 임원을 파견했다.

일부 선수들은 우여곡절 끝에 부산에 도착했다. 5일이나 걸린 선수들도 있다. 버스를 타고 수도 카불을 떠나 이틀만에 파키스탄의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했고, 다시 카라치(파키스탄)와 방콕(태국)을 거쳐 서울에 올 수 있었다.

▲ 아시안게임 아프가니스탄 선수단 입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아프가니스탄 선수단을 이끌고 제14회 부산아시안게임에 참가한 '모하마드 안와르 제크달레크'(Mohamad Anwar Jekdalk) 단장. 그는 현재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 시장이기도 하다. 제크달레크 단장은 선수단 격려뿐만 아니라 자국의 경제 회복을 위한 '경제외교'까지 펼치기도 했다.

10일 오후 태권도 경기가 열리고 있는 구덕체육관에서 그를 만났다. 아프가니스탄 선수들을 위해 통역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윤인옥 여사는 "어느 나라 선수단장보다 가장 바쁜 단장"이라 말했다. 태권도 경기장에서도 임원석에 앉아 있지 않고, 부산갈매기응원단 소속인 서포터즈들과 인사를 나누며 고마움을 전했다.

'아프가니스탄 서포터즈' 서재덕 단장을 비롯한 30여명의 응원단은 목이 터져라 아프가니스탄 선수들을 격려했다. 일부 응원단은 놋그릇와 배지 등의 기념품을 전달하기도 했고, 사인을 받기 위해 줄을 서기도 했다. 제크달레크 단장은 사진 촬영을 위한 모델이 되기도 했다.

▲ 제크달레크 단장이 태권도 경기가 열린 구덕체육관에서 서포터즈들과 앉아 있는 모습.
ⓒ 오마이뉴스 윤성효
제크달레크 단장 "전쟁으로 모든 체육 시설 파괴"

8년만에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나라다. 제크달레크 단장은 "전쟁으로 체육 시설들이 모두 파괴되고 말았다"면서, "한국사람들이 친절하게 대해주어 너무 좋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자원봉사자 안영진씨의 도움으로 그와 나눈 대화 내용이다.

- 부산 생활은 어떤가. 불편한 점은 없는가?
"좋다. 부산사람들이 친절하고, 특히 서포터즈들이 고맙다. 숙소 생활과 활동에 불편한 점은 없다. 고맙다."

- 한국에 오기 전에는 서포터즈가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는지?
"아프가니스탄에서 출발하기 전에 한국 출신의 사진작가를 만났다. 그 사람이 한국에 가면 아프가니스탄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는 말을 해 주었다. 그런데 공항에 도착하자 막상 환영을 받고 보니 정말 기뻤다."

- 아직까지 메달을 따지 못했는데, 메달 획득에 자신이 있는가?
"23년간 전쟁을 했다. 운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게 다행이다. 아직까지 메달을 따지는 못했는데, 우리는 여자 태권도에서 메달을 딸 것으로 기대한다."

- 아프가니스탄의 스포츠 여건은 어떤가?
"스포츠를 위해 정부 지원은 없다. 쉽게 운동할 상황이 아니다. 올림픽조직위원회에서 만들어 간단하게 운동할 수 있는 경기장이 있을 뿐이다."

- 이번 대회 참가의 의미가 있다면?
"오랜 전쟁을 치루었는데, 앞으로는 발전해야 할 것이다. 체육 시설도 건설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따뜻하게 대해준 한국사람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풋볼과 레슬링 선수 출신의 제크달레크 단장은 아프가니스탄 내부 상황에 대한 이야기는 꺼렸다.
2002-10-12 10:07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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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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