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가 아시아 게임 2연패를 이뤄냈다. 이번 대회는 한국의 우승으로 끝나기는 했지만 아시아 국가들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향상돼 한국으로서는 결코 방심할 수 없다는 교훈을 남기게 되었다.

특히 중국은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전력을 선보임으로 향후 야구 강국으로서의 성장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이번 대회 결승 탈락이라는 충격으로 내년 아시아 선수권,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프로 최정예 멤버를 구성할 것으로 보여 한국 역시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역시 드림팀

당초 드림팀은 다소 염려를 안고 출발했다. 프로 최강의 선수들로 구성되기는 했지만 투수력에서는 결코 마음을 놓을 처지가 아니었다. 예전 드림팀의 박찬호나 구대성처럼 한 경기를 확실히 잡아줄 수 있는 에이스가 없기 때문이었다. 송진우, 임창용이라는 걸출한 투수가 있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무게감이 떨어졌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대만과의 첫 경기에 선발 등판한 박명환은 150Km에 육박하는 강속구와 변화무쌍한 변화구로 대만 타자들을 농락했다.

우리의 난적 일본전에 출전한 송진우는 5이닝 동안 단 한 개의 안타도 내주지 않는 완벽 투구로 한국에 기분 좋은 승리를 안겼다. 중간 계투에서는 임창용이 삼진 퍼레이드를 벌이며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의 눈도장을 확실히 받았다. 우승의 순간까지 그야말로 탄탄대로였다.

그러나 이종범, 이승엽 등 초호화를 자랑한다던 타선은 다소 기복을 드러냈다. 예선에서는 상대를 거의 콜드 게임으로 몰아붙였지만 지나친 방심 탓에 준결승에서는 중국에 덜미를 잡힐 번 하기도 했다.

예선에서 워낙 큰 점수차로 이겼던 탓인지 선수들의 스윙 폭이 전반적으로 크기만 했다. 이는 대만과의 결승에서도 그대로 드러나 4안타의 졸공을 펼쳤다. 경제적인 야구를 칭찬할 수도 있겠지만 4점 중에 2점이 사실상 대만이 실책 등으로 헌납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예선을 포함한 전체적인 경기 내용은 역시 '드림팀'이었다. 특히 타선에서의 이종범 투수진에서 송진우라는 두 노장의 노련미는 단연 돋보였다. 이종범은 나가기만 하면 빠른 발로 상대 배터리를 흔들었고 찬스 때는 어김 없이 타점을 올려줬다.

송진우는 일본 전 완벽 투구와 함께 결승에서는 그야말로 신기에 가까운 모습을 연출했다. 자칫 역전패를 당할 수 있는 상황에서 마무리로 나서 몸으로 상대 타구를 막아내는 등 후배들에게 잊을 수 없는 선물을 안겨준 것이다. 두 노장 이외에도 수많은 선수들이 불같은 투혼을 발휘했기에 한국 팀은 어려운 상황 속에도 끝내 우승을 이뤄낼 수 있었다.

김인식 감독의 용병술

김인식 감독은 이번 대회에 큰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명실상부한 최강의 대표팀을 구성한데다 우리의 유일한 적수로 꼽히던 일본이 사실상의 2군을 파견해 우승은 따논 당상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였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이 야구 역시 여러 가지 변수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기대감은 김 감독뿐만 아니라 선수들에게도 압박감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이런 부담감 속에서도 결코 아시안 게임 2연패를 바라는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투수 교체 타이밍만큼은 국내 최고라는 평가답게 적재적소에 불펜 투수진을 충분히 활용함으로써 타선이 빈타에 허덕일 때도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 수 있었다.

때에 따라서는 특유의 뚝심 야구와 선수들에 대한 믿음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결승전 최대 위기 상황에서 팀 내 최고참 송진우가 자신이 경기를 마무리하고 싶다고 하자 그대로 믿고 맡긴 것은 이 날의 최대 하이라이트였다.

전날 대만이 일본에게 5대0으로 뒤지다 연장 접전 끝에 6대 5로 이기고 결승에 올라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지간한 배짱이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김감독의 인덕 야구가 다시 한 번 빛을 발하던 순간이었다.

중국 야구의 무서운 성장

당초 우승후보에는 한국, 일본이 첫 손가락 안에 꼽혔다. 그리고 대만 정도가 우승권 안에 있는 것으로 전망되었다. 역시 예상대로 이 판도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2군을 내보내면서도 내심 우승을 노리던 일본이 대만에 덜미를 잡힌 것이 이변이라면 이변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서 더 두드러진 것은 대만보다 중국의 선전이었다. 비록 예선에서는 아시아 3강 한국, 일본, 대만에게 2득점, 27 실점으로 크게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한국과의 준결승이나 일본과의 3, 4위전에서의 모습은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남겨두기에 충분했다.

타자들은 전반적으로 힘이 넘쳤고 투수진은 스피드는 다소 떨어졌지만 변화구 구사 능력이 비교적 좋은 편이었다. 타선의 경우 정교함만 조금 기른다면 가능성은 다분할 것으로 보였다.

대만은 원래 한국, 일본과 함께 빅3로 꼽히기는 했지만 이번 대회서 드러난 전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프로 양대 리그의 성행 때문인지 전반적으로 선수들의 기량이 크게 향상된 모습이었다. 아시아 야구의 기본틀인 3강 한국, 일본, 대만의 구도는 당분간은 깨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더 이상은 당하지 않는다'

예선에서 한국에 9대0의 사실상의 콜드 게임을 당하고 준결승에서 대만에 역전패로 결승 진출마저 좌절되자 일본 야구는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일부 언론은 이번 아시아 게임을 두고 치욕이니 굴욕이니라는 표현까지 쓰며 더 이상은 안 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로 인해 현재 일본 야구계는 내년 아시아 선수권과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프로 최정예 멤버로 대표팀을 구성한다는 방침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일본 야구의 '살아있는 전설' 나가시마(전 요미우리 감독)가 대표팀 감독으로 유력시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일본이 최정예 멤버로 대표팀을 구성할 경우 한국 야구 역시 아시아 정상 유지는 결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 동안은 일본이 프로 스타 일부만을 선발하거나 2군 선수들을 대거 출전시켜 한국이 비교적 쉬운 승리를 거뒀지만 일본이 최강의 팀을 구성할 경우, 객관적 전력은 한국을 앞서게 된다. 일본이 드림팀의 수준을 어느 선까지 그을지는 알 수 없지만 한국으로서는 향후 계속적으로 드림팀을 구성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2002-10-10 16:56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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