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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난 주 본 난을 통해 가을 시즌에 볼만한 할리우드 화제작 10편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그 기사가 올려지고 난 후 하루만인 11일 미국 뉴욕과 워싱턴에서 끔찍한 참사가 있었죠. 펜타곤과 세계무역센터의 붕괴는 할리우드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거칠게 정리하면, 할리우드는 이번 사태의 여파로 '폭력'과 '뉴욕'이라는 두 가지 테마를 다루기 어렵게 됐습니다. 우선, 21일 개봉 예정이었던 '빅 트러블(Big Trouble)'과 '트레이닝 데이(Training Day)'의 개봉이 연기됐습니다. '트레이닝 데이'는 한 주 건너 내달 5일 극장에 걸리겠지만, 마이애미 공항을 통해 반입된 핵 폭탄 소동을 다룬 '빅 트러블'은 내년 봄에야 개봉될 전망입니다.
여기에 내달 5일 개봉예정이었던 아놀드 슈왈츠제네거의 신작 '콜레트롤 데미지 (Collateral Damage)'는 '테러리스트에게 가족을 잃은 소방관의 복수극'이라는 민감한 설정 때문에 내년으로 무기한 개봉이 연기됐고, 에드워드 번즈와 헤더 그래험이 공연한 로맨스물 'Sidewalks of New York'도 이번 참극의 현장인 뉴욕 맨해튼을 배경으로 한 탓에 제때 개봉될 수 있을 지 미지수인 상황입니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걷어내고 사람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완전한 일상'을 찾는 데 얼마나 더 시일이 걸릴 지 모르지만, 평화로운 세상의 중심에 영화가 있길 바랍니다. 지지난 주에 이어 나머지 10편의 영화를 소개합니다.
11. '지옥으로부터(From Hell)' 10월 19일 개봉
19세기 말 영국 런던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정체불명의 연쇄살인마 '잭 더 리퍼'를 다룬 스릴러. 매춘부들을 주타겟으로 한 '잭 더 리퍼'의 엽기적인 살인 행각은 그동안 할리우드에서도 자주 영화화됐다. 2001년판에서는 쟈니 뎁이 그를 쫓는 형사 역을, 헤더 그래험이 형사가 사랑하는 메리 켈리 역을 맡았다.
12. '노보케인(Novocaine)' 10월 26일 개봉
스티브 마틴이 주연한 코미디 스릴러(이런 장르가 있었나?). 남부러울 것 없는 치과의사(마틴)가 진통제에 중독된 환자(헬레나 본햄 카터)와 만나며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병원에서 약들이 없어지기 시작하고, 곧 약제청(DEA)의 조사가 시작된다. 경찰로부터 살인 혐의까지 받은 그는 도주의 길에 오르고, 곧 그 자신이 거대한 음모의 덫에 걸린 것을 알게 된다.
13. '하이스트(Heist)' 10월 26일 개봉
1982년 폴 뉴먼의 법정 드라마 '평결'을 비롯, '언터처블', '하니발'의 각본을 쓴 데이비드 마멧은 최근들어 '왯 더 도그'(각본)와 '스테이트 앤 메인'(각본, 감독) 등 풍자극으로 손을 뻗치는 듯 했다. 뜻밖에 그가 내놓은 신작은 진 핵크먼을 내세운 느와르 풍의 범죄물. 전문털이범 진 핵크먼과 데니 드 비토, 들로이 린도의 물고 물리는 배신의 드라마가 펼쳐진다.
14. '원(The One)' 11월 2일 개봉
프랑스 현지 촬영으로 만든 '용의 키스'는 이연걸을 위한 영화였다. 이연걸 류의 정통 무술액션을 응원하는 팬들에 힘입어 제작비(2500만 달러)를 상회하는 36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흥행 성공의 필요충분조건인 골수 이연걸 매니아들이 적지 않음을 확인하게 됐지만, 곧이어 여름 시즌 후반기를 강타한 성룡의 '러시 아워2'에 밀려 빛 바랜 성공으로 기록됐다.
'용의 키스'는 서구인들의 비위를 맞추며 친숙함으로 다가가는 성룡과 달리 '고독한 영웅'의 이미지가 강한 이연걸을 어떻게 포장하느냐 하는 숙제를 던진 셈이다. '원'은 SF물이라는 장르의 성격상 이연걸에게 새롭게 영역을 확장하는 기회를 줄 것으로 보인다. 이연걸은 영화에서 복제를 거듭할수록 파워가 더욱 강해지는, 또 다른 자아들과 맞서게 된다.
15. '괴물 주식회사(Monsters, Inc.)' 11월 2일 개봉
디즈니가 디지틀 애니메이션 '괴물 주식회사'에 거는 기대는 유별나다. 95년 '토이 스토리'를 내놓으며 디지틀 애니메이션의 시대가 개막했음을 널리 알렸고, 99년의 시리즈 2편은 2억45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황제의 새 인생'과 '아틀란티스'로 연이어 흥행 참패를 맛봤고, 98년 '개미 Z'로 가능성을 확인한 드림웍스는 올 여름 최고 흥행작 '슈렉'으로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아성을 무너뜨렸다. 상상력이 고갈된 것이 아니냐는 일부의 힐난을 뒤로 한 채 디즈니는 아이들에게 무서움을 주는 것을 업으로 하는 괴물들의 이야기로 난국을 풀어나갈 참이다.
16. '쉘로우 핼(Shallow Hal)' 11월 9일 개봉
이 가을 권토중래(捲土重來)를 노리는 것은 디즈니만이 아니다. 98년작 '메리에겐 뭔가가 있다'로 '화장실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준 피터와 바비 파렐리 형제는 작년 '미 마이셀프 앤 아이린', 올해 '오시모시스 존스' 등이 연이어 기대에 못 미치는 부진을 보였다.
이들의 재기작 '쉘로우 핼'에서 주인공 핼(잭 블랙)은 최면 상태에서 '뚱녀' 로즈매리의 내적인 아름다움의 결정체 '기네스 팰트로우'를 만나게 된다. 핼은 최면이 깨 '진실'을 알게된 후에도 로즈매리를 사랑할 수 있을까?
"육체와 정신중 진정한 아름다움이 어디에서 나오느냐"는 진부한 논쟁을 유도하는 영화의 설정은 96년작 '고양이와 개에 관한 진실'의 분위기를 예고한다.
17. '윈드토커스(Windtalkers)' 11월 9일 개봉
미국 나바호 원주민들의 언어로 만든 암호가 미국이 2차대전때 남태평양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는 사실은 오랫동안 역사의 비화로 남았다. 난해한 언어로 일본군 진영을 교란시켰던 나바호 암호병 생존자들은 지난 7월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최고 훈장을 받기도 했다.
갈수록 '영웅본색'의 그림자가 희미해지는 존 우 감독은 '윈드토커스'에서 과달카날, 이오지마, 사이판 전투에서 혁혁한 전공을 올린 나바호 병사들과 그들을 보호하는 해병들의 끈끈한 전우애를 그렸다.
18. '거기에 없던 남자(The Man Who Wasn't There)' 11월 9일 개봉
올해 칸느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코엔 형제의 최신작이 이제야 개봉된다.
'거기에 없던 남자'는 '블러드 심플', '밀러스 크로싱', '파고'로 이어지는 코엔 형제표 범죄영화의 계보를 잇는다. 1949년 여름 캘리포니아 북쪽 소도시의 한 이발사가 아내와 부정을 저지른 직장 상사를 상대로 돈을 울궈 내려다가 갈수록 일이 꼬이게 된다. 빌리 밥 손튼과 프랜시스 맥도먼드, 제임스 갠돌피니가 공연.
19.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Harry Potter and the Sorcerer's Stone) 11월 16일 개봉
'진주만'을 능가하는 올해 최고의 화제작. 1997년 전세계 42개 국어로 번역된 J.K 롤링의 장편 동화의 시리즈 제1편.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이종사촌 집에서 생활하던 해리 포터는, 마법사 학교 호그와트에서 배달되어 온 편지를 통해 자신에게 마법사 가가문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알게 된다. 호그와트에 입학한 해리는 론, 네빌, 허미온 등 많은 친구들을 만나게 되고 마법 수업을 받게 된다. 1억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해리 포터'의 타이틀롤은 영국의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맡았다. 한국에서는 12월 1일 개봉.
20. '스파이 게임(Spy Game)' 11월 21일 개봉
90년대를 풍미한 미남 스타 브래드 피트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로버트 레드포드가 감독한 '흐르는 강물처럼'에 출연한 이후부터지만, 각 세대(26년차)를 대표하는 두 스타가 한 작품에서 공연하기는 '스파이 게임'이 처음.
네이선(레드포드)과 탐(피트)은 비정한 첩보계에서는 이례적으로 돈독한 사이를 유지한 단짝. 냉전 체제가 붕괴되면서 둘의 관계가 멀어지지만, "탐이 중국 교도소에 갇혀 있다"는 소식은 네이선으로 하여금 가장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게 한다. '크림슨 타이드'와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의 흥행 감독 토니 스코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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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9-25 05: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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