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에 관한 놀랍도록 유쾌한 영화 <철의 여인들>이 부산을 찾은 영화 팬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화제의 작품으로 떠올랐다. 기록적인 흥행으로 태국에서 <낭낙>에 이어 두 번째의 흥행기록을 수립한 <철의 여인들>은 1996년 태국 전국 남자배우대회에서 우승한 게이 배구팀의 실화에 바탕을 둔 영화로 레즈비언 코치를 비롯, 게이, 복장도착자, 트랜스 젠더 등이 등장해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자칫 동성애에 대한 실존적인 고민을 이끌어낼 수도 있는 이야기이지만, 감독인 용유스 통콘턴은 캐릭터의 희화화와 과장된 유머를 통해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동성애에 관한 편견과 강박적인 접근에 몰두하는 여타의 작품들과 달리 동성애도 하나의 유쾌한 소재가 될 수 있음을 역설하는 영화가 <철의 여인들>인 것.

이와 같은 오락적 재미 뒤에 감춰진 게이들의 눈물겨운 애환이 관객들의 마음을 흔든다. 태국 영화 특유의 투박함과 동성애에 대한 관대적 시선이 맞물려 동성애 영화 이상의 오락 영화로 완성되었다.

2회 상영 모두 매진을 기록하며 인기를 모은 <철의 여인들>의 감독과 주연 배우들 역시 관객들에게 많은 주목을 받았다. 특히 영화 속에 등장하는 세 쌍둥이와 트랜스 젠더가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GV 도중 관객들에게 배구공을 선물해 눈길을 끌기도. 33살의 젊은 감독 용유스 통콘턴 역시 이들과 함께 이 영화에 열렬한 지지를 표명하는 한국 관객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유머를 통해 게이들에 대한 친근한 접근을 이룰 수도 있지만, 오히려 게이에 대한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인식시킬 수 있는데...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특별히 캐릭터를 미화하지 않았다. 특히 태국에서는 동성애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기 때문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최근 우리나라 한 연예인의 커밍아웃을 계기로 동성애에 대한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동성애에 대한 보수적 불씨는 수그러들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태국에서 관중들이 게이팀을 응원하는 것이 게이들에 대한 연민에서 비롯된 것인지, 단순한 흥미에 지나지 않은 것인지 궁금하다. 태국 사회에서 게이들은 일반인들에게 어떻게 비춰지는가?

"실제로 그 대회가 시작되었을 때 게이 팀에 대한 관심은 흥미에 지나지 않았다. 게이 팀의 경기는 매회 매진되었고 방송으로 그들의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전해지면서 그들은 흥미거리가 아니라 자랑스러운 이웃으로 변하였다. 태국 사회는 혈연의식이 강한 사회로 그 사람이 게이라 할지라도 한명의 동포와 이웃으로 생각한다."

영화에 표현된 게이의 이미지가 다소 왜곡되어 보일 수 있다. 여성적인 특성만이 게이를 규정짓는 것은 아닌데, 각각의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것은 아닌가?

"영화에는 뚜렷한 개성의 소유자 여러 명이 등장한다. 주장인 몬은 전형적인 이성애자 남성이고, 윗은 자신의 성정체성을 숨긴 채 여성과 결혼하려 하는 남성이다. 하지만 이들을 제외한 다른 동성애자들은 떳떳이 성정체성을 공개한다. 다양한 동성애의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캐릭터의 희화화는 많은 관객들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기 위한 방편이었다."

앞으로도 사회적 성향이 짙은 영화를 만들 것인가?

"실제 게이 배구단이 출연한 TV 토크쇼를 보고 제작을 결심했다. 앞으로도 가족과 사회 문제를 다룬 영화를 지향할 것이다."

불교사회에서 동성애에 대한 관대적 시선의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신기한데...

"불교를 관통하는 가르침은 '중도'의 길을 걸으라는 것. 자신의 행복과 길을 추구하면 동성애자든 이성애자든 상관하지 않는다. 나름대로의 행복과 삶을 추구하는 것이 불교의 정신이기에 동성애에 대한 관대적 시선의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 2000-10-16 10:07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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