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FP(European Film Promotion) 공식 기자회견이 지난 8일(일) 코모도 호텔 충무홀에서 열렸다. EFP는 유럽영화진흥회의 약어로 올해 부산영화제에 세 번째 참가하고 있다. 이 기구는 유럽 내에서 다양한 문화적 특색을 보여주는 영화들을 선정하고 홍보하는 일을 담당한다. 이날 사회를 맡은 사회자는 지난 밤 진한 파티에도 불구하고 일찍 나온 기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으나 어디 그게 인사를 할 일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감독과 배우는 모두 14명. 그러나 미처 준비하지 못한 까닭인지 기자들의 질문은 허공을 맴돌았고 질문에 대답한 사람은 고작 5여명 정도에 그쳤다.

다음은 기자회견 질의 응답내용이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된 여성영화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 원인이 어디 있다고 생각하나?

베릿트 쉐네임 - '에바의 눈' 감독, 노르웨이
"내가 살고 있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에는 여성감독들이 많다. 감독 중 거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다. 여성은 영화를 만드는 데 아주 적합하다고 생각된다. 영화가 인간관계를 다루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인간관계는 여성이 더 잘 리드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월드 프리미엄에 선정된 아이리스의 감독님은 부산에 온 기분이 어떠신지요?

아우렐리오 그리말디- '아이리스' 감독, 이탈리아

"부산에 오게 된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내년 2월 이탈리아 개봉을 앞두고 있다. 개인적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시칠리아라는 특수한 배경을 담은 영화를 소개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 "

이란이나 아시아권 여성 감독의 출품작에는 대부분 각 나라마다 갖고 있는 여성문제를 담고 있다. 반면 유럽에서는 그런 내용이 별로 보이지 않고 여성의 시각에서만 영화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며 또한 작품 활동을 하면서 가장 중점에 두는 것은 무엇인가?

안느 빌라세크 - '나의 귀여운 딸' 감독, 프랑스

"내가 이란, 아시아권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뭐라고 말할 수 없다. 내가 다큐멘터리를 찍을 때는 정치 사안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그러나 나는 영화를 통해 궁극적으로 인간과 인간과의 존경, 즉 서로를 존중해 줄 수 있는 관계를 그리고 싶었다. 또한 영화를 통해 개인이 사회에서 어떻게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지 외국인의 시각에서 다시 말해 제 3자의 입장에서 조망하려고 한다. 내 영화의 포인트는 일상생활에서 나타나는 모든 것을 살아있게 담아내는 것이다. "

베릿트 네쉐임 - '에바의 눈' 감독, 노르웨이
"유럽의 여성감독이 여성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는다고 하는 데 나는 아직도 다루고 있다. 여성으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 유럽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하려 한다. 문화에 따라 여성이 처한 상황도 다를 것이기 때문에 그 나라에서는 문제라고 여기는 것들을 나는 그렇게 느끼지 못할 수도 있고 역시 그것의 상대적인 것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기자회견은 10분 지연되어 10시 10분 경에 시작되었다. 그러나 더 이상 질문은 나오지 않았고 질문을 하나도 받지 못한 구석의 몇 배우와 작가들은 그들끼리 뭐라고 말하며 농담을 던지고 있었다.

특히 이번 기자회견장에는 부녀지간에 감독과 배우로 출연을 한 작품이 있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진을 찍기 위해 한 곳으로 모여달라는 사회자의 말에 그들을 모두 모였으나 눈빛은 못내 서운함이 감돌았다. 한 켠에 간단하게 차린 오찬장을 바라보며 말이다.
2000-10-10 16:12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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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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