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은 과연 영화인들이 꿈꾸는 새로운 대안물인가? 아니면 21세기에 걸맞는 문명기술? 그래서 모르면 시대에 뒤떨어지게 만들기도 하는 새로운 기술인가?

이래저래 올 한해는 디지털이라는 세 글자가 심심하면 언론을 장식하고 소위 신지식인이라 불리는 이들이 자주 내뱉는 단어 중의 하나가 돼버렸다. 게다가 영화제를 통해서 디지털이라는 이슈를 가지고 세미나와 워크숍이 활발하게 진행되기도 하였다. 또한 디지털이 주축인 인터넷 상에서도 심심찮게 인터렉티브를 내건 영화들을 종종 만나볼 수 있는 한해였다.

그래서 디지털 하면 일반인들이나 필자 같이 어설픈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디지털 장비 6mm 카메라와 그에 따르는 비선형 편집기(아날로그는 선형 편집기), 편집 소프트웨어 프리미어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만 같고, 누구나 쉽게 영상물을 만들 수 있겠구나 하는 착각 아닌 착각을 불러 일으키곤 한다.

물론 전혀 근거없는 소리는 아니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디지털의 진정한 허와 실을 가릴 필요가 있겠다. 이번 '부산국제 영화제' 페스티벌 기간 중에 부산영상위원에서 주최하는 의 행사가 한창 진행중에 있다. 다양한 세미나와 워크샵 가운데 10월 9일 국도극장에서 열린 디지털 세미나에서 처음 공개된 ‘처녀들의 저녁식사’를 만든 임상수 감독의 두번째 작품 <눈물> 상영을 통해 디지털의 장단점을 짚어보자.

먼저 영화 <눈물>을 들여다보면, 가출한 청소년 한, 창, 란, 세리 네명의 소년소녀 이야기를 카메라 테크닉이나 조명, 화려한 색조의 이미지를 배제한 채로 실제 삶을 옆에서 지켜보는 듯이 자연스럽게 담아낸다. 이 날은 국도극장 1관에서 디지털 프로젝터로 공개가 되었고 세미나에서는 키네스코핑(디지털에서 필름으로 변환하는 과정 Digital – to – Film Conversion)과 Digi – Beta 방식을 비교하면서 보여주었다.

가출한 17살 청소년들의 삶을 그대로 보여준 <눈물>은 장선우 감독의 <나쁜영화>가 언뜻 떠오르기도. 물론 다큐와 연출의 엄연한 차이가 있다는 걸 염두해 두길.

십대들의 집단 강간장면으로 첫 장면을 과감하게 스타팅 하면서 영화는 시종일간 과격한 욕지거리와 섹스씬으로 일관한다. 갑갑한 현실을 잠시 탈피하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지만 이들이 도착한 곳은 오물과 쓰레기가 나뒹구는 지저분한 갯벌 바다로 어디에도 희망이 없는 것을 깨닫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고 마는데…. 철저하게 앞이 막힌 이들의 보이지 않는 미래로 연민을 불러 일으키고 멈출 것 같지 않는 쳇바퀴의 삶을 통해 눈시울을 적시게 만든다.

<눈물>이라는 제목은 제작자가 장사 잘되라고 붙인 이름이라고 임상수 감독은 냉소적으로 일축시키지만 이 영화에서는 보이지 않은 거대한 힘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젊은이들의 삶을 처절하게 내모는가를 직설적인 화법으로 풀어나간다.

<눈물>의 촬영감독 이두만 씨는 " 살아있는 현장감을 살리는데 한 몫을 한 디지털 카메라 역시 무엇이든지 만능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그 영화에 어울리는 작업을 선택하기 위해선 각각의 장단점을 깊이 숙지할 필요가 있겠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처녀들의 저녁식사>를 찍기전부터 시나리오를 구상해왔던 <눈물>은 육중한 카메라를 탈피해 카메라 권력의 해체를 표현하길 원했고 새로운 장르를 통해서 무엇인가를 모색하고 어떠한 잠재력이 있는가를 고민한 영화임을 보여준다. 또한 작품을 만들면서 영화의 심도를 디지털로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를 고심한 흔적들이 엿보인다.

길거리에서 직접 캐스팅한 이들은 그들이 실제 겪기도 한 경험을 가지고 연기에 몰입하면서 리얼리즘을 표출하는 공간인 가리봉동을 주축으로 학교 생활에 적응 못하고 가정에서 버림 받은 십대들의 감정을 여과없이 그려내 디지털이 가진 잠재력을 확인해볼 수 있는 영화이다.

<눈물>의 공식상영은 12일 오후 6시, 13일 7시 30분 두차례 부산극장에서 이뤄진다. 세미나에서 공개된 것과 달리 스위스 이펙트 사의 키네스코프 과정을 거친 35mm 프린트로 공개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 다음의 이어진 기사는 <눈물> 상영 이후에 가진 세미나를 통해 디지털에 대한 개념을 짚어보았습니다.

2000-10-10 14:16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 다음의 이어진 기사는 <눈물> 상영 이후에 가진 세미나를 통해 디지털에 대한 개념을 짚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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