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국제영화제 상영작 '밀리언 달러 호텔'의 빔 벤더스 감독의 기자회견이 지난 7일(토) 오후 5시 코모도호텔에서 열렸다.

빔 벤더스 감독은 독일 감독으로 주요 작품으로는 '빠리 텍사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 있다.

그의 명성은 기자회견장 자리가 모자랄 정도로 많은 취재진의 모습에서도 가늠할 수 있었다.

- 이번 영화는 기존 감독님의 영화와는 조금 다른 형식을 갖고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어떤 방식의 변화를 시도하셨고 또 이 영화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였는지 궁금합니다.

"우선 이 영화는 20대 초반의 사랑이야기입니다. 새 천년을 맞이하여 새로운 세대와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영화를 만들고자 노력했습니다. 또한 이 영화는 현재를 그대로 그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고전적인 영화 기법을 통해서 말이죠. 그래서 세트촬영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영화의 주무대가 되는 호텔은 실제 8백 여명이 투숙하고 있는 어느 허름한 호텔입니다. 가난과 위험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그래서 우리의 삶과도 직결된 곳에서 민감하고도 어려운 이야기를 그렇지만 동화적, 또는 우화적으로 그리고 싶었습니다."

- 감독님은 독일 영화의 모든 것이라는 칭송을 받을 정도로 대단한 위치에 서 계십니다.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독일 영화의 정의는 어떤 것인가요? 또한 개인적으로 어떤 기분이실 때 모든 사람들이 춤을 추게끔 만드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같은 영화를 만드시고, 어떤 기분이실 때 때로는 조금은 우울하고 암울한 영화를 만드시는지요.

"독일영화는 1890년대 영광의 시대를 맞이했죠. 그리고 60-70년대에는 독일 내에서 새로운 시네마 운동의 붐이 일면서 향후 15년간은 세계영화 혹은 독립영화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독일영화는 국내시장에 치중하면서 국제무대에 진출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개봉된 것으로 알고 있는 '롤라 런'의 감독들 새로운 신인 감독들이 다시 독일 영화를 세계전반에 알리는 데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차세대 감독들의 이러한 노력을 아주 좋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우울하고 슬픈 영화는 만들지 않습니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은 작업 내내 춤을 추었고 음악과 1년 정도 같이 호흡하면서 만든 영화이기 때문에 일을 한다는 기분을 전혀 느끼지 않고 만든 작품입니다. 심지어는 편집실에서도 계속 춤을 출 지경이었으니까요."

- 감독님의 작품은 지극히 미국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에 저는 '빠리 텍사스'를 보고 이것이 미국 영화이겠거니하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요. 가장 미국적인 독일 감독이라는 말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지요.(영화평론가 유지나)

"저는 영화제작을 하면서 미국 영화를 만드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물론 저도 '빠리 텍사스'가 가장 미국적인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 영화가 미국에서 개봉되었을 때 사람들은 그것을 미국영화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제 꿈이 깨져 버린 것이죠. 그때는 기분이 나빴습니다.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은 제가 독일인의 마음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비록 꿈은 깨졌지만 저는 이제 독일인의 눈과 마음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에 만족합니다. 이번 '밀리언 달러 호텔'의 경우 그 아이디어는 가수 유투의 멤버의 머리와 가슴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리고 대본은 캐나다 작가였구요. 배우들 역시 주로 우크라이나나 미국 배우들입니다. 이 영화 역시 구성 자체는 그렇지 않았지만 결국 아주 미국적인 영화가 되었습니다. 저는 미국 영화는 모든 영화가 선망하는 총체라고 생각합니다."

- 다른 국제영화제에서 초청하기 어려운 감독님 중 한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이번 제5회 부산 국제영화제에 오게 된 계기라도 있나요?

"이미 부산에 올 수 있었던 4번의 기회를 놓쳐서입니다. 제 친구가 한국 부산 국제영화제 참가를 적극 권유하더군요. 최근 들어 한국 영화 산업이 재창조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잘 온 것 같습니다."

- 감독님은 영화계에서는 거의 처음으로 91년도부터 디지털 영화를 만들기 시작하셨는데요. 디지털 영화에 대한 감독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사실 이번 '밀리언 달러 호텔'은 고전적인 파나비젼 카메라로 담았습니다. 영화 중 3분의 2후부터 컴퓨터로 디지털화 작업을 했구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은 100% 디지털로 작업했습니다. 그 영화는 필름으로 존재할 수 없는 영화입니다. 영화의 미래는 디지털에 있습니다.

10여년 이내에 디지털 혁명이 일어나지 않을까요? 셀룰로이드 화면이 필요 없이 제작부터 상영까지 디지털로 가능한 시대가 곧 올 것입니다. 이는 영화를 전공하는 이들이 찍은 작품을 전세계 사람들과 함께 볼 수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필름 세계에서는 있을 수도
없는 일입니다. 영화의 역사가 100년밖에 되지 않기도 하지만 그 역사동안 가능하지 않았던 일들이 이제 실현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 감독님 작품 중 초기 동서독의 분단을 그린 작품의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시 그 곳의 통일 후의 모습을 담아 영화화 할 계획은 없으신지요?

"그 영화는 '시간의 흐름 속에'라는 영화입니다. 한국으로 치면 비무장 지대 같은 곳이죠. 다시 그곳을 여행해 보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영화를 찍을 계획은 없습니다. 자의식이 과잉된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 라는 우려 때문입니다. 통일후의 그곳은 새로운 시가지의 모습으로 많이 변했습니다. 그때와의 감수성과는 다르죠. 아마 다시 영화를 만든다면 전혀 다른 영화가 나올 것입니다."

빔 벤더스 감독의 '밀리언 달러 호텔'은 부산 EFP(european film promotion, 유럽영화진흥회) 선정작으로 국내 개봉 예정이라고도 한다.
2000-10-08 13:47 ⓒ 2007 OhmyNews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