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의 7개 부문 중에서 다큐멘터리가 상영되는 것은 '와이드 앵글'부문이다. 이 와이드 앵글 부분은 단편과 에니메이션도 포함되어 있는 부문이다. 그래서 실제 다큐멘터리 영화는 전체 7개 부문 중에서 한개 부문도 차지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영화제 개최시 주최측은 올해의 경우 이례적으로 단편의 초청작 수를 줄이는 대신 다큐멘터리의 초청을 늘렸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결국 단편의 감소를 말하는 것이다. 오히려 이런 대규모 국제 영화제라면 차라리 다큐멘터리 부문을 하나의 독립 부문으로 운영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러나 이런 주최측의 다큐멘터리에 대한 배려와는 반대로 주최측이 웹상에서 올해의 와이드 앵글부분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있는 글은 배려는 있되 다큐멘터리 자체에 대한 이해는 깊지 않은 주최측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주최측은 와이드 앵글 소개 페이지에 이런 글을 싣고 있다.

'한국 영화 부문에는 모두 13편의 단편과 7편의 다큐멘터리가 초청되었다. 단편의 경우 예년에 비해 편수가 줄어든 만큼 평균 수준은 향상된 모습을 보인다. 다큐멘터리는 예년처럼 올해도 내용면에서 다양성을 보여준다. 부당 해고에 저항하는 노동자를 담은 작품에서 러시아 한인 2세 화가의 비운의 삶을 그린 영화까지 골고루 갖추어져 있다.

그러나 필름에 기록한 작품이 <하늘색 고향> 한 편뿐인 것이 다소 아쉽다. 비디오가 저비용과 간편성의 장점이 있긴 해도, 중량감은 여전히 필름 쪽이 앞서기 때문이다.'(제5회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웹사이트 내 와이드 앵글 부문 소개글에서 인용)

어찌 보면 맞는 말이지만 분명 문제 있는 사고방식이다. 어찌하여 필름 작품이 중량감이 있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마 이 글을 쓴 주최측 인사는 다큐멘터리에 있어서 중량감이란 것이 뭔지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화질의 차이인 필름과 비디오 작업의 차이를 중량감이라고 표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다큐멘터리 제작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독립 다큐멘터리 제작 현실은 독립 극영화 제작 현실 보다 더 열악하다. 그나마 최근 비디오 작업, 그것도 8mm 아날로그 캠코더가 아닌 6mm 디지캠을 이용한 제작이 가능하게 되고 나서 그 영향으로 인해 제작되는 작품수가 많이 증가했다.

이는 단순히 카메라가 간편해졌다는 개념이 아니라 기존의 필름 작업이나 아날로그는 많은 장비와 인원을 필요로 했지만 6mm디지캠 작업은 촬영 뿐만 아니라 편집에 있어서도 적은 장비와 인원으로 작업할 수 있고 바로 디지털로 작업할 수 있어서 가능했던 것이다. 혁신적인 변화였다.

이는 다큐 제작의 개념 전체에 1인 혹은 2인 제작 시스템이라는 새로운 개념 즉 VJ라는 새로운 개념을 성립시킨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올해의 작품들 성향은 이에 대한 반영이자 국내 다큐멘터리들에 있어 어떤 발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독립 다큐멘터리가 필름이라는 한계를 벗어 던지지 않고는 올해처럼 풍성할 수가 없다는 것을 역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독립 다큐멘터리 작업에 필름이라는 굴레를 쉬우는 순간 그것은 퇴보를 재촉할 수도 있다. 독립 다큐멘터리계가 그리고 영화계가 필름이라는 굴레를 벗어 던지고 자유로운 제작을 통해 다큐멘터리의 활성화를 이뤄낸 것이 몇 년 되지 않았다.

오히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더 남은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권위있는 영화제 주최측의 이런 발언은 문제 있는 발언일 수 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아마 베타캠이나 6mm로 제작된 다큐멘터리들이 없었다면 올해 7편의 작품 수준은 훨씬 뒤떨어졌을 것이다. 항상 양적인 발전은 질적인 발전을 독려하는 기본이 되는 것이다.

오히려 올해 영화제에서 주목 받고 있는 분야가 디지털 영화에 대한 분야다. 심지어 영화제 기간 동안 주최측의 주관으로 디지털영상장비 전시회가 열린다. 이는 분명 영화제작형식이 나아가고 있는 방향 또한 디지털 제작쪽이라는 것을 의미하며 영화인들의 디지털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다큐멘터리는 이미 디지털화가 상당히 진행되었다. 대부분의 6mm 디지캠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고 있는 감독들은 디지털 테잎에 담긴 데이타를 컴퓨터로 바로 읽어 들여 가편집을 하고 종합편집도 하고 간단한 그래픽도 하고 있다. 올해 한국 작품 중 '데모크라시 예더봉' 역시 '하늘색 고향'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6mm디지캠으로 제작된 다큐멘터리다.

한국 다큐멘터리 중에서 최우수작에게 수여되는 운파펀드가 '하늘색 고향'에게 돌아간 것도 기자로서는 석연찮다. '하늘색 고향'의 경우 기획이나 제작면에서 스케일이 엄청나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그것도 열악한 조건하에서 오로지 감독의 열정이 이 모든 일들을 가능하게 한점도 있지만 작품성은 그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물론 상을 심사하는 유명하신 심사위원들이 나름대로 심미안으로 공정하게 심사를 했겠지만 결국 필름 작품에 상의 영광이 돌아간 상황에다가 이런 주최측의 공식 견해는 더더욱 석연찮은 구석을 던져 주는 것이다. 즉 심사위원들이 작품성을 평가한 것이 아니라 말도 안되는,적어도 주최측이 말하는 중량감을 평가한 것이라면 이 상의 선정 작업 또한 문제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영화제 막은 이제 올랐고 많은 사람들이 극영화들 속에서 다큐멘터리를 통해 다른 체험, 다른 진실한 감동을 받게 될 것이다. 영화제 주최측은 적어도 공식적인 견해를 밝힐 때는 좀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드가의 다큐멘터리 이야기'의 드가가 제공합니다. '드가(박성호)의 다큐멘터리 이야기'를 방문하시면 다큐멘터리에 관한 풍부한 정보들을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http://myhome.shinbiro.com/~fhuco

2000-10-08 02:29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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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 채널에서 교양다큐멘터리를 주로 연출했, 1998년부터 다큐멘터리 웹진 '드가의 다큐멘터리 이야기'를 운영. 자연다큐멘터리 도시 매미에 대한 9년간의 관찰일기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 2016년 공개, 동명의 논픽션 생태동화(2004,사계절출판사)도 출간. 현재 모 방송사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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