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국제 영화제(이하 피프)가 개막된 지도 이틀이 지났다.부산에 사는 사람들조차 피프가 시작된 지도 모르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말투가 다른 몇몇 타지방 사람들과 외국인들의 피프광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부산에 사는 본 기자를 흐뭇하게 만들었다.

본 기자는 개막작을 예매하지는 못했지만 몇 편의 영화를 예매해 두었다. 그 중 하나인 '여름날의 수직선에서'라는 영화관람을 위해 주말인 토요일 오후 집을 나섰다.

거리는 평소처럼 붐벼댔지만 역시 영화제 기간인지라 극장 앞은 평소보다 두 배 이상의 사람들이 지나다녔다. 그런데 입장하는 줄이 S자 모형으로 길게 늘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무슨 공연 입장도 아니고 영화상영 시작시간인 2시는 다 되어 가는데 이 긴 줄이 언제 다 입장할지 막막했다. 그 이전인 11시 영화는 러닝타임이 114분이었다. 그 정도면 1시 정도에 끝났을 테고 충분히 2시 영화에 넉넉히 입장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늦게 입장을 시키는 바람에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게 '여름날의 수직선에서' 입장하는 줄이에요?"라고 묻는 번거로움을 낳기도 했고 그 거리를 지나다니는 시민들도 거리 한복판을 가로막은 사람들때문에 불편을 겪기도 했다.

헛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좌석은 2층 라열 22번였는데 어떤 남자가 떡하니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저~ 여기 제 자린데요"라는 말에 그 남자가 하는 말은 18번 좌석이 빠지는 바람에 한칸씩 좌석이 밀렸다고.

아니나 다를까. 정말로 좌석 커버에는 17번 다음에 19번이 찍혀 있었다. 18번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채로. 하는 수 없이 23번에 앉아 있었지만 내심 불안했다. 분명 원래 23번 좌석의 주인이 올 것이었기에. 예상대로 한 여자가 와서 어깨를 툭 치며 자기 자리라고 말을 했다. 나 역시 18번이 빠졌다고 그래서 한 칸씩 밀렸다고 설명을 했다.

물론 극장측에서 좌석 배치표에는 표시를 해두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좌석 배치표를 보지 않고 그냥 와서 자리를 찾기 때문에 한 칸씩 앉아 있던 자리를 밀려나고 그때마다 '18번 좌석이요...'를 반복하는 수고를 해야 했다.

영화는 당연히(?) 2시가 넘어 상영에 들어갔다. 피프 자원봉사를 하는 한 여학생이 마이크를 잡고는 영화 상영이 지연되어 죄송하다는 말을 남겼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시작되었다. 한국어로 이야기를 한 후 영어로 방송하기 시작하는데.
"레이디스 앤 젠틀맨..." 관객들의 장난섞인 환호에 그 사람은 계속 히~ 히~ 하며 소리내 웃는 것이 아닌가.

물론 본인도 이제 피프 시작한 지 이틀째이니 아직 익숙치도 않고 쑥쓰러울 것이다. 그러나 한두번은 그렇다 쳐도 그 짧은 영어멘트를 하는 동안 웃음소리때문에 내용도 끊어지고 제대로 전달이 안될 정도였다. 그냥 친구들 앞에서 영어솜씨 뽐내는 자리도 아니고 그래도 명색이 제 5 회 부산국제영화제인데 좀 거슬리는 행동이 아니었나 싶다.

그렇지만 관객의 수준은 많이 높아진 듯했다. 물론 늦게 입장해 자리 찾는다고 라이터를 켜대고 전화를 받거나 핸드폰을 열어 화려한 조명을 보이는 사람들도 일부 있었지만 115분 영화상영 내내 핸드폰 벨 한번 울리지 않았다. 적어도 2층에서는.

어느새 5회를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
이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는 단계이다. 좀 더 확고한 이미지를 구축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인 것이다. 아마 이제 개막 이틀째라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거라 생각한다. 남은 7일동안은 절대 이런 황당(?)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성공리에 영화제를 마치고 세계적인 영화제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휴~ 첫 기사입니다.
생각보다 어렵네요. 담 기사는 더 나아지도록 할께요!

2000-10-08 01:36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휴~ 첫 기사입니다.
생각보다 어렵네요. 담 기사는 더 나아지도록 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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