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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소파가 왜 강가에... 섬진강 갔다 놀랐습니다

자연과 인간 지키는 작은 실천, 섬진강 습지 '쓰줍 산책'... 다음 모임은 5월 11일입니다

등록 2024.04.21 11:40수정 2024.04.2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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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풀리면서 섬진강으로 자주 산책을 다닙니다. 들녘이 초록 초록해지고, 어여쁜 들꽃들이 피기 시작하면서 생기를 되찾는 습지에 반가운 마음이 드는 한편, 습지 주변으로 어질러 놓고 간 쓰레기들이 예전보다 훨씬 많아진 것을 보며 마음이 아팠습니다.


여기저기 쓰레기, 그래도 할 수 있는 것을 하자 

장선습지 권역이 꽤 넓지만 조금씩 할 수 있는 만큼 치워보자는 마음으로, 지난달부터 미실란 스태프들과 함께 장선습지 플로깅을 시작했답니다.

제가 대표인 농업회사법인㈜미실란은 전남 곡성에서 지구를 지키는 생태 농업을 실천하며 유기농 쌀, 발아현미, 미숫가루, 누룽지 등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기업입니다. 이번 플로깅은 미실란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청년들의 제안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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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습지를 뒤덮고 있는 쓰레기 1년에 몇차례 많은 비가 내리는 장마철 강둑까지 물이 차오를 때 쓰레기들이 강둑 경사면에 자리를 잡곤 합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포함한 다양한 쓰레기들이 강둑 경사면에 모여 있는 모습. ⓒ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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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깅에 함께하는 미실란 청년들 환경과 건강한 먹거리에 관심이 많은 미실란 청년들이 주도적으로 섬진강 플로깅을 함께 기획하고 실천하고 있는 모습. ⓒ 이동현

 
쓰레기를 치우다 보면 버려진 쓰레기가 누구에 의해서 어떤 경로로 여기까지 도달했는지 보입니다. 첫 번째 농민들에 의해서 버려지는 쓰레기로는 멀칭용 비닐, 퇴비와 비료를 담은 비닐포대, 농약봉지와 농약병들이 있습니다. 특히 밭농사용 비닐은 얇고 잘 찢어지다 보니 곳곳에 작게 흩어져 있어 가장 많이 보이고 줍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농촌 인구 공동화 현상으로 일손이 부족한 자리를 대신해 제초작업에 도움이 되는 멀칭용 비닐을 사용하는 상황을 비난만 할 수는 없지만, 썩지 않는 비닐이 어지럽게 방치되는 것을 보고 있으니 심란해지더군요.

예전에는 비료도 친환경적으로 만드는 게 보편적이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직접 벤 풀과 볏짚, 가정에서 키우는 가축 축분, 인분을 섞어 퇴비 거름을 만들어 사용했었지요. 요즘은 직접 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고 지자체에서 퇴비 포대를 보급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용 후 제대로 치워지지 않는 경우가 다수입니다.


농사 비닐, 낚시 관련 쓰레기... 심란하고 슬프다

그렇게 밭 주변이나 수로에 버려진 퇴비 자루가 장마나 수해 시기에 하천 둔치와 섬진강 버드나무 습지로 흘러 내려온 채 쓰레기로 방치된 것입니다. 일부는 이미 더 아래로 흘러 남해안 어느 바닷가와 섬 언저리에 쓰레기 무덤이 되어 있겠지요. 상상만 해도 슬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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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플로깅, 시민기자인 저도 부지런히 해봅니다 섬진강 생태습지 탐방을 이끌고 있는 시민기자인 저는 가끔 장선습지 탐방을 할때 쓰레기 몇개씩을 주워 오곤 했습니다. 이제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어 훨씬 더 깨끗해질 우리동네 우리강이 될 것 같습니다. ⓒ 이동현


두 번째는 낚시꾼들이 먹고 남은 음식물과 낚시 관련 쓰레기들입니다. 저마다 어떤 사연을 품고 복잡한 일상을 잠시 떠나 강을 바라보며 세상을 낚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이 가져온 쓰레기는 잘 모아서 챙겨 갈 줄 아는 품위도 지켜주시면 좋겠습니다.

세 번째는 생활 쓰레기들입니다. 빵, 초콜릿, 과자 봉지, 페트병, 음료, 커피, 맥주캔, 레토르트 식품 용기, 일회용 컵부터 아예 봉지에 담겨 던져진 쓰레기들도 많습니다. 나들이를 나왔다가, 드라이브 나왔다가 강둑에 쓰레기를 버리고 간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내 차, 내 집, 내 공간은 청결하게 가꾸면서 자연의 생명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공간은 신경 쓰지 않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어쩌다 그런 습관을 갖게 되었을지 안타깝습니다.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 쓰레기도 있습니다. 소파를 비롯한 큼지막한 가정용 가구와 가전제품도 간간이 버려져 있습니다. 간단하게 신고를 하고 비용을 내면 주민센터에서 재활용으로 가져가는 훌륭한 제도가 있는데, 어찌 이것들을 강둑으로 가져왔을까요? 강과 들녘과 바다가 건강해야 인간인 우리도 살 수 있다는 것을 정말 모르는 것일까요?

버려진 신발 속 자라난 새싹... 지구 살리는 플로깅 함께 하실래요

지난달 플로깅을 처음 시작한 날엔 우리 스태프들끼리만 함께 했었는데, 활동 사진을 SNS에 올리니 여기저기 함께 하겠다는 분들이 계셔서 4월엔 미리 공지를 했습니다. 두 번째 플로깅 날인 4월 13일 토요일에는 곡성, 광주, 남원 뿐만 아니라 경남 함양, 거제에서부터 많은 분들이 일손을 보태러 와주셨습니다.

편안히 쉴 수 있는 주말 오전을 반납하고 함께 귀한 시간 내주시니 얼마나 감사한지요. 이런 분들이 우리 곁에 있기에 다시금 힘이 납니다. 섬진강과 장선습지도 느꼈을 테지요. 자신들을 괴롭히는 나쁜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 소중히 여기고 돌보는 사람도 많다는 것을 알고 좋아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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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플로깅, 다양한 지역에서 소식을 듣고 함께 해 주셨습니다. 멀리 거제에서부터 광주, 함양, 남원, 곡성에서 섬진강 플로깅 소식을 듣고 함께 참여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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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신발에서도 생명이 자란다. 버려진 다양한 쓰레기 속에서 풀이 자라고 있다. 그래도 치우지 않으면 이 쓰레기는 조용히 땅을 오염시켜갈 것이다. ⓒ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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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농부들은 잡초와의 사투에서 이겨보고자 이랑에 비닐 멀칭으로 흙을 덮고 밭농사를 시작 농촌에 일할 노동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잡초와 사투에서 이겨 작물을 재배 수확할 수 없기에 농부들은 올해도 비닐 멀칭으로 잡초를 이겨내고 작물을 키우기 위해 비닐 멀칭을 했습니다. ⓒ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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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를 버리지맙시다. 소설가 김탁환작가와 캠패인 차원에서 주운 쓰레기와 함께. 쓰레기를 줍고 버려진 쓰레기를 들고 마을 소설가 김탁환작가와 캠페인 차원에 사진 한장 담았습니다. ⓒ 이동현

 
4월 22일은 '지구의 날'입니다. 미실란은 지속 가능한 환경과 생태 농업을 지킬 수 있는 건강한 소비의 방식과 다양한 활동들을 <오마이뉴스>를 비롯한 다양한 플랫폼에 공유하며 아름다운 섬진강 친환경 들녘을 지켜가볼 예정입니다.

다음 달 플로깅은 5월 11일 토요일 오전 8시 30분에 미실란 운동장에 모여 진행할 계획입니다. 생태책방 들녘의 마음 인스타그램(@bookfield2584)을 추가해두시면, 향후 플로깅 소식과 정보를 공유하겠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주저하지 마시고 함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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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섬진강 장선습지를 지킵시다. 여전히 봄이 왔습니다. 우리 곁에 있는 하천과 강을 우리 스스로 지켰으면 합니다. 아름다운 섬진강 장선습지 모습입니다. ⓒ 이동현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민기자 개인 페이스북과 블로그, 추후 미실란 생태책방 들녘의 마음 뉴스레터에도 일부 수정된 내용으로 게재될 예정입니다.
#섬진강플로깅 #플로깅운동 #쓰레기줍기 #섬진강일기 #미실란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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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유학시절 오마이 뉴스를 만나 언론의 참맛을 느끼고 인연을 맺었습니다. 학위를 마치고 섬진강가 곡성 폐교를 활용하여 친환경 생태농업을 지향하며 발아현미와 우리쌀의 가치를 알리며 e더불어 밥집(밥카페 반하다)과 동네책방(생태책방 들녘의 마음)을 열고 농촌희망지기 역할을 하고 싶어 오마이 뉴스와 함께 합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 섬진강가 들녘을 달리는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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