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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휘도 없고 한다혜도 떠나고… '위기'의 GS

[여자배구] FA시장에서 주력 선수 2명 동시 이적, 전력약화 불가피

24.04.15 09:24최종업데이트24.04.15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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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한국배구연맹이 20명의 자유계약선수를 공시하면서 2024-2025 시즌을 위한 각 구단의 준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은퇴와 현역 지속 여부를 두고 고민하던 '여제' 김연경(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은 지난 8일 V리그 시상식에서 통산 6번째 정규리그 MVP에 선정된 후 다음 시즌에도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는다고 밝히며 현역 연장을 선언했다. 흥국생명 입장에서는 그 어떤 FA대어를 영입한 것보다 큰 효과를 얻은 셈이다.

김연경이 현역연장을 발표하자 잠잠하던 FA시장도 활발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지난 12일에는 프로에서 9시즌을 보낸 국가대표 아웃사이드히터 강소휘가 3년 24억 원이라는 역대 최고대우를 받고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 FA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같은 날 이번 시즌 수비(리시브+디그) 2위(세트당 6.77개)를 기록한 리그 정상급 리베로 한다혜도 3년 총액 8억7000만 원을 받고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로 이적했다.

다음 시즌 각각 도로공사와 페퍼저축은행 유니폼을 입고 활약할 강소휘와 한다혜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이번 시즌까지 활약했던 전 소속팀이 GS칼텍스 KIXX라는 점이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 4위로 두 시즌 연속 봄 배구 진출에 실패하고 이영택 감독을 선임한 GS칼텍스는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던 핵심 주전선수 2명이 이탈하며 다음 시즌 힘겨운 행보가 예상된다.

주전 2명 이적 후 추락했던 도로공사
 

GS칼텍스의 토종에이스 강소휘는 다음 시즌부터 도로공사의 토종에이스로 활약할 예정이다. ⓒ GS칼텍스 KIXX

 
2022-2023 시즌 흥국생명에게 2연패 뒤 3연승이라는 극적인 '리버스 스윕'을 만들며 통산 2번째 챔프전 우승을 차지한 도로공사는 시즌이 끝난 후 팀의 핵심선수 5명이 동시에 FA자격을 얻었다. 저마다 팀에 필요한 선수들이었지만 2023-2024 시즌 기준 28억 원으로 제한된 연봉상한선을 고려하면 크고 작은 활약으로 우승에 기여했던 5명의 FA선수를 모두 붙잡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결국 도로공사는 작년 4월 '클러치박' 박정아가 3년 총액 23억2500만원의 거액을 받고 페퍼저축은행으로 이적했고 V리그 최고령 선수 정대영도 9년 만에 '친정' GS칼텍스로 컴백했다. 도로공사는 박정아의 보상선수 이고은 세터를 활용한 영리한 트레이드를 통해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따내면서 한봄고의 미들블로커 유망주 김세빈을 지명했다. 하지만 전력약화를 막기 위한 노력에도 도로공사는 이번 시즌 성적추락을 막지 못했다.

도로공사의 김종민 감독은 아시아쿼터로 선발한 태국 출신 공격수 타나차 쑥솟에게 박정아의 자리를 맡기려 했다. 하지만 2000년생으로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한 데다가 주포지션이 아포짓 스파이커였던 타나차는 심한 기복과 아쉬운 수비로 36경기에서 365득점을 기록하면서 박정아의 공백을 메우는데 실패했다(2022-2023 시즌 박정아는 32경기에서 526득점을 기록하며 국내 선수 중 득점 3위에 오른 바 있다). 

35경기에 출전해 블로킹 5위(세트당 0.60개)와 속공 7위(44.38%)를 기록하며 신인왕 타이틀까지 차지한 김세빈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루키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 정대영과 이제 막 커리어를 시작한 신인 김세빈은 코트 안에서 상대가 느끼는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 결국 '디펜딩 챔피언'으로 시즌을 시작했던 도로공사는 36경기에서 12승24패 승점39점에 그치며 7개 구단 중 6위에 머물렀다.

GS칼텍스 역시 지난 2020-2021 시즌 '트레블'을 달성한 이후 작년의 도로공사처럼 핵심선수였던 '쏘쏘자매' 이소영과 강소휘가 동시에 FA자격을 얻었다. 이소영과 강소휘 모두 GS칼텍스에서 반드시 필요한 선수들이지만 연봉인상요인이 큰 FA선수 2명을 동시에 붙잡는 것은 불가능했다. 결국 GS칼텍스는 3살 어린 강소휘와 3년 총액 15억 원에 재계약했고 이소영은 3년 총액 19억5000만원에 KGC인삼공사(현 정관장 레드스파크스)로 이적했다.

토종에이스-주전리베로 잃은 GS칼텍스
 

지난 3월 GS칼텍스의 새 사령탑에 선임된 이영택 감독은 다음 시즌 주전 2명이 빠진 팀을 이끌어야 한다. ⓒ GS칼텍스 KIXX

 
GS칼텍스에 잔류한 강소휘는 FA계약기간 동안 각각 357득점과 455득점, 444득점을 기록하며 토종에이스로 꾸준한 활약을 해줬다. 여기에 입단초기 다소 불안하다고 지적 받던 수비에서도 꾸준한 발전을 보이며 공수를 겸비한 아웃사이드히터로 성장했다. 이번 시즌이 끝나고 두 번째 FA자격을 얻은 강소휘는 여러 구단으로부터 관심을 받은 끝에 3년 총액24억 원이라는 최고대우를 보장한 도로공사 이적을 선택했다.

프로 입단 후 5시즌 동안 나현정의 백업을 전전하다가 2018-2019 시즌부터 GS칼텍스의 주전 리베로로 활약한 한다혜는 기복 없는 안정된 수비를 자랑하는 리베로다. 특히 GS칼텍스가 '트레블'을 달성한 2020-2021 시즌부터 네 시즌 연속 45%이상의 리시브 효율을 기록했다. 한다혜는 이번 시즌 팀 리시브 효율이 24.58%에 불과했던 페퍼저축은행에서 탐 낼 수 밖에 없는 자원이었고 8억7000만원의 조건에 페퍼저축은행으로 팀을 옮겼다.

만약 FA시장에서 눈에 보이는 보강을 하지 못한다면 GS칼텍스는 다음 시즌 토종에이스와 주전 리베로 없이 시즌을 치러야 한다. 강소휘가 빠지고 최은지까지 FA자격을 얻으면서 현재 GS칼텍스의 아웃사이드히터 자원은 유서연과 권민지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유서연은 재주 많은 아웃사이드히터지만 한 시즌 4~500득점을 올릴 정도의 공격력은 없다. 프로 입단 초기 미들블로커로 활약했던 권민지는 아웃사이드히터로서의 경험이 부족하다.

한다혜가 빠진 리베로 역시 허전해진 것은 마찬가지. GS칼텍스에는 한다혜 외에도 리베로 자원이 3명 더 있지만 프로무대에서 유의미한 실적을 올린 선수는 한수진 뿐이다. 한수진은 뛰어난 순발력과 운동능력을 앞세워 디그에서 좋은 실력을 발휘했지만 이번 시즌 리시브 효율은 31.78%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프로 데뷔 후 지난 7시즌 동안 주전 리베로로 풀타임 경험이 없는 것도 한수진 리베로의 불안요소로 꼽힌다.

GS칼텍스가 FA 영입이나 트레이드를 통한 전력보강이 없다면 도로공사, 페퍼저축은행으로부터 받아올 강소휘, 한다혜의 보상선수 지명과 아시아쿼터 드래프트가 매우 중요하다. 보상선수와 아시아쿼터를 통해 즉시전력감을 데려오지 못한다면 '트레블' 이후 3년 동안 '쏘쏘자매' 이소영과 강소휘가 차례로 팀을 떠난 GS칼텍스는 이영택 신임감독 체제에서 커다란 위기를 맞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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