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민생토론회 예산만 900조? '과대포장' 언론 책임은 없나

대부분 재탕 사업임에도 언론, 검증 없이 보도... 선거 앞두고 위험한 까닭

등록 2024.03.25 11:39수정 2024.03.25 11:46
1
원고료로 응원
a

대통령실이 공개한 숫자로 보는 민생토론회? ⓒ 대통령실 홈페이지 갈무리

 
대통령실이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토론회를 22차례 개최하고 총 4970km를 이동해 1671명의 국민을 만났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실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숫자로 보는 민생토론회' 카드 뉴스를 24일 홈페이지에 공개했습니다.

특히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국민과 만나기 위해 '서울과 부산을 약 6번 왕복하는 거리'를 달렸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정책 개선까지 걸린 최단 시간은 3시간"이었다며 10차 토론회 때 미성년자 고의 자진 음주 신고로 영업 정지를 당한 소상공인의 사연을 듣고 대통령이 현장에서 직접 지시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조치한 사연도 소개했습니다. 

총선용 민생토론회? 보수 언론조차 비판 

대통령실의 홍보와 다르게 윤 대통령의 민생토론회는 '총선용'이라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중앙일보>도 지난 7일 <"대통령이 여당의 선대본부장인가" 민생토론회 논란>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총선이 코앞인 민감한 시점이라 대통령의 사전 선거운동, 정치중립 위반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고 보도했습니다. 
 
a

3월 7일자 중앙일보 사설 ⓒ 중앙일보 갈무리

 
윤 대통령이 민생토론회를 개최한 지역을 보면 서울, 경기, 영남, 충청 등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승부처로 삼는 곳과 겹칩니다. <중앙일보>는 우연으로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윤 대통령의 민생토론회를 가리켜 "명백한 불법 선거운동"이라고 말했고,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도 "전형적인 선거운동으로 심각한 정치적 중립위반"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과거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 두 달 전에 지방을 방문한 횟수가 각각 3회, 8회였다는 점과 비교하면 윤 대통령의 민생 토론회는 유난히 잦습니다. 

예산만 900조? 과대 포장 '언론' 책임은 없나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각종 사업에 대한 예산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민주당은 "3월 5일까지 진행된 17차례 민생토론회에서 총 925조원에 달하는 퍼주기 약속이 이루어졌다"고 비판했습니다. 

대통령실은 지난 17일 홈페이지 <사실은 이렇습니다>에서 "900조 원대의 예산 투입 약속 주장은 사실 왜곡이라며 중앙정부 예산은 10% 미만"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경향신문>은 13일 민주당과 대통령실의 주장을 비교해 따져봤더니 실제 추가되는 정부 재정은 45조6942억원이라고 보도했습니다. 
 
a

민생토론회를 속보로 보도한 언론 기사 제목들 ⓒ 구글 갈무리

 
민생토론회에서 나온 사업 규모와 실제 추가되는 정부 재정이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까닭은 민생토론회에서 언급된 사업 대부분이 그동안 진행됐던 사업을 다시 소개하는 재탕임에도 불구하고 과대 포장돼 보도됐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토론회를 개최할 때마다 언론은 앞다퉈 속보를 내보냅니다. '10조 투입', '622조 투자', '2000억 투입' 등 엄청난 규모의 액수와 제목만 있는 속보가 포털과 검색 페이지 등에 게시됩니다. 문제는 이런 기사를 보는 국민들은 체감상 윤석열 정부가 자기 지역에 수십조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고 오해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야당에서 민생토론회가 총선용이며 불법 선거운동이라고 주장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언론도 책임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단순히 속보로 큰 액수의 제목만 보도할 것이 아니라, 관련 사업이 언제부터 진행된 것인지, 정부인지 민간이 주도하는 사업인지 명확하게 전달해야 합니다. 그러나 대다수 언론은 검증 없이 보도했습니다.

언론이 선심성 공약을 그대로 보도한다면 국민에게 실행할 것을 약속하는 공약(公約)이 아니라 헛된 약속인 공약(空約)을 믿고 투표를 할 수 있어 대단히 위험합니다. 
덧붙이는 글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민생토론회 #윤석열 #언론 #선심성공약 #410총선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경찰서에서 고3 아들에 보낸 우편물의 전말
  4. 4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5. 5 "윤 대통령, 류희림 해촉하고 영수회담 때 언론탄압 사과해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