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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4.10 총선1187화

4년 전 '매운맛' 승리, 고민정 "윤 대통령 평가 이미 끝났다"

[인터뷰] 최대접전지 광진을에서 오신환과 대결..."서울 요동치지만 후보 경쟁력 중요"

등록 2024.03.25 15:31수정 2024.03.25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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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총선 서울 광진을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후보가 22일 오후 광진구 한 시장에서 유권자들을 만나고 있다. ⓒ 권우성

 
22일 오후, 목발을 짚은 그와 마주칠 때마다 상인들은 "아이고 다리 아픈데" "참 안쓰럽네"라며 걱정했다. "딸 같다"며 지켜보던 김양기(81)씨는 <오마이뉴스>에 "이번에 (또) 해야지. 고민정이가 우리 동네에 얼마나 잘해줬는데"라고 말했다. 그 사이에도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시 광진구 자양한강전통시장 곳곳을 누비는 중이었다. "26년째 (장사)했는데 시장이 다 죽었다"는 야채가게 사장님을 위로하고, 한산한 골목을 걱정하는 상인들의 한탄을 듣느라 분주했다.

고 의원의 지역구, 광진을은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5선을 하고 여러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승리했던 곳이다. 하지만 한강에 인접한 자양3동, 구의3동 아파트 단지의 보수세가 강해지면서 민주당이 마냥 안심할 수 없는 곳이 됐다. 4년 전 고 의원이 미래통합당 오세훈 후보를 단 2746표 차이로 누르며 그야말로 신승(辛勝)을 거뒀다. 자양3동(-1869표)과 구의3동(-1447표)은 당시에도 열세였다. 지지정당이 유동적인 2030세대가 많은 점 역시 광진을을 격전지로 만들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은 21대 총선만 이겼을 뿐,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서울시장) 모두 졌다. 고 의원은 당시를 떠올리며 "정말 힘든 선거였다"고 말했다. 그런데 요즘 분위기는 다르다. 수산물을 판매하는 김아무개씨(63)는 오세훈 시장의 뒤를 이어 광진을에 도전한 국민의힘 오신환 후보를 두고 "별로"라며 "낯설기도 하지만, 60대 이하 반응이 안 좋다"고 평했다. 원인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다. 그는 "정치가 애들 장난인가"라며 "사람들이 '대통령이 김건희인가'라고도 한다"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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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정 의원의 지역구인 여러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승리했던 곳이다. 하지만 한강에 인접한 자양3동, 구의3동 아파트 단지의 보수세가 강해지면서 민주당이 마냥 안심할 수 없는 곳이 됐다. ⓒ 권우성


고 의원도 "바닥 민심은 괜찮은 듯하다. 응원도 많이 해준다"며 "아침에 지하철역에서 출근인사를 할 때 명함 받는 분도 많고, 눈인사도 많고, 자동차 창문을 내려서 인사해주는 분들도 부쩍 늘었다"고 했다. 또 "주민들이 대통령 얘기는 안 해도 대부분 물가가 올라서 힘들다고 말한다"며 "저도 체감한다. 식당 밥값도 다 뛰었고, 과일가게들은 값이 올라서 못 팔고, 그러다보니까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과일을 판매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문 전 대통령 극찬에도... "마음 무겁다"는 이유

선거사무소로 자리를 옮겨 좀 더 대화를 나눴다. 고 의원이 재선 출마를 선언한 곳은 사무소 바로 앞, 자양사거리다. 그는 7일 오전 8시 30분, 오가는 사람들 속에서 출사표를 던졌다. "저는 정말 광진이 키운 정치인"이라며 "광진구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모이고, 그들의 희로애락이 있는 곳에서 출마를 선언하고 싶었다"는 이유였다. 여느 출마선언처럼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청중은 없지만 "저도 광진사람이니, 출근길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길 원했다"는 마음이 담긴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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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정 후보는 출마선언에서 윤석열 정부 2년을 '정치실종의 시대'로 규정하며 "민생경제는 추락하고 국민의 삶은 더욱 어려워졌다"고 총평했다. ⓒ 권우성

 
고 의원 스스로 말했듯, 그는 4년이란 시간 동안 '정치인 고민정'으로 성장했다. KBS 아나운서였던 고 의원을 2017년 대선 당시 영입해 정치의 길로 이끈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렇게 평가한다.
 
"기대 이상의 역할을 했습니다. 정권의 폭주에 맞서 싸우는 최선봉에 섰고, 민주당 최고위원으로 선출되어 당의 혁신과 통합에 앞장서며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는 민주당을 만들기 위해 있는 힘을 다했습니다. (중략) 고민정 의원 같은 정치인이 있다는 것은 대한민국과 광진구에 큰 행운입니다. 정치발전과 지역발전을 위해 더 크게 쓰이고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선거사무소 개소식 축전 중

그런데 고 의원은 "이번 총선에 나서는 마음이 무겁다"고 토로했다. 첫 출마선언 당시 그는 "아이들도 함께 뉴스를 볼 수 있는 정치를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그 성과를 물었더니 "저 스스로의 정치는 우리 애들이 봐도 무방할 정도로 했지만, 정치 전반은 한 발짝도 진일보시키지 못한 것 같다"는 고백이 돌아왔다. 말이 칼이 돼버린 정치, 막말과 폄훼, 조롱의 언어가 가득한 정치만 남은 현실 때문이다. 

책임은 여야 모두에게 있다. 다만 '가장 큰 힘'을 가진 윤석열 대통령에게 '가장 큰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는 게 '야당 의원 고민정'의 생각이다. 그는 출마선언에서도 윤석열 정부 2년을 "정치실종의 시대"로 규정하며 "민생경제는 추락하고 국민의 삶은 더욱 어려워졌다"고 총평했다.

"윤 대통령 평가 끝났다... 오로지 김건희만 보호"


-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번 총선을 '윤석열 정권 심판 선거'로 보는 의견이 다수로 나온다. 직접 체감한 민심은 어떤가.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이미 '문제 있다'로 끝났다. 윤 대통령을 찍은 사람조차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저는 야당이니까 대통령 평가가 좋으면 '왜 못살게구나'라고 하는데 그런 분은 거의 없다. 주로 정부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싸우는 역할을 한 부분을 긍정적으로 봐주시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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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정 후보가 시장에서 만난 유권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 윤석열 대통령의 제일 심각한 문제를 꼽는다면.

"불통이다. 정치는 1 더하기 1을 2로만 만드는 곳이 아니다. 정치적 상상력을 통해 때로는 1 더하기 1을 0이나 3으로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상대진영과, 국민과,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해야 한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 기자회견)을 끊고, 언론을 탄압하는 데에 가장 앞장섰다. 

국민과 소통은 되나? 가끔 행사하는 걸 보면 정말 국민 속에 들어가서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 수 있다. 카이스트에서 (R&D 예산 삭감에 항의한 졸업생을 대통령 경호원들이 강제퇴장시키는) '입틀막 사건'이 벌어지지 않나. 국정운영의 한 축인 야당과의 소통은 말할 것도 없고. 불만이 있는 사람들 얘기를 들어야 하니까 조선시대에 신문고도 있지 않았나. 국민들도 대통령이 다 해결하지 못 한다는 걸 알고 있다. 다만 한을 풀어달라는 거다. 

하지만 오로지 김건희 여사를 보호하려는 노력만 한다.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통령의 필사적인 몸부림을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는가. 김건희 여사를 위해선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하지 않나. 거부권까지 다 하지 않나. 거기서 오는 국민들의 열패감, 실망감, 절망감이 너무 크다. '중전마마' 편만 드니까."

- 최근 정권심판론이 심상치 않다고 느낀 여권은 MBC 기자에게 '회칼테러' 사건을 운운한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을 물러나게 했다.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의혹의 피의자인데도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출국한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도 일단 들어왔다. 전열을 재정비하려는 것 아닐까.

"국민들은 여전히 '저거 쇼(Show)야'라고 의심한다. 황상무, 이종섭 그렇게 한 번 했다고 마음이 변하진 않는다."

민주당도 불만인 민심... "그냥 행동으로 보여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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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정 후보가 옥수수를 사며 상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 그 마음이 오롯이 민주당 지지로 이어지지 않은 지도 오래다. 높은 대통령 부정평가, 정권심판론에도 당 지지율은 줄곧 30%대에 갇혀 있었다. 총선 국면에서도 큰 변화는 없는데.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모든 정치인들은 그 사람의 행적으로 평가받지, 하나의 사건으로 평가받지 않는다. 우리도 여러 사건 사고가 많았다. 그때마다 유능하고, 빠르게 사과하며 전환하는 것까진 못했다. 나름 한다고는 했지만 매번 느려 국민들이 덜 체감했다. 지금 사람들에게 '민주당이 열심히 했는데 왜 몰라주냐'고 해도 소용없다. 그냥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 총선이 코앞인데, 남은 기간 동안 민주당이 국민들에게 '행동'을 보여줄 적절한 계기가 있을까.

"그 순간이 언제 올지 모른다. 이번 선거는 윤석열 정권 심판이 기저에 깔렸지만, 각 후보들이 각 지역에서 주민들에게 평가받는 것에 더해져 치르게 된다. 대선이 아니지 않나. 주민들이 동네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라 무작정 당에 대한 평가만으로 100% 가진 않을 거다. 다만 개개인에 대한 평가는 진짜 아무도 몰라서 예측불허다."

- 말 많고 탈 많던 서울 강북을만 해도 후보등록 마감일인 오늘(22일)에야 공천이 정리됐다. '노무현 비하' 논란이 있던 양문석 후보 문제도 깔끔하게 해결되지 않은 상황인데, 본선에 영향은 없을까.

"걱정이 없진 않다. 그런데 이제는 시간이 너무 빠듯하게 남아서 이것저것 다 관리할 여력이 없다. 전열을 정비하고 적을 맞으면 제일 좋지만, 전열을 정비하기도 전에 적이 쳐들어왔으면 일단 나가야 하지 않겠나. 그때부터는 장수의 투쟁력이 얼마나 좋은가. 얼마나 자기가 통솔하고 있는 휘하부대를 잘 이끄느냐의 싸움이다. 그래서 각 후보 개인의 경쟁력이 크게 작용하리라 본다."

- 민주당이 몇 석이나 가져갈 수 있다고 예상하나.

"모르겠다. 서울이 계속 좋았다가, 안 좋았다가 요동치고 있다. 지금은 뭔가를 예측하기 어렵다."

'예측불가' 총선이지만... "절대 뺏기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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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반은 어느 정도 닦았고, 이제 조금씩 새 잎을 틔울 수 있는 시기가 도래했기에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뺏기지 않겠다"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후보. ⓒ 권우성

 
- 광진을도 서울 최대 격전지 '한강벨트' 중 하나다. 4년 전에도 아슬아슬하게 이겼고, 대선과 지방선거는 모두 졌는데 '동서울터미널 메가복합개발' 공약을 내놓은 것처럼 개발 이슈도 있고, 스윙보터인 2030세대도 많은 지역이라 이번 선거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재선을 자신하는가.

"상대후보가 누구든 그냥 제 로드맵을 보여드리고 싶다. '광진을 어떤 미래도시로 만들 것인가'가 중요하다. 이를 위한 목표가 '메가교통허브'다. 이미 인근 KT부지에선 첨단업무복합단지라는 대규모 개발사업이 마무리 단계인데, 빨리 끝내려고 그간 굉장히 노력했다. (국민의힘 쪽에선) '민주당이 개발사업을 반대한다'고 하는데,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저만해도 얼마나 많이 추진했는데.

그리고 저는 청년이 많이 사는 화양동을 젊은이들의 메카로 만들고 싶다. 먹고 놀기 좋은 곳보다 계속 살고 싶은 동네로 만들고 싶다. 그래서 청년에게 가장 중요한 일자리와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 유치, 월세지원 공약을 준비했다. 반려동물이 있는 청년들도 많아서 반려동물을 위한 공간도 추진하려고 한다. 지난 4년 동안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 기반은 어느 정도 닦았고, 이제 조금씩 새 잎을 틔울 수 있는 시기가 도래했기에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뺏기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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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정 #광진을 #민주당 #2024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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