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해설사는 민간 외교관, 뿌듯합니다"

진도에서 만난 이남호 한국문화관광해설사 중앙협의회장

등록 2024.03.20 08:25수정 2024.03.20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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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강술래. 매주 토요일 오후 국립남도국악원에서 열리는 토요상설 '국악이 좋다' 공연이다. 남도국악원은 전라남도 진도에 있다. ⓒ 남도국악원

 
"음식을 가리진 않고 맛집투어를 즐기는 편입니다. 전라남도를 자주 찾는 이유죠. 전라남도는 음식 맛있고, 사투리도 걸쭉하고 질펀합니다. 저를 매료시켜요. 켜켜이 서린 한(恨)을 꾹-꾹 눌러 민요 가락으로 토해내는 것도 차원이 달라요. 자연은 고즈넉하고, 전라도사람 특유의 정(情)도 곳곳에 담겨 있어요. 힐링하기에 좋은 곳입니다."

이남호 한국문화관광해설사 중앙협의회(약칭 한문관) 회장의 말이다. 한문관은 서울특별시를 제외한 전국 16개 광역 시·도 문화관광해설사회로 구성돼 있다. 회원은 현재 3100여 명에 이른다. 이 회장은 지난 2월 1일 임기 2년의 한문관 새 회장으로 취임했다.


"토요 공연을 보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기악 합주와 가야금 연주, 화관무, 민요, 사물놀이까지 하나하나가 다 감동이었어요. '내가 무슨 착한 일을 많이 해서 이런 호사를 누릴까?' 하는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지인들과 반드시, 또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조만간 다시 올 겁니다."


국립 남도국악원의 토요 상설공연을 본 이 회장의 소감이다. 이 회장은 남도국악원 초청으로 전라남도 진도를 찾았다. 이 회장은 1박 2일 동안 진도에서 국악 공연을 보고, 강강술래 배우기 체험을 했다. 이튿날엔 '신비의 바닷길'이 열리는 회동, 남종화의 산실 운림산방을 답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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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관광해설사 중앙협의회 소속 해설사들이 진도 운림산방에서 이평기 진도문화관광해설사의 해설을 듣고 있다. 지난 3월 10일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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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남도국악원에서 만난 이남호 한문관 회장. 이 회장은 무역업을 하면서 부산광역시 문화관광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다. ⓒ 이돈삼

 
지난 3월 9일 진도에서 이 회장을 만났다. 이 회장에게 전라남도에 대한 느낌과 한문관의 사업계획을 들어봤다. 이 회장은 현재 무역업을 하면서 부산광역시 문화관광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다.

"문화관광해설사를 알리는 홍보활동을 강화할 생각입니다. 대내적으로는 현재 해설사 전국대회와 한마음 걷기대회를 하고 있는데요. 한마음 체육대회, 해설사 상식왕, 외국어 해설 경진대회도 해볼 계획입니다. 협의회에 미가입한 서울시해설사회와도 긴밀한 협의를 통해서 명실상부한 한문관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 회장의 포부다. 하지만 일을 혼자 할 수는 없다. 이 회장은 회원들의 관심과 협조, 참여를 당부했다.

"작년과 재작년 부산문화관광해설사 회장을 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일보다, 회원들이 원하는 일을 했죠. 절반 이상의 회원이 원하는 일은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해내려고 노력했어요. 평소 회원을 섬기고, 저와 다른 생각을 듣고, 또 대화하면 지역이나 세대, 성별, 선후배 간 갈등도 해결될 것입니다. 그 믿음으로 일하겠습니다. 기업가로서의 경험을 한문관에 접목시킬 생각입니다."


그의 말에서 특유의 성격이 묻어난다. 이 회장이 회원들 사이에서 '빼어난 친화력과 리더십의 소유자'라고 평이 나 있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이 회장은 부산상고, 동아대 졸업 이후 삼성그룹에서 근무하고, 그 경험을 토대로 대중국 무역업을 해왔다. 컨테이너, 철판 등을 수입하고 펠릿의 원료인 합성수지를 수출하고 있다. 기업인으로 살면서 해설사로 활동한다는 것이 조금은 뜻밖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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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문화관광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남호 한문관 회장. 그는 무역업을 하면서 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다. ⓒ 이남호

 
"대중국 무역을 하면서, 베이징에서 2년간 유학을 했습니다. 국내에 돌아와서도 중국어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그때 만난 문화관광해설사가 권유했어요. 문화관광해설사도 사회봉사의 길이 되겠다 싶었죠. 2015년에 지원했고 이듬해 위촉된, 이제 9년차 햇병아리입니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지만, 자기 계발이 가능하고 우리나라 문화관광의 한 축을 담당한다는 자부심도 갖고 있습니다."

이 회장은 부산의 관광지에서 매달 8일 가량 일한다. 휴일에 근무해야 하는 불편도 있지만, 보람도 크다고. 싱가포르에서 온 관광객이 고국에서 작은 선물을 보내오고, 부산에서 만난 중국인 관광객을 상하이에서 다시 만나 융숭한 대접을 받은 적도 있다고 귀띔했다. 문화관광해설사가 민간 외교관이고, 여느 외교관보다도 뿌듯하다는 게 그의 말이다.

"산과 들, 강과 바다를 모두 갖춘 곳이 부산입니다. 마천루가 뽐내는 야경도 자랑이죠. 한국전쟁과 '피난 수도'의 역사를 간직한 감천문화마을, 자갈치시장도 와 보십시오. 천년고찰 범어사와 금정산성, 해운대와 광안대교 야경, 동백섬과 태종대도 멋진 곳입니다."

이 회장이 부산으로의 여행을 초대하며 자랑한 관광지다. 그를 만나기 전의 선입견과 달리, 말투 부드럽고 섬세한 감각의 소유자다. 이 회장의 기업가 정신과 감각이 한문관에 큰 활력을 불어넣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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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의 바닷길'이 열리는 진도 회동에 선 이남호 한문관 회장. 그는 "자연이 고즈넉하고, 특유의 정(情)이 담긴 곳이 전라남도"라고 말했다. ⓒ 이돈삼

#이남호 #한문관 #문화관광해설사 #진도운림산방 #국립남도국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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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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