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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기 버저비터 2회, 포기하지 않는 '꼴찌들의 반란'

현대모비스와 접전 끝 승리, 삼성의 막판 상승세 이끈 이정현-김효범 감독대행

24.03.19 13:40최종업데이트24.03.19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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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농구는 멀어졌어도 서울 삼성의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정현과 김효범 감독대행이 삼성의 놀라운 막판 상승세를 이끌며 '꼴찌의 아름다운 반란'을 주도하고 있다.
 
3월 18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경기에서 홈팀 삼성은 울산 현대모비스와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94-91로 승리했다.
 
베테랑 이정현이 한 경기에서 버저비터를 두 번이나 터뜨리는 진기록을 세우며 팀승리를 이끌었다. 4쿼터 종료 5.9초전, 삼성이 79-80으로 뒤진 상황에서 파울작전을 시도했다. 현대모비스 김국찬이 자유투 2개를 모두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점수차가 3점으로 벌어졌다.
 
종료 3초를 남겨놓고 마지막 공격에 나선 삼성은 이정현이 하프라인을 넘어서 롱3를 던졌다. 공은 거짓말처럼 백보드를 맞고 그대로 림을 가르며 82-82 동점이 됐다. 승부는 연장으로 넘어갔다.
 
연장에서도 양팀은 일진일퇴의 공방을 펼쳤다. 91-91로 동점을 이룬 종료 18초전, 양팀 모두 득점기회를 한번씩 놓친 상황에서 다시 한번 이정현이 해결사로 나섰다. 볼을 들고 마지막 공격에 나선 이정현은 원샷플레이를 위하여 침착하게 시간을 확인한 뒤 볼을 돌리다가 종료 4초를 남겨놓고 좌측 45도 방향에서 3점슛을 시도했다.
 
공은 림을 한번 맞고 높이 튀어올랐다가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종료 0.9초를 남겨놓은 시점이었다. 이정현은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환호했고, 경기장은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현대모비스는 마지막으로 장거리 슛을 날렸으나 공은 림에 닿지 못하고 종료 버저가 울리며 삼성의 극적인 승리가 확정됐다.
 
이정현은 이날 연장전까지 무려 39분 53초를 소화하며 26득점(3점슛 3/8) 7어시스트 3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외국인 선수 코피 코번(35득점 16리바운드 4어시스트)와 함께 원투펀치로 무려 61점을 합작하며 팀승리를 이끌었다. 홍경기(12점 5리바운드)과 차민석(11점 5리바운드)도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이로써 삼성은 13승 37패(.260)를 기록했다. 순위는 여전히 최하위지만 9위 안양 정관장(15승 33패)과 3게임차이를 유지하며 꼴찌 탈출의 희망을 남겨놨다.
 
무엇보다 최악의 시즌을 보내던 삼성이 정규리그 막바지에 접어들며 점점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게 고무적이다. 삼성은 올해까지 최근 7시즌 연속 6강 진입에 실패했고 지난 두 시즌은 연이어 최하위에 머물렀다.
 
올시즌도 초반부터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3라운드 초반까지 팀성적이 4승 18패에 그치자 은희석 전 감독이 성적부진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도 했다. 2022년 역시 성적부진으로 불명예 퇴진한 전임 이상민 감독에 이어 2년 만에 같은 비극이 되풀이됐다.
 
삼성은 잔여 시즌 동안 김효범 코치에게 감독대행을 맡겼다. 김효범 대행은 정식 감독은 아니지만 KBL 최초의 80년대생 사령탑이 됐다. 하지만 상황은 쉽게 개선되지 않았다. 삼성은 지난 1월에는 무려 10연패의 수렁에 빠지기도 했다.
 
4라운드까지 5승 31패를 기록한 남은 시즌 동안 두 자릿수 승리를 고사하고 2021-22시즌 기록한 구단 역사상 최소승(9승 45패) 기록을 경신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김대행은 "선수들이 패배의식에 너무 깊게 빠져 있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김대행은 압박감에 시달리는 선수들을 무리하게 다그치기보다는, 인내심을 가지고 자신감을 불어넣으며 독려하는 길을 택했다. 초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삼성의 경기력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다.
 
시즌 내내 꾸준했던 코번을 중심으로, 베테랑 이정현이 기복을 줄이면서 승부처의 무게감을 높여줬다. 트레이드로 가세한 홍경기는 가드진 운영에 숨통을 트여줬고,유망주 이원석도 궂은 일에 치중하며 자신감을 되찾았다. 주전 가드 김시래의 부상이라는 악재도 있었지만 오히려 약점이던 백코트 수비력이 개선되는 전화위복이 됐다.
 
2월 이후의 삼성은 전혀 다른팀이 됐다. 2월 3일 창원 LG전(88-86)에서 악몽같은 10연패를 탈출한 것을 시작으로 삼성은 최근 14경기에서 8승 6패로 5할 이상의 승률을 거뒀다. 4라운드까지 5승에 그쳤던 팀이 5라운드에서만 무려 5승을 거뒀다.
 
이 기간 연패는 2연패만 한번기록한 것이 전부였다. 특히 최근 4경기에서는 무려 3승을 거두는 막판 뒷심으로 6강판도의'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현실적으로 삼성은 올시즌도 3년연속 최하위를 기록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하지만 힘 한번 못쓰고 정규리그 끝까지 무기력하기만 했던 지난 2시즌과 막판 분위기는 확연히 다르다.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잡게 되었음에도 최약체 전력으로 선방하고 있는 김효범 대행의 리더십에 대한 호평도 늘어나고 있다.
 
보통 봄농구 진출이 좌절된 팀들은 동기부여를 잃고 맥빠진 경기가 속출하기 쉽다. 특히 올시즌은 이미 마지막 라운드가 되기전에 사실상 6강진출과 탈락팀의 면면이 확연히 갈리면서 순위경쟁의 재미가 사라졌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전날인 17일에는 이정현의 클러치능력을 앞세운 8위 고양 소노가 7위 대구 한국가스공사와 마치 플레이오프를 연상시키는 불꽃튀는 명승부를 펼친 바 있다. 그리고 하루만에 이번에는 꼴찌팀 삼성이 이정현의 버저비터로 6강진출팀 현대모비스의 발목을 잡으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처럼 플레이오프 진출과 상관없이 선수들이 매경기 끝까지 승부를 포기하지 않고 투혼을 보여준다면 농구팬들도 기꺼이 경기장을 찾아 박수를 보내줄 맛이 난다.

삼성은 앞으로 부산 KCC와 2경기, 서울 SK, 창원 LG와 각 1경기씩을 남겨놓고 있다. 상대는 모두 6강진출이 확정된 팀들이다. 남은 경기에서 2승 이상을 거두면 최소한 지난 2022-23시즌(14승 40패)의 성적을 넘을 수 있다. 김효범 체제의 삼성이 과연 유종의 미를 거두며 다음 시즌을 기약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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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김효범대행 서울삼성 버저비터 프로농구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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