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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오는 택배가 없습니다, 그래도 괜찮아요"

'섬사람' 목포 외달도 박광수씨가 들려주는 불편해도 행복한 섬살이

등록 2024.02.20 08:41수정 2024.02.20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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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외달도 풍경. 외달도 섬길에서 별섬이 보인다. 별섬은 바닷물이 빠지는 썰물 때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 ⓒ 이돈삼

 
"그냥 머무는 거죠. 섬을 둘러볼 수 있는 산책로도 잘 돼 있어요. 섬에서, 섬의 정취를 느끼면서 차분히 보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어느 섬에서나 2박 3일은 머물러야죠. 그래야 제대로 보고, 만날 수 있어요."

'섬 여행은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지?' 물음에 대한 박광수(47)씨의 대답이다. 박씨는 목포에 딸린 작은 섬 외달도에 살고 있다. 그는 섬의 한적한 바닷가에서 한옥민박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12년 됐다.


서울에서 자영업을 하던 박씨가 '섬사람'이 된 건 지난 2013년이다. 부인(황선의씨)을 만나 혼인을 하자마자 내려왔다. 지금 살고 있는 한옥에 신접살림을 차렸다. 그에게 외달도는 '이상향'이었다. 교회 목사로 재직한 아버지 덕에 몇 번 가본 섬이었다.

"지금도 여행 온 것 같습니다. 섬이 좋아요. 파도 소리도 좋고, 풍경도 평화롭고요.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만족합니다. 더 이상 바랄 게 없어요. 지금 이대로."

박 씨가 활짝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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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째 '섬사람'으로 살고 있는 박광수 씨. 박 씨의 섬사랑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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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수 씨가 살고 있는 외달도의 한옥. 그는 한옥민박을 운영하며 살고 있다. ⓒ 이돈삼

 
박씨가 사는 섬 외달도는 목포에서 서쪽으로 6㎞ 가량 떨어져 있다. 면적이 42만㎡로 앙증맞다. 해안선도 4.1㎞로 길지 않다. 주민은 20여 가구 30여 명이 살고 있다. 박씨 부부가 섬에 사는 사람 가운데 가장 젊다.

"텃세요? 전혀 없었어요. 섬에 정착하는 데도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저희와 마을 어르신들의 나이 차이가 크잖아요. 우리 부부를 자식처럼 대해 주셨어요. 그래서 외달도가 더 좋은가도 모르겠습니다."

박씨의 말이다. 그래도 섬인데, 생활하면서 느끼는 불편도 한두 가지가 아닐 것 같았다.


"택배요. 섬까지 오는 택배가 없습니다. 사는 사람이 많지 않다 보니, 물량도 적겠죠. 앞으로도 택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근데, 괜찮아요. 여기 생활에 적응했습니다.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면 사지도 않고요."

박씨는 "그동안 너무 많은 물건을 샀다"며 웃었다. 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닌데도 그랬단다. 섬에 살면서 걱정되는 건 한 가지. 그는 섬에 뭍사람들이 많이 찾아와서 몰려다니는 걸 경계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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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달도 등대 풍경. 바다와 등대가 한 폭의 그림처럼 어우러진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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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달도 풍경. 박광수 씨가 사는 한옥이 바닷가 백사장과 맞닿아 있다. ⓒ 이돈삼

 
"연륙·연도교가 놓이지 않길 바랍니다. 옆의 섬 달리도를 이어주는 보행교가 놓이고 있는데, 그나마 다행입니다. 차가 다니는 연도교가 아니어서요. 외달도는 끝까지 섬으로 남으면 좋겠어요. 섬 고유의 특성을 그대로 간직하면서요. 그게 섬의 매력 아니겠습니까? 뭍과 다를 바 없는 섬이라면, 저도 여기에 계속 살 이유가 없어지겠죠."

박씨가 관광지로 변하는 섬을 원치 않는 이유다. 그는 섬 풍광은 그대로 보존되고, 섬사람들은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살고, 여행을 위해 들어오는 외지인들은 또 조용히 머물다가는 섬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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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수 씨 가족. 두 아들은 외달도에서 태어났다. ⓒ 이돈삼

 
"그동안 섬에서 많은 사업이 추진됐어요. 근데, 섬주민들한테 도움이 됐을까요? 안 됐습니다. 외달도에도 많은 돈이 투자됐지만, 여름 한 철이에요. 여행객이 불편하지 않으면서도 섬의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주민들한테도 일거리를 만들어 주면서 수입이 생기도록 하고요."

앞으로 외달도에서 추진될 '가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에 대한 박씨의 바람이다. 외달도는 지난해 전라남도의 '가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외달도에는 올해부터 5년 동안 총사업비 40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사업이, 사업으로만 끝나지 않아야 합니다. 큰돈 들여 건물을 짓고, 몇 년 뒤엔 방치되는 일이 없어야죠. 그러려면 유지와 관리가 중요합니다. 그 일을 주민들이 할 수 있도록 해야죠. 주민 의견을 최대한 반영한 사업이 이뤄지길 소망합니다."

외달도를 떠나지 않고, 섬에서 오래도록 살고 싶다는 박씨의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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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달도 주변 풍경. 외달도는 목포에서 서쪽으로 6킬로미터 가량 떨어져 있는 작은 섬이다. ⓒ 이돈삼

#외달도 #박광수 #목포외달도 #외달도한옥민박 #외달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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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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