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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은 이재용 승계작업 인정했는데... 1심 전부 무죄

[삼성그룹 불법합병·회계부정 의혹 선고공판] 재판부 "합병목적 부당하다고 단정 못해"

등록 2024.02.05 14:55수정 2024.02.05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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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2차 보강 : 5일 오후 6시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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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유성호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불법합병·회계부정 혐의를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5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2부(박정제·지귀연·박정길 부장판사)는 삼성그룹 불법합병·회계부정 의혹 사건 선고공판에서 이재용 회장, 최지성 전 삼성그룹 부회장(전 미래전략실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전현직 경영진과 삼정회계법인 임원 등 모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회장의 혐의는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삼성바이오로직스 거짓공시·분식회계 관련 외부감사법 위반이다. 검찰은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의 합병이 이 회장의 승계작업을 위한 것이고 합병 추진 과정에서 이 회장과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의 지시로 각종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고, 결심공판에서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 원을 구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특히, 불법합병·회계부정 혐의의 동기가 되는 합병의 목적이 경영권 승계만을 위한 것이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래는 재판부의 판단 내용이다.

"합병에 합리적인 사업상 목적이 존재하였고, 합병을 통한 그룹 지배력 강화 및 경영권 안정화라는 (구 삼성)물산의 주주들에게도 이익이 되는 측면이 있는 것이 있으므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합병의 주된 목적이 피고인 이재용의 경영권 강화 및 삼성그룹 승계였다고 단정할 수 없고, 합병의 합리적인 사업상 목적이 존재한 이상, 합병이 지배력 강화 목적이 수반되었다고 하더라도 합병 목적이 부당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재판부 "합병 목적 부당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합병에 사업적 목적이 있었다는 이 회장 쪽 주장을 뒤집기 위해 이 회장의 승계작업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을 제시했다.


대법원은 지난 2020년 6월 최순실(최서원)씨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판결을 최종 확정했는데, 여기에는 이 회장이 미래전략실 주도하에 최소한의 개인 자금을 사용하는 승계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했고, 개별 현안으로는 합병이 있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승계작업을 둘러싸고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회장 사이의 부정한 청탁과 뇌물 수수 합의가 이뤄졌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이 말한 '최소 비용'은 피고인 이재용이 현금 지원 없이 합병을 통하여 지분을 취득해서 삼성전자 등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하였다는 취지"라면서 "피고인 이재용이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위법·부당하게 비용을 최소화한다거나 (구 삼성)물산 및 주주의 이익을 탈취하거나 손해를 야기하는 등 이를 통해 피고인의 이익을 극대화했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한 합병의 비율과 시점이 (구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하게 정해졌다는 검찰의 주장도 물리쳤다. "(구 삼성)물산과 그 주주들의 이익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제일)모직의 최대 주주인 피고인 이재용의 이익을 위하여 (구 삼성)물산에 불리하고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임의로 합병 시점을 선택했고, 합병 비율이 불공정하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개별 쟁점들을 판단하면서 이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삼성바이오로직스 거짓공시·분식회계 관련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 모두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재판부는 모든 피고인들의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재용 회장 쪽 "현명한 판단, 재판부에 감사"
참여연대 "재벌봐주기 대명사... 검찰 항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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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불법합병·회계부정 혐의를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 유성호

 
선고 직후 이재용 회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고 차량에 탑승한 뒤 법원을 떠났다.

이 회장 쪽 변호인은 "이번 판결로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점이 분명히 확인되었다"면서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신 재판부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 밝혔다.

시민사회는 이날 무죄 판결을 비판하고 나섰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이재용 무죄' 최소한의 사회정의마저 외면한 법원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불법합병이 승계와 관련이 있다고 인정한 국정농단 대법원 판결에도 배치되는 결과다. 참여연대는 사회정의와 법치주의에 반하는 재벌총수 봐주기 판결을 내린 법원을 강력하게 규탄한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삼성물산 불법합병을 통해 애초에 삼성그룹이 제시했던 합병시너지도 구체화되지 않았고 오직 이재용 회장이 약 3조~4조 원에 이르는 부당이익을 거뒀는데도 불법승계 목적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법원의 판단을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는가"라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무죄 판결은 오히려 재벌들은 지배력을 승계하기 위하여 함부로 그룹회사를 합병해도 된다는 괴이한 선례를 남김으로써, 재벌 봐주기의 대명사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면서 "검찰은 즉각 항소해야 할 것이며, 사법부는 이재용 회장과 삼성 임직원들을 엄벌하여 스스로 무너뜨린 신뢰를 다시 세울 것을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무죄 선고 후 3시간 30분이 지난 오후 6시 30분께 입장을 밝혔다. "판결의 사실인정과 법리판단을 면밀하게 검토 분석하여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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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불법합병·회계부정 혐의를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 유성호

 
#이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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