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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억 강남 아파트를 7억에" 이 말에 100명이 속았다, 왜?

'LH 투자유치 자문관' 사칭해 200억 가로채... 범죄에 이용된 'LH'라는 이름

등록 2023.11.11 10:53수정 2023.11.1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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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투자유치 자문관을 사칭한 남성이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 임병도


"30억짜리 강남아파트를 7억에 특별공급 받을 수 있다."

이런 말을 들으면 어떨까? 말도 안 되는 소리이자 사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거다. 그런데 이 말에 무려 100여 명이 속았다.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 (부장검사 홍완희)는 사기 등 혐의로 40대 남성 서아무개씨를 구속했다고 10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서씨는 2021년 4월부터 지난 6월까지 LH 투자유치 자문관을 사칭하면서 "자문관의 추천서가 있으면 강남 일대 30억 원 아파트를 7억 원에 특별공급 받을 수 있다"며 100여 명으로부터 계약금 등의 명목으로 약 200억 원을 가로챘다. 

피해자들은 서씨의 말에 속아 1명당 적게는 1억 원에서 많게는 10억 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서씨는 LH와 아무런 관련이 없었고, 특별공급해주겠다는 아파트도 LH와 무관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씨는 일부 피해자들이 항의하자 월세 아파트를 빌린 뒤 마치 특별공급 받은 아파트인 것처럼 속여 피해자들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100여 명이 넘는 피해자들이 200억 원을 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LH'(한국토지주택공사)라는 이름 때문이었다. 피해자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지만 'LH'라는 말이 붙은 순간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비리와 관련해 여러 차례 뉴스에 오른 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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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 서울지역본부에서 LH고위간부들이 사전 투기 의혹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는 모습 ⓒ LH 제공

 
​​"LH직원, 신도시 '100억대 땅투기' 의혹" 
"LH직원 '신도시 땅투기'로 48명 수사"
"LH, 직원들에 5년간 1800억 대출"
 "LH 직원들, 퇴직 후 전관예우로 설계·시공·감리 업체 등에 취업"

그동안 LH 직원들이 저지른 비리를 보도한 뉴스 기사들이다. 

2020년 LH에서 토지 보상업무를 담당했던 A씨는 내부정보를 이용해 토지보상을 노리고 밭을 구매했다. 당시 강씨는 매입한 밭에 왕버들 나무를 심었는데 보상금 기준을 잘 아는 점을 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이 뉴스로 나오자 한때 왕버들 나무라는 검색어가 급상승했다. 

LH직원은 대한민국의 부동산을 가장 잘 아는 전문가에 속한다. 그만큼 개발 정보와 부동산 동향을 잘 안다. 그래서 이들은 미리 토지를 구입하고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서라도 아파트를 구입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국회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 인천 동·미추홀구갑)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LH 직원을 대상으로 한 주택구입자금 대출이 약 252억 원이었고 생활안정자금 대출도 약 1550억 원이나 됐다. 특히 주택구입자금 대출은 2017년 10건에서 2021년에는 171건으로 대폭 늘었다. 대표적인 영끌족인 LH직원들인 셈이었다.

2016년 LH 경기지역본부 성남재생사업단 차장이던 A씨는 '성남재생 사업추진 현황' 보고서를 열람한 뒤 부동산 업자들과 공모해 제3자 등을 통해 부동산 취득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이들이 벌어들인 수익금은 무려 192억 원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23년 11월 9일에 "A씨가 열람한 보고서는 부패방지권익위법에서 정한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일부 LH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알고 비리를 저지르는 이유는 성공만 하면 엄청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고, LH 내부 감시 시스템이 매우 허술하다는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2021년 <JTBC 뉴스룸> 보도를 보면 내부 정보를 이용해 투기를 했다가 내부 감사에 적발된 사례는 10년간 단 한 건도 없었다. 'LH가 부동산 권력을 쥐고 있는 한 LH 관련 범죄는 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LH #부동산비리 #LH사칭사기 #한국토지주택공사 #내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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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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