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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국가에선 대체복무 안 된다? 아직도 이런 얘기한다면..."

[인터뷰] 방한하는 네팔 평화활동가 섭해쉬 캐틀과 최정민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등록 2023.11.09 09:49수정 2023.11.16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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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퀘이커교 부부 스튜워트와 윌레미나 모튼과 섭해쉬 캐틀(왼쪽) ⓒ 섭해쉬 캐틀

 
아시아평화네트워크(Asia Peace Network) 간사(Coordinator)이자 국제전쟁저항자모임(WRI: War Resisters' International) 이사(International Council member) 섭해쉬 캐틀씨가 오는 17일 방한한다. 그는 네팔에 사는 인권운동가이자 평화활동가다. 인권운동가였던 그의 아버지는 지난 2001년 괴한들에게 납치당한 후 잔인하게 학살당했다. 그는 아버지의 찢겨진 시신을 보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었다. 그리고 그 후부터 지금까지 그는 인권운동가와 평화활동가로 삶을 살고 있다. 아버지의 학살 사건이 그의 삶에 일대 전환점이 된 것이다. (관련기사: "군수산업 번창, 지금 세계는 미쳐있다" https://omn.kr/fejv)

그는 오는 18일 오후 2시~6시까지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리는 '대체복무를 돌아보며: 문제점과 개선점' 국제 컨퍼런스에 참가하기 위해 방한한다. 다음은 지난 10월 31일부터 11월 8일까지 캐틀씨와 페북 메신저와 이메일로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나는 네팔에 살고 있으며 지난 22년간 비폭력운동, 평화운동, 사회정의를 추구하는 활동가로 생활하고 있다. 나는 비폭력을 전략이나 전술보다는 생활철학으로 삼고 있다. 나는 인류가 비폭력, 사회정의, 평화를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인간은 전쟁 없는 세상,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히 있다고 확신한다. 그런 꿈과 비전을 갖고 나는 지금 국제전쟁저항자모임(www.wri-irg.org)에서 일하고 있으며 네팔 비폭력프로젝트(AVP)에 관여하고 있다. 나는 평화운동가로서 아래 두 가지 질문을 늘 스스로에게 물어 본다.

'어떻게 나 자신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훼손하지 않고 살 것인가?', '어떻게 타인들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훼손하지 않고 살 것인가?'.

AVP 워크숍을 통해서 나는 이런 질문에 대해 성찰하고 생각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워크숍을 때로는 주도하고 때로는 참석자로 참가하면서, 나는 위의 두 가지 질문에 대해 성찰하고 그 방안을 찾을 수 있었다. 다른 말로, 내가 평화운동가가 되는 길보다는 내 자체가 '평화'가 될 수 있는 길을 모색했다고 할까?

만약 스스로가 평안하다면 무엇을 하건 평화스럽게 할 수 있다. 간디가 말한 '변화된 세상을 보고 싶으면 네가 먼저 변화하라'는 개념과 같다. 이런 경지를 이루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자기 성찰과 변혁이 아주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AVP가 내게 이런 기회를 많이 제공해 주었다. AVP를 통해 나는 스스로와 가족, 직장생활에서 더욱 사려 깊고 평화스러운 사람이 될 수 있었다. 다른 말로, 복잡한 영적, 철학적 세계를 일상생활에서 단순하게 실천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불행하게도 현대의 학교와 대학에서는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는 기술은 가르치지만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기술은 가르치지 않는다. AVP는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기술을 가르친다고 할 수 있다."

- 국제전쟁저항자모임(WRl)과 아시아평화네트워크(APN)는 어떤 단체인지 소개하면?

"WRl (https://wri-irg.org/en)는 세계의 평화운동가와 반전운동가들이 1921년에 만든 단체다. 우리단체의 주요원칙으로 '전쟁은 반인륜적인 범죄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종류의 전쟁도 지지하지 않으며 전쟁의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한다.'가 있다.

APN은 WRI에서 주도한 운동이다. APN은 아태 지역의 평화활동, 반전활동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현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그래서 APN은 군사무기제작, 무기무역, 사회의 군사화, 징병제도 등을 반대하는 국제적 캠페인을 한다. 동시에 아태지역 평화활동가 사이의 상호연대를 구축하고 서로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 어떤 계기로 위와 같은 단체의 활동에 관여하게 된 것인지?

"내가 20대 초반이었던 지난 2001년 부친이 학살 당하셨고 이 사건은 나와 우리 가족의 삶에 큰 전환점이 되었다. 부친을 잔인하게 학살한 가해자의 구체적 신분은 지금도 정확히 모른다. 당시 부친 학살사건을 조사한 네팔의 군경은 아버님이 마오주의자들에 의해 학살당했다고만 우리 가족들에게 알려줬다. 당시 부친뿐 아니라 다른 이웃집 어른들도 마오주의자들의 손에 의해 학살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2001년 당시 네팔사회는 정치의 이름으로 잔인한 폭력과 학살이 일상화 되던 시기였다. 그래서 인권운동이나 사회정의를 외치던 수천 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아버님처럼 학살로 생명을 잃었다.

부친 학살사건을 목격하고 나는 여생을 복수와 분노의 화신으로 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남은 모친과 형제들을 데리고 부친이 학살당한 곳을 아주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부친이 납치당하고 결국 학살당한 집과 동네에서 사는 것은 나는 물론 모친과 형제들에게도 악몽과 같은 것이었다. 나와 가족들에게 필요한 것은 평화였다. 나는 보복의 악순환을 끊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마음의 평화를 찾아 가족들과 함께 그곳을 떠나기로 결심한 것이다.

이러한 내 여정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과도 연결된다. 부친의 죽음으로 나는 왜 세상에 이렇게 폭력과 불의가 넘쳐흐르는가의 문제를 깊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고 내적 평화를 추구하기 위해 독서에 열중했다. 그렇지 않고는 못살 것 같았다. 그래서 또 다른 폭력과 보복의 길보다는 평화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그런 여정 중에 나는 영국 퀘이커교 부부 스튜워트와 윌레미나 모튼을 만나게 되었다. 그 부부는 내게 세계평화단체와 평화활동가들을 소개해 연결해 주었고 국제적 평화연대의 중요성에 대해 눈을 뜨게 해주었다."

- 오는 18일부터 24일까지 방한할 예정인데 이번 방한의 목적과 한국에 있는 동안의 계획은?

"'전쟁없는세상(World Without War, http://www.withoutwar.org/)'은 한국의 평화운동단체로 전세계 평화운동가 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다. 이 단체는 무기거래반대, 한국의 양심적병역거부자(대체복무자)지원, 비폭력운동을 하고 있다.

오는 18일 오후 2시~6시까지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리는 '[국제컨퍼런스] 대체복무를 돌아보며: 문제점과 개선점'에 참여할 예정이다. 또 19일 오후 1시~3시까지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열리는 '[국제컨퍼런스] 아시아의 병역거부'에도 참여한다. 이 컨퍼런스는 '전쟁없는세상'과 '국제전쟁저항자모임' 등이 공동주최한다.

위 컨퍼런스에서 우리는 한국, 러시아, 대만, 터키, 이스라엘, 핀란드 등의 양심적병역거부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것이다. 또한 양심적병역거부자들을 위한 국제연대방안을 논의하고 모색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한국퀘이커모임, 피이스모모, 한국 AVP도 방문할 예정이다. 또 주한미군철수, 남북평화를 위한 평화캠페인에도 참여한다."

-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 그리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WRI는 이런 전쟁을 해결할 단기적 해결책은 없다. 우리는 장기적 안목으로 우리단체의 주요원칙인 '전쟁은 반인륜적인 범죄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종류의 전쟁도 지지하지 않으며 전쟁의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한다'를 명심하며 활동한다.

둘째, 우리는 위 나라들의 민초 평화운동가들을 지원하며 국제간 충돌도 비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을 호소한다.

셋째, 우리는 전세계 네트워크를 통해 반전 국제연대를 위한 캠페인을 진행한다. 우리는 국제분쟁에서 항상 '중립적'이고자 노력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도 즉시 전쟁을 멈추라고 촉구하고 있다.

넷째, 우리는 우리단체의 국제적 외교적 관계, 경험, 기술을 활용하여 국제분쟁과 위기 상황을 국가 간 대화를 통해 해결시키고자 노력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인간이 궁극적으로 폭력 보다는 비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욕망과 욕구가 있다고 확신한다. 그래서 우리는 살기 좋은 세상, 전쟁 없는 세상을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다."

지난 2013년 6월 유엔 인권최고대표부가 발행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대한 분석 보고>에 따르면 전 세계 양심적 병역거부 수감자 723명 중 한국인이 무려 669명이었다. 전 세계 전체 병역거부 수감자 중 92.5%가 한국이라는 이 조그만 나라의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1948면 군 창설 이후 의문사 한 사람은 무려 3만9천여 명이다. 한국의 인권경시와 국가폭력의 풍조를 반영하는 생생한 현주소다. 이런 면을 염두에 두고 '전쟁없는세상' 최정민 활동가에게 아래 질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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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없는세상' 최정민 활동가 ⓒ 최정민

  
- 현재 한국의 양심적병역거부자 현황은 어떻게 되나?

"지난 2019년 대체복무제도가 도입되어 올해 10월 말 첫 대체복무자들이 복무를 마치고 사회로 복귀했다. '전쟁없는세상'이 오는 18일 개최하는 이번 국제회의도 그 시기에 맞춰 한국 대체복무제도의 현황과 문제점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현행 한국의 대체복무는 군복무 기간의 2배(3년)에 교도소에서만 복무할 수 있어 처벌적이라고 본다."

- 한반도가 분단 상황이고 종전이 아닌 정전상황에서 대체복무제를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이 지금도 있는 것 같은데?

"과거에 이런 비판들이 병역거부를 인정할 수 없는 논리로 많이 사용되었다. 하지만 현재 대체복무제도가 시행된 지 3년이 지났고 위와 같은 우려는 현실적으로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요즘에는 별로 듣기 어려운 비판이 되었다. 만약 지금도 그런 얘기를 하는 분들이 있으면 이미 시행되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답하겠다."

- 마지막으로 남북의 긴장완화를 위해 우리의 어떤 노력이 더 필요할까?

"남과 북의 사회운동이 성장하고 시민들끼리 만나야 한다는 것 정도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북은 어떤지 잘 모르겠고 남측은 시민단체들이 이런 긴장 해소를 위해 많은 활동을 하고 있고 최근 한반도 종전 평화캠페인 같은 활동이 매우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섭해쉬 캐틀(Subhash Kattel)씨는
- 대학과 대학원에서 사회학 전공 그 후 지난 21년간 평화운동가로 활동.
- 2008년 네팔에 AVP 시작하며 네팔 토지개혁 운동에 관여.
- 인권평화운동 교재 집필, 편집, 번역.
- 1996년-2006년 네팔 여성과 아동을 위한 인권운동 전개
- 2008년부터 AVP 진행자로 지금까지 200여개 워크숍 진행
- 네팔 시민단체 사무총장으로 2년간 근무하며 여러 국제시민단체 활동 참가

섭해쉬 캐틀씨는 오는 11월 18일 열리는 컨퍼런스가 끝나고 11월 24일까지 한국에 머무르며 한국의 평화활동가와 인권운동가들을 만나고 싶어 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 섭해쉬 캐틀씨 이메일 주소로 직접 연락 바랍니다. 

subhash.peace.nepal@gmail.com
 
최정민씨는
전라도 출신의 아웃사이더 기질을 가진 부모 덕분에 일찍이 사회의 불평등에 눈을 떴다. 학생운동 시절을 거쳐 평화인권연대라는, 지금은 사라진 단체에서 병역거부 관련 활동을 했다.

2012~2018년에 두레방에서 일하며 이주여성 관련 활동도 했다. 현재는 '전쟁없는세상'의 비폭력프로그램 코디네이터로, 비폭력 트레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대체복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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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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