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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적 '부활절 패키지'에도... 이유 있는 독일의 자신감

[에너지 전환, 그 중심에 가다] 탄소중립 목표 2045년으로 앞당긴 독일서 벌어지는 일

등록 2023.10.12 16:58수정 2023.10.13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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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전환연구소는 2주간(9월 10일~25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후 급변하고 있는 유럽사회의 에너지·기후 관련 현장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독일과 네덜란드에서 지역과 마을 단위로 전환의 과정과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다양한 도시와 장소, 연구기관, 의회 등을 방문합니다. 이를 통해 실제로 유럽사회의 성과와 여전히 남은 과제와 한계에 대해 일곱 차례에 걸쳐 연재합니다. [기자말]
지난달 20일, 영국에서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시기를 당초 2030년에서 2035년으로 미룬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일주일 후 자국의 에너지 안보를 이유로 북해 유전의 신규 개발사업을 승인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동안 탄소중립 이행 선두국가로 평가받아왔던 국가의 탄소중립 역행 조치이자 회의적 시각을 갖게 하는 발표였다.

경제불황 속에 국제협약의 탄소중립을 이행하는데 힘들지 않은 나라가 있을까? 자국의 경제적 이익과 되돌릴 수 없는 기후환경 사이에 현명하면서도 정의로운 선택의 끊임없는 압박과 고민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영국과 더불어 유럽 기후환경의 선도적 역할을 해 온 독일은 어떠할까?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천연가스 공급문제와 치솟는 에너지 가격, 게다가 지난 4월 마지막 남은 3기 원자로의 영구 중단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 기후선진국의 대표 주자인 독일은 분명 힘든 과정 속에 있다. 과연 유럽을 대표하는 독일의 기후환경 정책은 그들이 기획한 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일까? 약속한 시간에 대한 문제는 없는 것일까? 일부에서 말하는 독일의 위기인가?

마침 한 달간 독일에 머무는 동안 녹색전환연구소(소장 이유진) 연구진들의 도움으로 이 곳의 씽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는 베를린 아고라와 아델피 연구소의 주요 정책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2030년까지 80%까지 재생에너지 확대, 독일의 도전적 정책은 가능할까?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2022년 연방의회가 선택한 '부활절 패키지' 정책으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당초 약속한 40%에서 80%로 올려야 한다. 지난 수년간 가장 규모가 크고 도전적인 정책이다. 지금까지 성공적인 재생에너지 생산을 해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해왔던 계량 성과의 3배를 더 달성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분야가 타 분야에 비해 투자의 우선순위에서 우위를 점하고, 시민의 일상에서 불편함으로 이어지는 현상이 집권당의 지지율 저하로 나타난다고 해석하는 견해가 많다.

기후환경 정책을 맡고 있는 녹색당에 대한 비난이 거세고 집권당의 지지율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야당에서 원전에 대한 재해석이 정치적 공격(?)으로 조심스럽게 나올 정도라고 하니, 서두에 언급했듯이 분명 정치적,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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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아고라연구소 미라벤젤 팀장이 에너지전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녹색전환연구소

 


하지만, 정치적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이 곳 전문가들의 견해는 단호하다. 독일의 기후환경 정책의 씽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는 아고라 연구소의 정책자료와 각 부문별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해보면, 위기라기보다는 새로운 버전의 법적, 제도적 보완 장치들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지고 있으며, 그들의 방식으로 각 부문별 실천 단계를 촘촘히 설정해놓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다시 말해 분야별 시나리오 단계를 설계해놓고 하나씩 정리해 나가는 방식을 선택하고, 이에 더해 주민 수용성을 고려한 법적 보완 장치들을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는 방식이다. 에너지 전환 정책과 이행방안을 설명하면서 불확실성에 대한 의문은 커녕 거침없이 그들의 비전과 방향과 과정을 단계별로 설명한다. 과연 그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순항하는 독일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이미 지난 2022년말 독일의 재생에너지 비율은 47%로 발표되었으며 2023년 10월 현재 53%에 이른다고 한다. 6년 2개월 후 80% 달성은 가능하며,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태양광 부문은 산업형 집적단지와 병행한 가정형 태양광이 베란다형으로 확산되기 시작하였으며, 모듈의 다양화와 인버터의 성능 향상으로 재생에너지의 중심 역할을 지속할 것이다. 또한 지붕의 태양광을 100기가와트 이상 가능하게 하며, 나대지에 태양광 설치의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는 솔라 페키지 법안이 현재 연방 하원에 계류 중이다.

풍력에 거는 기대가 크며, 2030까지 육상풍력 115기가와트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16개 연방주별로 각 주의 면적의 2%(2027년까지 면적의 1.4%, 2032년까지 2%)는 육상풍력 지역으로 지정하도록 한 내용이 명문화되어 장기적으로 가능한 장치가 마련되었다. 다만 각 주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육상풍력 수용성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아고라연구소 미라 벤젤 팀장의 설명이다.

수송부문에서 전기차가 현재 100만 대 이상이고, 2030년까지 1500만 대가 목표이다. 독일에서 매년 판매되는 자동차 수가 300만 대인데, 그 중 절반이 전기차이어야 가능한 수치이다. 하지만 스테판 녹색당 의원에 의하면, 연방정부의 교통정책에 따라 현재 170개 이상의 법률이 개정되었으며, 동분야 목표 달성을 위해 비교적 순항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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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퍼탈연구소의 티몬 베넬트(Timon Wehnert) 베를린 지부장이 독일의 에너지, 난방, 수송, 자원순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안병철

 
기존의 패시브 방식에 더해서 건축분야의 중심에는 히터펌프가 있었고, 공공건축에서 가정에 이르기까지 이미 열에너지 전환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신규건축은 물론, 기존 건축의 리모델링 경중에 따라 경제적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지속적인 실험과 다양한 적용 범위 등 히터펌프에 대한 연구와 기술적 진화의 기대는 예상보다 넓고 컸다.

도전적인 독일 탄소중립 정책의 배경 

독일에는 상트페트, 팰트하임, 윤데, 슐뢰벤, 마우엔하임 등 180여개의 바이오에너지 마을이 있다. 전력의 100%와 열 에너지의 50%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사용해야 하고, 지역주민의 지분이 50% 이상 있어야 인증받을 수 있는 마을들이다. 지역에서 에너지 전환을 실천할 수 있는 이상적인 공동체 유형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이 마을들의 대표적 재생에너지인 바이오 에너지는 그 생산방식에서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2012년 이후 10여년간 꾸준히 독일 재생 에너지의 10% 전후를 차지해왔던 바이오에너지는 우드칩 연소와 바이오가스 생산 방식에 대한 재고의 목소리가 높다. 바이오가스 생산을 위한 축분의 혼합 원료인 옥수수밭은 대단위의 토지를 필요로 하며, 이는 토지이용 효율성의 문제로서, 바이오가스 생산에 대한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또 하나의 이유는 풍력과 태양광의 보완재로서 지역난방의 에너지 효율을 책임져 왔던 바이오가스가 히터펌프의 기술적, 경제적 안정이 진행될 즈음 그 역할을 재고받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바이오가스는 또 다른 방식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 메탄 생산을 위한 축분 혼합물의 발효 조건에 대한 연구와 음식물쓰레기를 포함한 자원순환적 측면에서의 순기능은 현재 10%대의 재생에너지 비율을 꾸준히 이어가게 할 가능성이 높다. 어떻게 하든 독일은 바이오가스와 히터펌프 개발의 두 분야 모두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지역적, 환경적, 산업적 특성에 맞는 선택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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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대표적 바이오에너지 마을인 펠트하임 ⓒ 안병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 자원이 주로 북쪽에 위치하고 있어 남쪽의 산업 집적시설로 이를 보낼 송전망이 충분히 보완되어야 할 상황이다. 따라서 2030년까지 대대적인 전력망 확장이 필요하며, 기술적 전문성, 시스템 서비스 등 전력망 운영 면에서 훨씬 더 많은 개선과 활동이 필요하다.

독일은 2045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에너지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각 부문별 목표 설정과 이행점검 시스템을 구축해가고 있으며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법 제도와 정책을 지속적으로 갱신하고 있다. 이미 시작된 산업대전환은 예상보다 빠른 속도와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급속히 확산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기후경제권 선점의 중심에 독일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청년 활동가들이 정부의 미진한 기후대응 목표가 '미래세대의 자유권'을 침해한다는 헌법소원 제기를 헌법재판소가 인용하여 탄소중립 목표를 2045년으로 앞당긴 나라다. 독일은 이를 지원하기 위한 법 제도를 지속적으로 수정하고 개정하고 있다. 그들은 여전히 진화를 거듭하고 있으며, 스스로 설정한 목표에 가장 정확히 도달할 나라가 되지 않을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녹색전환연구소 자문위원입니다.
#탄소중립 #에너지 #독일 #재생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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