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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간20분 영장심사... 이재명, 판사 앞 직접 항변

"도지사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수사, 안타깝고 억울"...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대기

등록 2023.09.26 20:43수정 2023.09.26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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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동 개발비리 및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대기하기 위해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 유성호

 
영장실질심사만 9시간20분이 걸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8시간40분(2017년 3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8시간30분보다 길었다. 미리 준비한 미음으로 저녁 식사를 하고 나온 시간까지 합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구속영장심사가 열린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321호 법정에 머문 시간은 9시간50분이었다.

마지막에 혈압 등 건강 진단을 받은 이 대표는 저녁 7시50분경 법정을 나와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이 장소에서 이 대표는 구속영장 발부/기각 여부가 결정되기까지 대기한다.

이 대표가 법원을 나올 때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이 여러 질문을 쏟아냈지만, 이 대표는 지팡이를 짚은 채 천천히 걸어갈 뿐 묵묵부답이었다.

26일 이 대표 측과 검찰 양측은 사활을 걸고 영장실질심사(서울중앙지방법원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에 임했다. 특히 이 대표는 사상 최장 24일간의 단식 후유증으로 기력이 쇠약해진 상황에도 불구하고 판사 앞에서 짧지만 직접 검찰 수사와 영장 청구의 부당성을 항변했다. 반면 검찰은 약 1600쪽 의견서에 500장 분량의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통해 범죄 혐의의 소명과 증거인멸 우려를 주장했다.

심사를 마친 변호인 측은 "증거인멸 우려에 대해서는 2개 검찰청이 1년 반에 걸쳐 광범위한 수사를 해서 인멸할 증거가 없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며 "법리상 죄가 안 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인멸의 우려까지 갈 필요도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고 말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진술을 번복시켰다는 검찰 측 주장에 대해서는 "(검찰이) '피의자 측'이 그렇게 했다는 표현을 쓰는데, 피의자가 했다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라며 "변호사들이 그런 애매한 주장에 대해 문제점을 많이 지적했다"고 말했다.

최종 결정은 27일 새벽에야 나올 것으로 보인다. 가장 오랜 시간 동안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던 서욱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경우 다음날 새벽 4시55분 영장이 발부됐고, 박 전 대통령의 경우 다음날 새벽 3시 4분, 이재용 회장은 새벽 2시 3분쯤 결과가 나왔다.

백현동과 대북송금 각각 2시간40분씩 공방... 법정서 미음으로 점심·저녁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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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동 개발비리 및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대기하기 위해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 유성호

 

9시간 20분 영장심사 마친 이재명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대기 ⓒ 유성호

 
오전 10시를 조금 넘어 시작한 이날 심사는 오전 약 2시간40분 동안 백현동 개발사업 관련 배임 혐의에 대해 공방이 오갔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비선 실세'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에게 백현동 개발 사업의 특혜를 제공하고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사업에서 배제해 공사에 200억 원의 손해를 끼친 점이 명백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이 대표 측은 해당 사업으로 성남시가 1000억 원의 이익을 벌어들였는데 200억 원을 더 벌지 못했다고 배임죄를 적용한 것은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낮 12시43분 1차 휴정했고, 이 대표와 변호인단은 법정 내부에 마련된 공간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이 대표는 오랜 단식 이후 회복 치료 중이기 때문에 미리 병원에서 준비해온 미음을 먹었다. 오후 1시경 변호인단 식사 용도로 김밥이 법정에 들어가는 모습이 취재진에 목격되기도 했다.

오후 1시20분부터 심사가 재개됐다. 이때부터 오후 4시까지 약 2시간40분 동안 대북송금 관련 제3자뇌물 등 혐의에 대해 공방이 오갔다.

관계자들이 드나들기 위해 법정 문이 여닫히는 사이 안에서는 종종 큰 목소리가 새어나오기도 했다. 이 대표도 기력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직접 진술을 했다. 이 대표 측 변호사는 "이 대표도 조금 말하고 있다"면서 "기력은 별로 안 좋은 상황이지만, 판사가 물어보면 보충해서 말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미 제출한) 진술서와 비슷한 취지로 대답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후 4시부터 15분간 휴정을 했고, 이후 4시15분부터 심사가 다시 열렸다. 이번에는 검사 사칭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한 위증교사 혐의였다. 당초 이 대표가 위증을 강요하는 육성 녹취를 검찰 측이 법정에서 제시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있었지만, 변호인 측에 따르면 법정에서 그런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영장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빨간색 응급구조박스를 든 여성 의료인력이 법정 밖 복도에서 대기했다. 법정에 들어가고 나올 때는 지팡이에 의지한 이 대표는 법정 안에서는 휠체어를 탔다. 영장심사 도중 건강상태에 대해서는 판사가 묻지 않았고 이 대표 측도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마지막 이 대표의 최후진술에 대해 변호인은 "재판장님의 질문에 (이 대표가) 짧게 본인 의견을 피력했고 많은 말씀을 하지는 않았다"면서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공적 개발을 추진한 이후 세상의 공적이 돼버린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고, 도지사가 된 이후에 하루도 빠짐없이 수사가 이어지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과 억울함을 많이 말씀하셨고, 한푼의 이익도 취하지 않은 것도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오전출두 현장] 한쪽은 치명상... 의료인력 대기한 채 이재명 영장심사 시작 https://omn.kr/25sx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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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동 개발비리 및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자, 지지자들이 “이재명”을 부르며 연호하고 있다. ⓒ 유성호

 
 
#이재명 #검찰 #백현동 #대북송금 #영장실질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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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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