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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앞두고 이승만기념관 또다시 띄운 정부, 가당치 않다

[박도의 치악산 일기] 제156화 - 이승만기념관과 건국절 논란

등록 2023.08.10 14:31수정 2023.08.10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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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광복절 기념식장에 참석한 맥아더 장군(왼쪽)과 초대 이승만 대통령(1948. 8. 15.) ⓒ 맥아더기념관

 
뜨거운 논란, 동시에 짜증나는 논란

올 여름은 유난히 무덥고 길고 지루하다. 오랜 더위 못지 않게 뜨겁고 짜증나는 논란이 있다. 바로 '이승만기념관'과 '건국절' 논란이다.

지난 3일 한 보수 원로 정치인은 언론에 배포한 문서에서 "이승만 대통령을 신격화하여 건국 대통령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런 괴물 기념관이 건립된다면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며칠 뒤인 9일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 정치인은 독립유공자 기념행사에서 "이승만 대통령기념관 건립에 팔을 걷어붙이고 돕겠다"고 했단다. 어느 말이 그의 진심인지 혼란스럽다.

8월 15일만 되면 고개를 드는 '건국절' 논란도 짜증을 더 한층 부채질한다. 내가 학창시절 사회시간에 우리나라 헌법을 배울 때 그 전문을 줄줄 왼 적이 있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헌법 전문의 정체성이 아직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면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아직도 계승하는 것이다. 그런데 헌법에 명확하게 밝혀져 있는 이 나라의 근본을 '건국절'이라는 이름의 논란이 혼란스럽게 한다. 이것은 국론을 분열시키는 것은 물론, 불필요한 소모적 논란이라고 본다.

나는 지난 2019년 4월 우리나라 어린이들을 위해 사계절출판사의 제안으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라는 책을 펴냈다. 그간 유지돼오던 헌법의 가치를 다시 한 번 강조한 책이다. 아래는 그 책의 후기인 '작가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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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 표지 ⓒ 사게절출판사

 
대한민국임시정부는 대한민국의 뿌리이다.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었다. 그러나 이날 수립된 대한민국 정부는 새로 세운 게
(건국한 게) 아니라,이전의 대한민국임시정부를 계승하고 재건한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제헌 헌법'에 임시정부를 계승, 재건했으며 임시정부의 법통을 넘겨받은 것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의 이름은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은 1919년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 우리는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나라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다.

1919년 3월 1일 우리는 대한의 독립을 선언하고, 그해 4월 11일 중국 상하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세웠다. 대한민국은 일제 식민 지배를 부정하고 세운 나라다. 우리나라가 한때 일제에 나라를 빼앗기고 식민 지배를 받았지만 우리의 역사는 결코 단절되지 않았다.

우리 조상 상당수가 빼앗긴 나라를 되찾고자 독립운동을 했고, 그 과정에서 우리 겨레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발전시켰다. 대한민국임시정부는 오늘의 대한민국 뿌리이자 그 기원이다. 우리 모두는 자랑스러운 조국 대한민국을 자손대대로 이어가야 할 의무와 권리가 있다.
대한민국 100(2019)년 새해 아침


- 박도 지음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 1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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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근교 산골짜기에서 부역 혐의자 처형 장면(1951. 5. 3.). 6.25전쟁 직후 한때 유행어였던 '골로 가다'라는 말의 어원 현장. 부역자들은 자기들이 소지한 삽과 괭이로 자기 무덤을 스스로 판 뒤 그 자리에서 처형을 당했다. ⓒ NARA

 
우매한 백성들을 죽음의 골짜기로 보낸 대통령

나는 1945년에 태어난 해방둥이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역대 대통령 재임시절을 온몸으로 겪어왔다. 그러면서 그분들을 멀리서 때로는 가까이서, 그 가운데 몇 분은 다정하게 악수까지 한 이야기들을 최근에 <대한민국 대통령 - 그 빛과 그림자>라는 제목의 책으로 한 출판사(삼인)에서 엮어 펴냈다.

정부가 나서서 이승만기념관을 짓겠다는 이 와중에 이승만 대통령 이야기 편 맨 마지막 부분을 공유한다. 지금 시국에 의미가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한 인물의 공과에 대한 정당하고 바른 평가는 사후 일백 년은 지나야 내릴 수 있다고 한다. 아마도 유족이나 추종자들이 모두 사라진 이후라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는 말일 게다.

강대국이 그어놓은 분단 상태의 한반도에서 정부를 재건시키는 산파 역은 매우 힘든 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승만 대통령은 우매한 백성들을 너무나 많이 죽음의 골짜기로 보냈다.

나는 미국 메릴랜드 주의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과 버지니아 주 노퍽의 맥아더기념관에서 이승만 대통령 재임 시절에 있었던 숱한 학살 장면 사진들을 두루 살펴보았다.

당시 미군정하 대한민국을  재건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항변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 눈에 비친 이승만은 대한민국 대통령이라기보다 미국이 국익을 위해서 내세운 인물로 보였다. 그는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으로 나라를 민주 국가 반석 위에 올려놓는 대신, 미국을 등에 업고 헌법 위에 군림한 초법주의자로,  자신의 임기 연장을 위해 헌법을 고친 아주 나쁜 선례를 남긴 인물로 역사에 남아 있다.

그가 자기 손으로 만든 헌법을 지키면서 민의에 따라 물러났더라면 지금의 광화문 광장은 어쩌면 '이승만 광장'으로 명명됐을지도 모른다. 또한 그 광장 네거리에는 '건국 대통령', 곧 '국부'로 그의 동상이 우뚝 솟아 있었을지도.

- 박도 지음 <대한민국 대통령> 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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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대 대통령 취임을 경축하고자 남산공원에 이승만 동상을 세우고 있다. 4.19때 이 동상은 시민들 손에 철거된 뒤 쇠사슬로 묶여 종로와 을지로에 끌려 다녔다. 제발 현충원에 고이 잠드신 이승만 전대통령을 더 이상 욕 보이지 않기를... ⓒ 국기기록원

 
#건국절 #이승만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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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은퇴 후 강원 산골에서 지내고 있다. 저서; 소설<허형식 장군><전쟁과 사랑> <용서>. 산문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대한민국 대통령> 사진집<지울 수 없는 이미지><한국전쟁 Ⅱ><일제강점기><개화기와 대한제국><미군정3년사>, 어린이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청년 안중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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