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8만명 밥벌이가 걸렸다"... 전기차 늘어날수록 불안한 사람들

[인터뷰] 대전시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 이동무 이사장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것 같아요"

등록 2023.07.04 14:21수정 2023.07.04 14:21
11
원고료로 응원
a

이동무 이사장 대전시 유성구 궁동에서 24년째 카센터를 운영 중이다. 사람을 만나는 데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 ⓒ 김선재

 
대전 유성구 궁동에서 카센터를 운영하는 이동무 대표는 2000년 5월 카센터를 개업했다. 햇수로 벌써 24년째 동네에서 자동자 정비일을 하는 중이다.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가장 보람 있었던 것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었다. 그에게 정비일은 처음에는 그저 '차를 고쳐서 돈을 버는 일'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차츰 '차를 매개로 사람들과 좋은 인간관계를 쌓은 일'로 바뀌어 갔다. 오래 인연을 맺은 손님들은 자동차가 바뀌어도 매번 이 대표의 카센터를 찾아왔다. 손님들은 자신의 가족과 지인들을 카센터에 소개했고, 이 대표 역시 오랜 기간 손님들의 인생을 옆에서 지켜보며 세월을 보냈다.

그런데 최근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는 카센터가 없어지고 있다. 카센터를 찾는 손님이 줄어들고, 카센터가 문을 닫는다. 정비 업계의 근본을 뒤흔드는 지각 변동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바로 전기차다. 지난 6월 22일 이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전기차 날로 확대, 자동차 정비업계 대책 전무... 불안하다"
      
"날벼락 같은 얘기였죠. 갑자기 탄소 중립 정책 이런 것들을 이야기하면서 '전기차 보급을 엄청나게 빨리 확대하겠다'고 했으니까요. 그래서 그때 갑자기 노후 경유차 폐차도 하게 되고 전기차에 보조금이 나왔죠.

자동차 정비업계는 불안감에 휩싸였고, 정부에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었습니다. 소비자들에게는 보조금까지 주면서 차를 폐차시키고, 또 보조금 주면서 전기차로 바꾸게 하는데요. 정비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대책이 없었고, 지금도 어려워요."


2021년 2월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제4차 친환경자동차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2025년에는 신차 판매의 51%를 친환경차로 보급하고, 2030년에는 신차 판매의 83%까지 친환경차로 채운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30년에는 17년과 비교해 온실가스 배출을 24% 감축하는 목표다.

실제 올해까지 전기 및 수소차 대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2023년 친환경차는 전년 대비 43만 1000대, 37.2%가 증가했다. 친환경차는 총 159만 대로 이중 전기차가 39만 대를 차지한다. 하이브리드차가 117만대, 수소차는 3만대다. 이중 전기차가 전년 대비 68.4%가 늘어나 가장 증가율이 높다.


전기차는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와 근본 구조가 다르다.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에는 2만5000개에서 3만 개 정도의 크고 작은 부품이 들어간다. 전기차는 1만5000개 부품이면 충분하다.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절반에서 1/3 수준이다. 부품이 적으니 부품업계가 처음으로 타격을 입었다. 이어 정비업계가 타격 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도 전기차가 많이 들어오죠. 테슬라, 현대차, 기아차, 벤츠도 들어와요. 그런데 이 차들 내연기관 없고, 오토 트랜스미션 없죠. 기계식 트랜스미션 없고요. 테슬라 전기차 리프트에 올리고 타이어 빼보면 한숨 나오죠. 바닥에 배터리 붙어있고, 시트 밑에 모터, 종감속기어 달렸고요. 드라이브 샤프트 달린 거 그게 다예요.

오일 종류라고는 종감속기어 안에 있는 오일, 그거 한번 교환하면 되죠. 예전에 있었던 엔진오일이라든지 벨트, 부동액, 기타 기계적으로 회전하면서 망가지는 부분 이런 것들이 많이 사라졌죠. 서스펜션, 브레이크, 타이어 정도만 손볼 수 있게 남았어요. 카센터에서 손보는 영역이 확 줄었죠.

미래자동차라고 해서 실내 대시보드에 있던 것들이 다 액정 화면으로 바뀌고 터치로 바뀌었어요. 옛날처럼 기계식으로 간단하게 정비할 수 있는 부품들이 갑자기 다 사라져 버렸죠. 전기차가 고장나면 전자제품 교환하고, 코딩으로 전부 리셋하는 게 주요 수리 방법인데요. 그런데 사실상 그런 고장은 거의 발생이 안 돼요."


정비할 게 없다

수리하고 정비할 것이 없으니 자연스레 손님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 전기차가 증가하면서 폐업한 카센터가 많다.

제주도는 국내에서 전기차 보급이 가장 앞서가는 지역이다. 2012년부터 '탄소 없는 섬'을 선언했고 2030년에는 전기차 비율이 86%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제주도 전기차 보급 확산 정책이 지역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2030년에 수리 정비업 종사자는 절반으로 줄고, 업체수 역시 484개에서 357개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 업체의 평균 매출도 줄었다. 2017년 5억5900만 원에서 2021년 5억1000만 원으로 4년 새 4900만 원이 감소했다.

비단 이런 경향은 제주도만의 일이 아니다. 이동무 대표가 대전시 자동차 전문 정비 사업조합 이사장을 맡은 지난 3년간, 대전에서도 1년에 10개씩 모두 30개 업체가 문을 닫았다. 전국에 있는 카센터가 2만5000곳에서 3만 곳 정도로 추산된다. "종업원들까지 하면 대략 8만여 명 정도의 종사자들에게 당장 생계 문제가 생기게" 됐다.

"석유화학 공업이나 제철 공업이나, 우리나라 중화학공업이 기간산업으로 많이 있는데요. 그런 데서 발생하는 탄소는 하루아침에 줄이기가 쉽지 않겠죠. 그러니까 자동차 운행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쪽으로 집중을 하지 않았나 싶어요. 다른 파트는 산업구조를 조정하기가 단순하지 않은데요. 자동차는 그래도 노후차 보조금 줘서 폐차하고, 전기차 보조금 줘서 구입하게 하고... 그러면 사람들이 그런 유인에 의해서 많이 바꾸게 되니까. 다른 부분에 비해서는 비교적 쉽게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파트죠.

산업통상자원부나 국토교통부는 매년 이런 기조에 발맞춰서, 내연기관 부품 만드는 회사를 모아 결의대회도 하고 보조금도 지급하면서 구조 전환을 촉진합니다. 그런데 우리 업종은 서비스업이다 보니까 중소벤처기업부가 관장 하는데요. 특별한 정책이 없습니다. 결국 우리는 소상공인과 같은 입장이라 환경부, 산자부, 국토부 쪽에서 지원하는 지원을 전혀 못 받고 있어요."


산자부는 2021년 '자동차부품기업 미래차 전환 지원전략'을 발표하고 부품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대대적인 계획을 세웠다. 기술, 자금, 인력, 공정 등 4대 지원수단 확충이 주요 내용이다. 2030년까지 1000개 업체를 지원한다. 2021년 한 해에 세운 예산만 2826억 원이었다.

반면 카센터 주유소 가스충전소는 자영업자로 분류된다. 관할하는 부처도 다르고 특별한 지원 대책도 없는 실정이다. 자동차 전문 정비사업조합은 여러 정부 부처를 찾아가 봤지만 아직 뚜렷한 답을 듣지 못했다. 정부의 강력한 정책추진에 의해서 카센터 업계가 급격히 어려움을 겪게 됐으니, 그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카센터 업주들의 주장이다.

"이런 논의들을 대통령 직속 기구인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서 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희 쪽에는 실태조사조차 없습니다. 지금 저희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일단 교육이에요. 새로 교육을 받아야 바뀐 시스템에 적응해서 살아남을 수가 있거든요. 아니면 연세 드신 분들은 전업이나 폐업도 하시는데요. 평생 이 일을 하다가 갑자기 폐업을 하거나 다른 일을 하면 막막해지거든요. 그에 대한 보조금도 필요합니다.

새로운 지식을 배우기 위한 교육, 그리고 다른 일을 하기 위해 배우는 교육이 필요해요. 정부 정책으로 어떤 피해자들이 양산이 되면, 그에 필요한 것들은 정부 재정으로 할 수 있도록 대책을 세워주면 좋겠어요. 정부 정책으로 이익을 보는 쪽이 있을 테니, 그런데서 이익을 공유해서 피해보는 쪽에 재투자할 수도 있고요."

 
a

2022년 10월 31일 서울 강남구의 한 전기차 주차장에서 차량들이 충전을 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의 9월 자동차 통계연보에 따르면 9월 중 국내 시장에서 국산 전기차 판매량은 1만3993대로 종전 월간 최다 판매를 기록한 올 7월(1만3143대)를 넘어섰다. ⓒ 연합뉴스

 
"지역 정비사들도 친환경차 정비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해야"

그나마 최근 대전시의회와 지자체가 나서서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대전시의회는 2022년 10월 '대전시 자동차 정비산업 육성 및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대전시는 전기차 정비를 위한 교육에 2억 원 예산을 배정했다. 이 예산으로 열 번에 걸쳐 친환경차 정비를 위한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지역 정비사들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게 이 대표가 세운 당면 목표다.

이 대표는 끝으로 탄소 중립 정책에 반대한다는 건 전혀 아니라 강조했다. 모두를 위해서 꼭 필요한 정책이지만, 정책 추진 과정에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다. 탄소중립정책을 펼치면서 동시에 '정의로운 산업 전환'이 꼭 필요하다는 게 이 대표의 주장이다.

"기술이나 소비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자동차의 시스템이 급격히 바뀔 때, 그것을 유지·관리·보수하는 사람들이 대응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새로운 기술도 익히고 장비도 갖춰야 하는데요. 그 기반을 좀 같이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지금은 정해진 담당 부처나 정책도 없이, 이걸 밀어붙이고 있는데 저희가 상당히 당황하고 있고, 장비나 교육을 다 감당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우리지역에 직업훈련원이나 대학 자동차 학과도 두 군데나 있어요. 이런 곳에 교육 과정을 개설하고 우리 정비사들이 학생으로 위탁돼 배우는 방법은 어떨까 싶어요. 그러면 저희가 보다 손쉽게 가서 배울 수도 있으니까요.

또한 원하는 업소에 전기차 고속 충전기를 저렴한 가격에 설치해 준다든지, 가게의 구조나 장비를 바꿀 수 있게 정책적으로 지원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는 저희를 그저 소상공인으로 보고 있으니까요.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식인 것 같아요. 많이 아쉽습니다."


인류 모두의 생존을 위해 이제 탄소중립 사회로 가는 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시대가 변화할 때 새로 급부상하는 업종도 있는 반면, 쇠락하는 업종도 분명히 존재한다. 카센터 업계가 맞닥뜨린 현실은 앞으로 닥칠 격변의 신호탄일 수 있다. 격변기 속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절실하다.
#카센터 #정비업 #탄소중립 #전기차
댓글11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전의 시민활동가입니다. 우리 지역 현장 곳곳을 다니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마이크가 필요한 분에게 마이크 드리는 것이 제 역할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2. 2 경찰서에서 고3 아들에 보낸 우편물의 전말
  3. 3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4. 4 하이브-민희진 사태, 결국 '이게' 문제였다
  5. 5 용산에 끌려가고 이승만에게 박해받은 이순신 종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