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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진 압박' 잠재운 이재명... 그러나 남아있는 불씨

[이슈] 소통 행보로 '비명계'까지 끌어안았지만... '이재명 체제' 당내 불안감은 커

등록 2023.03.15 18:44수정 2023.03.15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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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좋은미래'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더좋은미래' 대표인 강훈식 의원. ⓒ 남소연

 
"더좋은미래는 당대표와 함께 단결하고 힘을 모아서 실천해나가겠다."

더불어민주당의 현역 의원 50명이 소속된 당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의 대표 강훈식 의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간담회 후 기자들 앞에서 한 말이다. 체포동의안 표결 후폭풍, 경기도지사 시절 비서실장의 사망 등으로 악재가 겹친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다.

이 대표와 더좋은미래 소속 28명의 의원들은 15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간담회를 열고, 2시간 10분가량 민주당의 향후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28명의 참석 의원들이 모두 이 대표에게 의견을 전했고 이 대표는 3~4명의 발언이 끝날 때마다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의원은 간담회가 끝난 뒤 "새로운 당의 모습이 절실한 상황에서 이를 위해서 전면적인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저희는 진단했고, 대표의 결단을 요청드렸다"라고 설명했다. 비이재명계(비명계)가 요구하는 당직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 대표 사퇴론에 대해선 선을 그은 셈이다.

또한 강 의원은 이 대표에 대한 추가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올 경우에 대해서도 "그런 이야기는 논의하지 않았지만, 단결해서 이재명 대표와 함께하겠다는 것으로 함의를 생각해주시면 된다"라고 강조했다. 

'소통과 통합' 행보 이어가는 이재명... 지지자 단속도 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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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이처럼 이재명 대표가 '소통과 통합' 행보를 보이면서,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의 당내 혼란이 수습되고 있는 분위기다. 더불어 '사퇴 압박' 등 거취에 대한 논란은 오히려 잠잠해지는 모양새다. 

더미래 간담회가 있기 전날인 14일, 이 대표는 민주당 2024 총선 공천제도TF를 구성하면서 비명계 의원들을 대거 배치했다. 11명의 TF 위원 중 이해식·문진석 의원을 제외한 9명은 비명계로 분류되며,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이개호 의원을 단장으로 세웠다.


이달 초 차기 총선 공천 때 권리당원의 영향력을 늘리는 방향을 골자로 한 민주당 정치혁신위원회 내부 보고서가 언론에 공개돼 논란이 됐던 만큼, 사전에 공천 룰과 관련된 비명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나아가 비명계에 대해 문자폭탄을 비롯해 온라인 상에서 조직적인 공격을 펴고 있는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에 대해서도 '내부 총질'을 멈춰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표는 지난 14일 서울시 영등포구 당사 '당원존'에서 당원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열고 "우리 모두를 위해서 바람직하다고 하는 일들이 가끔식은 자해적 결과로 나타나기도 한다"라고 말하는가 하면, 최근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을 색출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거의 집안에 폭탄을 던지는 거랑 똑같다"라고 지적했다. 

이낙연 전 대표와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등에 대한 출당 청원에 대해서도 "제가 뭐가 되겠냐"라고 강경한 어조로 지지자들을 질책했다. 지난 4일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내부를 향한 공격이나 비난을 중단해주시길 부탁드린다"라고 밝혔지만, 강성 지지층의 공격이 계속됐다. 이에 '더욱 단호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라는 비명계의 비판을 이 대표가 일부 수용한 것으로 비춰진다.

이 대표는 소통 행보를 계속 이어간다. 더미래 간담회에 이어 일명 '김근태계'로 알려진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소속 의원들과의 면담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늦여름, 연말, 혹은 체포동의안... 퇴진론 '불씨'는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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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본인의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 남소연

 
이재명 대표가 체포동의안으로 불거진 당내 갈등을 수습해나가면서, 당장의 위기에서는 벗어나는 분위기다. 비명계 의원이 주축이 된 연구모임 '민주당의 길' 역시 대선 이후 1년 평가 토론회를 열었으나, 이 대표 거취에 대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 김종민 의원은 토론회가 끝나고 "(이 대표 사퇴에 대해선) 논의한 바가 없다. 논의할만한 의제 아니고, 개별 의원끼리 이야기하는 것"이라면서 선을 그었다.

그러나 당내에서 '이재명 체제'로 총선을 치르는 것이 가능하겠냐는 의구심은 해소하지 못한 상황으로 보인다. 사법리스크를 떠안고 있는 '이재명 리더십'에 대한 불안과 불신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최고위원 중 유일한 비명계로 분류되는 고민정 의원은 13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서 '이재명 체제'로는 선거가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 "아직은 판단의 시기가 아니다"라면서도 "늦여름, 초가을 그 정도 되면 이제 총선을 몇 달 앞으로 남겨두고 있기 때문에 저희 당도 무엇이든지 간에 총선전략을 무엇으로 짜야 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명 내부에서도 언론보도를 통해 '질서 있는 퇴진'에 대한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가 재판이 많아지는 연말에 대표직에서 스스로 물러나면서 불출마를 선언하고, 비대위 체제로 총선을 치르게 된다는 가정이다.

'질서 있는 퇴진'에 대해 공천제도 TF단장을 맡은 이개호 의원은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리 있고 사실에 가까운 이야기"라며 "이재명 대표께서 내년도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어떤 일이든지 반드시 우리가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그런 취지의 발언을 하신 것을 들은 적이 있다"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퇴장'까지는 직접적인 워딩을 안 했기 때문에, 그렇게 단정하기는 어렵다"라면서도 "다만 내년도 (총선) 승리를 위해서 필요한 일이라면 어떤 일이든지 할 수 있을 것 아니냐, 이런 취지의 추측은 충분히 가능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사실상 '질서 있는 퇴진'에 힘을 실은 것이다.

한편 검찰이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백현동 개발 비리 등에 대해 이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해서 국회로 추가 체포동의안이 넘어오게 되는 상황도 이 대표에겐 '퇴진론'이 재차 불거질 수 있는 악재다. 한 비명계 의원은 "결국 불체포특권 폐지 공약이 발목을 잡을 것"이라며 "당도 '방탄'을 하면서 골병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추가 체포동의안이 오기 전에 대표가 결단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퇴진론 #더좋은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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