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시] 용서를 빈다, 대한민국이 희생시켰다

등록 2022.11.08 13:29수정 2022.11.08 13:29
0
원고료로 응원
a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조성된 이태원 압사 참사 추모공간에서 수녀들이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 유성호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
용서를 빈다, 대한민국이 희생시켰다/정세훈

용서를 빈다, 대한민국이 희생시켰다.

서기 2022년 10월 29일 오후 10시 15분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앞
좁은 골목 내리막길 10만 인파에 밀려
압사 희생당한 1백5십6명
대한민국 젊디젊은 아들 딸들아!

용서를 빈다.
대한민국 국민의
늙어가는 한 사람으로써
어미와 아비의 맘으로
용서를 빈다.

주장만 있고 의견과 토론을 무시하는
나만 옳고 상대는 옳지 않은
탓하고 헐뜯고 저주하고 편 가르고
독차지하고 누리고
책임감 없고 사명감 없는
정치와 자본이 득시글거리고,
이에 너도나도 철저히 편승하는
대한민국이 희생시켰다.

주체할 수 있는
눈으로 흘리는 눈물로가 아니라
주체할 수 없는
목구멍으로 흘리는 눈물로
용서를 빈다.

멈출 수 있는
눈에서 나오는 눈물로가 아니라
멈출 수 없는
목구멍에서 나오는 눈물로
용서를 빈다.


소리내어 울 수 있는
눈으로 우는 눈물로가 아니라
소리내어 울 수 없는
목구멍으로 우는 눈물로
용서를 빈다.

아들 딸
자식이 죽었을 때
눈 대신 목구멍으로 우는
어미와 아비 맘으로
용서를 빈다

목구멍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하루하루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하늘과 땅의 맘으로
용서를 빈다.

너무 슬퍼서 용서해 달라는 말 차마 못 하겠다.
너무 부끄러워 용서해 달라는 말 차마 못 하겠다.
너무 면목 없어 용서해 달라는 말 차마 못 하겠다.
너무 염치없어 용서해 달라는 말 차마 못 하겠다.
그저, 그저, 용서만 빈다.

서기 2022년 10월 29일 오후 10시 15분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앞
좁은 골목 내리막길 10만 인파에 밀려
압사 희생당한 1백5십6명
대한민국 젊디젊은 자식들아!
첨부파일 추모시.hwp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이 기사는 연재 이태원 압사 참사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4. 4 경찰서에서 고3 아들에 보낸 우편물의 전말
  5. 5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