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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의 주옥같은 한마디... 교사들 사이에서 쏟아진 탄식

[주장] 기초학력 미달 학생 때문에 일제고사 시행? 현실 모르는 소리

등록 2022.10.17 14:57수정 2022.10.17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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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번엔 윤석열 대통령의 교육 관련 발언이 종일 화제가 됐다.

지난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 때 윤 대통령은 '제1차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을 보고 받으며 "지난해 고등학교생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수학, 영어 수준이 미달하는 학생이 2017년 대비 40% 이상 급증했다"라며 "지난 정부에서 폐지한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를 원하는 모든 학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발언 이후 야당과 교육 관련 시민단체들이 '일제고사 부활'을 우려하며 반발하자,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일제고사나 전수 평가를 부활하겠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라며 "자율평가에 참여하겠다고 의사를 표명한 경우에 평가에 참여하도록 그렇게 운영을 할 예정이다"라고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일제고사 부활 논란'은 약 하루 만에 사그라졌지만, 이를 지켜보는 교육자들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어떻게 대통령이라는 분이 공교육에 대해 이렇게 문외한일 수가 있죠?"

동료 교사들 사이에 탄식이 쏟아졌다. 공동체의 미래를 향한 비전은커녕 우리 사회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다는 거다. 대통령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주옥'같았다. 당장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급증 원인을 시험이 없어서라고 단언하는 단순한 발상이 다소 놀라웠다. 시험 점수와 등급으로 을러대며 공부시킬 수 있는 아이들은 넓게 잡아야 중상위권 정도다. 하위권 아이들 대부분은 시험 성적에 초연하다.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와 일제고사의 폐해, 잊었나

단 한 번이라도 시험장에 와보셨는지 모르겠다. 수험생 모두가 인생을 결정짓는다고 믿는 수능 시험에서도 하위권 아이들의 태반은 그냥 찍고 엎드려 잔다. 애써 시험 문제를 풀든 요행을 바라며 찍든 결과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그들은 숱한 경험을 통해 알아버려서다.

수능이 그럴진대, 학교 시험은 차라리 쉬는 시간이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를 '학기 중 휴가'로 여기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여느 날보다 일찍 하교해서 마음껏 놀 수 있기 때문이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뿐 아니다. 시험 성적에 초연한 아이들이 교과별로 부과되는 수행평가에 관심을 둘 리도 만무하다. 누구를 대상으로 하고 뭐라 이름 짓건 간에, 이미 공부를 포기한 아이들에게 시험은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일제고사가 부활할지도 모른다는 뉴스에 대한 아이들의 반응이 천차만별인 이유다. "지금도 힘든데…"라며 말끝을 흐리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그러거나 말거나 심드렁해하는 아이도 있다. 수업을 안 하니 좋다며 반색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상위권 아이들은 학교와 학생 간 무한경쟁이 더욱 심해질 게 불 보듯 환하다고 우려한다. 전국 단위의 일제고사를 두고 교내 시험에서 최상위권인 아이들을 주눅 들게 할 목적으로 치르는 시험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이를 '주마가편(달리는 말에 채찍질 한다)'이라며 두둔하는 이들이 되레 안쓰럽다.

교사들도 '이명박 시즌 2'라며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과거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와 일제고사의 폐해를 직접 겪고 있어서다. 참고로,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란 고등학교를 특목고, 자사고, 자공고, 일반고, 마이스터고, 특성화고 등으로 세분화시켜 고교서열화를 부추겼다고 비판받는 이명박 정권의 대표적인 교육 정책이다. 더욱이 그때의 교육부(당시는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10년도 더 지난 지금 다시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터다.

일제고사 의무화시절 벌어진 진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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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고3 학생들이 모의평가를 준비하고 있다(자료사진) ⓒ 연합뉴스

 
당장 온갖 편법이 난무할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크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많다는 건 학교의 이미지 훼손과 직결된다. 재학생은 물론, 교사들의 사기마저 실추시킨다. 학부모와 지역사회에 알려지게 되면 진학 기피 학교, 이른바 '똥통 학교'로 낙인찍히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일제고사가 의무화되고 지역 간 학교 간 성적 비교가 횡행하던 당시 학교 교육과정은 사실상 일제고사에 맞춰졌다. 마치 고3 시간표가 수능 시험 일정에 맞춰지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수업도 문제 풀이 위주였고, 일제고사를 대비하는 모의고사를 치르는 학교마저 생겨났다.

학교마다 일제고사를 앞두고 성적이 낮은 아이들을 방과 후에 따로 모아 철 지난 기출 문제를 반복해서 풀게 하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그것이 무슨 도움이 될까마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통계에 잡히지 않도록 하는' 나름 눈물겨운 노력이었다. 심지어 그들에게 응시하지 말도록 종용하는 학교마저 있었다.

굳이 일제고사를 치르지 않아도, 반에서 누가 꼴찌이고 누가 기초학력이 부족한지 아이들조차 모두 알고 있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변별해내는 게 목적이라면, 아까운 세금과 시간만 낭비하는 바보짓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일제고사를 염두에 두는 건 '무한경쟁만이 학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뼛속 깊이 새겨진 그들의 뒤틀린 가치관 때문이다.

지금 교실에선 공부 잘하는 친구가 멘토가 되어 기초학력이 부족한 아이들을 가르치는 모습을 드물지만 볼 수 있다. 모둠활동을 통해 줄 세우기 시험의 삭막함을 완화하려는 교실 안 풍경도 눈에 띈다. 성경의 구절을 빗대자면, '사자와 양이 함께 더불어 지내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노력에 일제고사는 찬물을 끼얹는 행위다.

성적 낮은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교사의 눈과 손

우리 교육에 대한 현실 파악도 안 되는 마당에 제대로 된 대책을 기대하는 건 연목구어다. 아닌 게 아니라, 교육부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 교육을 위해 이른바 '에듀테크'를 활용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에듀테크'란 AI와 로봇 등의 첨단기술을 써서 가르치는 교육 방법을 통칭한다. 이러다 머지않아 교사도 로봇으로 대체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판이다.

아무리 세상이 천변만화한다 해도 교육은 만남을 전제로 한다. 지난 3년간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원격교육으로 학교 교육이 혼돈에 빠졌던 사실을 우리는 또렷이 기억한다. 첨단기술이 뒷받침됐고 교사들의 운용 역량도 부족하지 않았지만, 제대로 된 교육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1년 중 절반 이상을 집에서 보내야 했던 이른바 '코로나 세대'는 학교에서의 단체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화상을 통해 실시간 수업이 이어졌지만, 아이들의 학력은 전반적으로 하락했고 생활지도는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교사에겐 게도 구럭도 모두 잃은 참담한 시절이었다.

그 와중에도 상위권 아이들의 성적은 큰 변화가 없었다. 외려 향상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중위권의 성적 하락 폭이 가장 컸고, 하위권의 성적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첨단기술이 하위권 아이들의 학습 의욕을 북돋아 줄 거란 생각은 헛된 바람일 뿐이다. 성적이 낮은 아이들일수록 마주 앉은 교사의 '눈'과 '손'이 절실한 법이다.

요컨대, 기초학력 미달 학생 교육을 위해 일제고사를 시행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차라리 '에듀테크'를 활용할 근거 마련을 위해서라는 설명이 앞뒤가 들어맞는다. "교육부 스스로 경제부처라고 생각하라"는 대통령의 지시대로, 일제고사가 '에듀테크' 기업의 이윤을 창출할 수 있으니 말이다. 공교롭게도 '에듀테크' 기업에 투자가 몰린다는 뉴스가 최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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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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