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목항의 아픔"... 8살 아이가 바라본 세월호 참사

등록 2021.08.05 16:20수정 2021.08.05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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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기억 공간을 철거한다는 소식에 이어 진도군도 7월 31일까지 자진 철거를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요구했다고 한다. 이 소식에 올해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인 이하율(8)양은 아빠 엄마와 함께 진도 팽목항을 찾아 '팽목항의 아픔'이라는 시를 창작했다.

누군가에게는 그냥 스쳐 가는 뉴스였지만 이하율양은 달랐다. 어떤 사연으로 진도 팽목항을 찾게 되었고 시를 썼는지, 지금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 궁금증을 풀고자 이하율양의 사연을 들어보기로 했다.

-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아기 씨앗이 우리 아빠, 엄마에게 심어졌어요. 그리고 아빠와 엄마가 서로 사랑을 해서 그 씨앗이 무럭무럭 자라 제가 태어났어요. 저는 밀알두레학교 초등과정에 다니고 있는 1학년 미옥반 이하율이에요. 저의 꿈은 과학자, 작가, 시인이 되는 게 꿈이고요. 저는 우리 사회에 아픈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커서 세상을 빛내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아빠 엄마와 함께 팽목항에서 ⓒ 정진우

 
- '팽목항의 아픔'이라는 시를 보면서 많은 감동이 되었어요. 그 시를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예전에 할머니와 아빠가 2014년 4월 16일에 세월호란 배가 침몰한 이야기를 들려주셨어요. 너무 슬펐어요. 그런데 이번에 아빠가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기억공간을 철거한다는 소식을 들려주셨어요. 그래서 제가 가족 여행을 진도 팽목항으로 가자고 했어요. 아빠 엄마도 좋아하셨고요. 시를 썼던 이유는 지금은 이 세상에는 없지만 하늘나라에서 언니 오빠들이 저의 글을 읽고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쓰게 되었어요."
 

팽목항의 아픔 이하율양(8)이 팽목항의 바다를 바라보며 창작한 시 ⓒ 정진우

   
팽목항의 아픔(이하율)

언니오빠들
하늘 나라에서 편히 쉬었으면
하나님이 돌봐 주셨으면

언니...언니...
걱정마
편히쉬어

오빠...오빠...
속상하지?
잘쉬어

엄마 보고 싶겠다.
아빠 보고 싶겠다.
그 아픔...
잊지 못하겠다.
너무너무 슬프겠다.
바다에서도 평소에처럼 놀아


그 소중한 생명
 
-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언니, 오빠들이 하늘나라에서라도 편히 쉬었으면 좋겠고 그 가족들도 속상해하지 않고 슬픔을 이겨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현재 대안학교에 다닌다고 들었는데 어떤 것들을 배우고 있나요?
"네. 저희 학교에서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많아요. 활동적인 체육 수업이 제일 재미있고, 저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잘해서 미술 수업이 재미있고 좋아요. 김동미 선생님의 포디 수업도 특히 좋아하고요. 수업의 시작을 책으로 마음을 열어주어서 참 좋아요."

- 앞으로 학교에 어떻게 세월호 참사를 알리고 싶나요?
"팽목항에 직접 가보니 너무 슬펐어요. 우리 반 친구들과 선생님들께 마음으로 언니, 오빠들과 그 가족들을 생각해 달라고 제가 쓴 시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 세월호 엽서를 본 엄마 아빠 등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할머니, 엄마, 아빠는 감동이라고 말씀하시고는 무척 좋아하셨어요. 특히, 엄마, 아빠는 제 시를 몇 번이나 읽어 보시고 저를 안아 주셨어요. 제가 시집 내는 것을 비밀로 하고 있어서 아직 주변 사람들은 잘 몰라요. 이번 인터뷰를 통해 많이 알려질 것 같네요. 부끄럽기도 하지만 제 시를 통해 많은 사람이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세월호 유가족 분들에게도 용기를 드리고 싶어요. 비록 어리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꼭 기억할 거에요."

-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 앞으로 계획이 있나요?
"4.16 안전공원에 가서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나고 기도해 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8월에 그동안 제가 쓴 시집 <세상은 이렇게 아름다워>가 나와요. 저의 시가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아빠와 하율이가 쓰는 이야기 책>을 준비하고 있어요. 저의 시집과 이야기책을 통해 마음이 아픈 이웃들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세월호 #팽목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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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대안 학교 교사 입니다. 별칭은 복남쌤! 아이들로 인해 마음이 가난해지고, 주린 마음에 하나님 앞에 무릎 꿇는 교사가 되고 싶어 기독교사가 되었고, “기독교사로서 교단 에 서는 것은 아프리카 오지에 해외선교사로 파송되는 것과 하등 다를 것이 없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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