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인사 개입' 물러난 코이카 이사장, 또 낙하산 인사?

이사장 선임 적폐조차 끊어내지 못하면서 기관 개혁 기대하긴 힘들어

등록 2017.11.29 10:21수정 2017.11.29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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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는 28일 제12대 한국국제협력단(KOICA, 아래 코이카) 이사장에 이미경 사단법인 여성의정 공동대표를 임명했다고 밝혔다. 코이카는 개발도상국의 사회·경제적 발전을 지원하는 공적개발원조(ODA) 중 60% 가량의 무상원조 전체를 총괄하는 외교부 산하 준정부기관으로, 지난 4월 전임 이사장이 최순실 인사 개입으로 사임한 이후 7개월째 기관장 공석 상태였다.

이미경 신임 이사장은 제15대~19대 국회의원을 지낸 5선 의원 출신으로 과거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한국여성민우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이에 외교부는 "20년간의 의정활동과 20년간의 시민사회단체 대표로서의 다양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무상원조 대표 기관인 코이카의 발전과 변화를 주도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전에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이미경 이사장은 임명되기 3개월 전인 지난 8월부터 언론을 통해 이미 코이카 이사장 내정설이 제기됐다. 특히 같이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낸 김효선 전 국회의원이 대한석유협회 회장에, 권인숙 명지대 교수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에 선임되는 등 캠프 출신 인사가 줄지어 공공기관장으로 임명된 가운데, 이미경 이사장도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26조에 따르면 준정부기관의 장은 임원추천위원회가 복수로 추천한 사람 중 주무기관의 장이 임명하도록 되어있다. 준정부기관인 코이카도 지난 9월 21일~28일까지 신임 이사장 공모를 진행했고, 이미경 이사장을 포함해 외교부 출신과 코이카 내부 인사, NGO 관계자 등 총 25명이 지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이카 임원추천위원회 운영규정의 '임원후보자 자격요건'에 따르면 이사장의 자격요건으로 ▲ 최고경영자로서의 리더십과 비전 제시 능력을 갖춘 자, ▲ 국제협력 분야와 관련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 ▲ 조직관리 및 경영능력을 갖춘 자, ▲ 청렴성·준법성·도덕성 등 건전한 윤리의식을 갖춘 자 라고 명시되어 있다. 요건별 정확한 배점은 알 수 없으나 국제개발협력은 특히 전문성이 중요한 분야로, 외교통일위원회 위원 경험이 유일한 관련 경력인 이 이사장은 국제개발협력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나머지 요건들이 다른 후보자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뛰어나다고 보기도 어렵다.

더군다나 전임 이사장의 경우, 최순실이 ODA를 통해 자신의 이권을 챙기려는 목적으로 이사장 인선에 개입한 것이 밝혀지면서 결국 임기를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사임한 바 있다. 어느 때보다 기관장 선임에 대한 투명성과 공정성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또 다시 보은(報恩) 인사를 강행해 절차적 타당성을 의심받고 공모과정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  

물론 낙하산 인사가 비단 이번 정부만의 문제는 아니다. 코이카 이사장은 대대로 개도국 대사 경험이 있는 외교부 출신의 캠프 인사들이 임명되어왔다. 이번에는 그 대상이 외교부 전 대사에서 5선 의원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코이카는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코리아에이드(Korea-Aid), 미얀마 K타운 등 최순실의 ODA 이권 개입 문제에 직접 연루된 기관으로,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이사장 선임의 적폐조차 끊어내지 못하면서 기관의 개혁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이미경 신임 이사장과 코이카는 새로운 변화를 이야기하기 전에, 이 의혹부터 분명히 답해야 한다.
#코이카 #KO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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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대안 피다(구 ODA Watch)는 시민들과 함께 '개발'을 넘어 '발전'을 고민하고, 국내의 부조리하고 불평등한 개발을 '감시'하며 '대안'을 찾아가는 시민사회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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