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실 직원 과노동' 충남대병원, 재발 방지 약속

등록 2017.09.27 17:27수정 2017.09.2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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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대병원 내 조리실(영양팀)의 한 직원이 환자들에게 배식을 하기 위해 배식차를 끌고 병실로 향하고 있다. ⓒ 심규상


충남대병원 조리실 직원들에 대한 부당노동행위가 오랫동안 지속해 온 배경에는 이를 당연시하는 잘못된 조직문화가 굳어져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올 상반기 조리실 내부 직원이 병원장에게 개선을 호소하는 글을 보냈지만, 당시만 해도 병원 측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최근 병원 측은 사과와 함께 원인 파악 및 근원적인 문제 해결 의지를 거듭 밝혔다.

이 병원 조리실 직원들의 아침조 출근 시간은 오전 5시 반인데도 많게는 10년 이상 최소 수 년 동안 한 시간 빠른 4시 반 출근을 해 왔다. 또 휴식시간도 없이 일해 왔다.  <관련 기사: "앉아서 밥 먹는 게 소원" 충남대병원 조리실 직원들의 호소 >

이 같은 잘못된 근무 관행이 지속돼 온 이유는 무얼까? 병원 관계자는 "조기 출근 관행이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어느 순간 당연시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내부 진단을 통해 좀 더 원인을 파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리실에서 근무한 전직 직원은 "쉴 시간도 없고 '너무 힘들다'고 여러 차례 하소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유가 없다 보니 직원들도 신경이 예민해질 수 밖에 없다"며 "일터가 아닌 전쟁터였다"고 그 간의 실상을 전했다.  

그런데 지난 6월 초, 한 직원이 이 같은 문제를 호소하는 익명의 편지를 충남대병원장에게도 보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6월, A씨는 충남대병원장에게 편지를 보냈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이 편지를 보면 A씨는 익명이지만 자신이 조리실 직원임을 밝히며 "적은 인원으로 환자 배식을 해 오랫동안 새벽 4시 반 출근을 강요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또 "선 자세로 10분 만에 밥을 먹고 화장실도 눈치를 보며 가야 한다"고 실상을 전했다.

특히 A씨는 "하루 10시간 이상을 쉴 틈 없이 바둥대며 근무하고 있다"며 "사무실(해당 부서)에서는 이를 알면서도 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씨는 "영양팀은 환자 식사를 책임지는 곳"이라며 "정확한 출퇴근과 하루 한 시간 휴게시간이 지켜지도록 관심을 가져 달라"고 강조했다.

병원 관계자 "잘못된 관행 바로잡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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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충남대병원 조리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앉아서 밥 먹고 싶다' 고 하소연하고 있다. ⓒ 심규상


하지만 병원 측은 편지가 전해진 뒤에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병원 관계자는 "이를 병원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관련 과에만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단순 민원으로 처리할 만큼 병원 관리자들의 근로 문화에 대한 인식이 뒤처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병원 측은 언론 보도 이후 조리실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과 휴게시간을 지키고 있다. 또 재발 방지를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병원 관계자는 "관리자 중 한 명이 조리실 직원들을 만나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직원들의 의견도 들었다"며 "인력 충원, 빠진 수당 지급 등 직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와는 별도로 또 다른 잘못된 관행이 있는지도 점검해 직장 문화 개선에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충남대병원 #조리실 #휴게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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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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