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분하고 지루할 일 없어, 색다른 '진로 체험 교육'

[충남형 참학력-진로진학 교육을 찾아서⑥] 농산어촌마을 태안여중

등록 2016.12.13 11:32수정 2016.12.13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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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교육청의 올해 주요 핵심사업은? 참학력 신장과 진로진학 교육이다. 참학력 진로진학은 성적보다는 배움 중심 수업과 성장을 중시한다. 아이들의 꿈과 끼를 찾아 미래 핵심역량을 기르는 데 필요한 정보 수집, 분석 능력을 키우기 위해 힘쓴다. 도교육청이 지향하는 참학력 신장과 진로진학교육은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 걸까? <오마이뉴스>가 학교 현장에서 수업혁신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아이들이 꿈과 끼를 어떻게 진로진학으로 연계하고 있는지를 현장 취재했다. [편집자말]

태안여중 학생들이 공공기관 연계 프로그램으로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을 방문해 진로체험활동을 하고 있다. ⓒ 김장환


태안여중 학생들이 공공기관 연계 프로그램으로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을 방문해 진로체험활동을 하고 있다. ⓒ 김장환



"'마린(marine) 아티스트'라는 말을 처음 들었어요."


태안여중 1학년 학생 30여 명이 '국립해양생물자원관'(충남 서천)을 찾았다. 학생들은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전시관을 둘러본 후 곧바로 연구동에서 진로체험교육을 시작했다.

첫 체험교육은 그림을 통한 예술적 체험과 과학을 동시에 배울 수 있는 '마린(marine) 아티스트'라는 프로그램이다. '마린 아티스트'는 전시실에서 실제 해양생물 표본을 관찰하고 그 느낌을 해양생물을 형상화한 나무판에 물감으로 표현해 야외에 전시하는 융합 교육이다.

학생들은 고래나 상어 등 물고기 모양의 목판에 자신만의 개성을 살린 다양한 그림들을 그려 넣었다. 학생들이 그린 그림은 선별작업을 통해 '마린 갤러리'에 전시될 계획이다.

두 번째 진로체험은 '유전학자'의 직업을 체험하는 과학실험이다. 다소 따분하고 지루한 내용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학생들의 참여와 호응이 높았다.

과학실험은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 전시된 뱀장어가 도난당했을 때를 가상해 진행됐다. '씨큐리움 장어 도난사건'이라는 수업 제목이 붙었다. 범인의 장갑에 남긴 뱀장어의 DNA를 통해 범인을 추리해 나가는 방식이었다. 평소 만져보기 힘든 고가의 장비와 실제 뱀장어 DNA만으로도 학생들의 관심을 끌어내기 충분했다.

태안여중 학생들이 공공기관 연계 프로그램으로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을 방문해 진로체험활동을 하고 있다. ⓒ 김장환


"따분한 '과학', 오늘은 너무 재미있어요"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서천군 장항읍 송림리에 자리 잡은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지난 2014년 5월 개관했다. 해양생물자원을 체계적으로 보전하고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며, 다각적인 전시 및 교육 등을 수행하기 위해 다양한 해양 생물 전시와 4D 상영, 전시 설명을 제공하고 있다.

지하 1층, 지상 4층에 연구동과 전시동, 교육동 등 3개 동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해양생물 표본 5000여 점을 탑처럼 쌓아 올린 1층 로비의 씨드뱅크는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의 상징물이다. 제1전시실은 해조류, 플랑크톤, 무척추동물, 척삭동물, 어류·포유류 등의 표본이 전시돼 있고, 제2전시실은 해양생물자원의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제3전시실에서는 혹등고래의 모험을 입체 다면 영상으로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다. 이외에도 기획전시실, 해양정보 홀, 해양 생명 홀, 뮤지엄숍, 카페테리아 및 수유실 등을 갖춰 편안한 관람이 가능하도록 했다.
먼저 학생들은 손효숙 강사의 지시에 따라 실제 연구에 쓰이는 고가의 장비들을 다루는 기술을 습득했다. 이어 극동산뱀장어와 열대산뱀장어, 북미산 뱀장어 등의 DNA를 구분하는 실험이 진행됐다.

학생들은 실험을 통해 극동산뱀장어를 잡는 어부가 범인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DNA 분석을 통해 범인을 검거하자 큰 성취감을 나타냈다.

"과학 그 자체가 따분하고 재미없는 수업이었는데 오늘은 너무 재미있어요. 과학자의 꿈도 꾸게 됐어요." (1학년 2반 윤채원 학생)

김민정 학생(1학년 3반)은 "책으로 공부하며 바다의 생물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지만 실제로 보니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에서 수많은 해양생물과 직업의 다양성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현서 학생(1학년 2반)은 "평소 듣지 못했던 직업과 여러 실험을 직접 해서 수업 내내 긴장을 놓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뱀장어 DNA를 분석해 범인을 잡아내는 과정들이 재미있었고 신기했다"고 말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서 유전학자 교육을 맡은 손효숙 강사는 "이곳에서 벌이는 다양한 과학실험은 학교에서 배울 수 없어서 학생들의 호응도가 높다"며 "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접근해 학생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고 만족도 또한 매우 높다"고 말했다.

학생은 '진로 동아리', 교사는 '교사 학습공동체'

태안여중 학생들이 공공기관 연계 프로그램으로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을 방문해 진로체험활동을 하고 있다. ⓒ 김장환


태안여중의 진로체험 교육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이 학교는 진로와 관련 탐색-이해-진로체험-직업체험 등 단계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3년간 진로 관련 선택 교과 수업 51시간, 진로 체험 55시간이 계획돼 있다. 이 중에는 학부모 대상 연수, 진로콘서트, 관련 심리검사 및 가치관 검사 등이 포함돼 있다.

직업 탐색시간에는 홈쇼핑PD, 광고감독, 경기장아나운서, 스타일리스트 제작사, 공연기획자, 금속공예가, 드라마제작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실사례가 일 년 내내 이어진다.

태안여중에는 24개 진로 관련 동아리에 425명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교사 학습공동체가 운영 중이다. 교사학습공동체의 두드러진 성과 중 하나는 학년중심 주제통합 교육과정 운영이다.

예를 들어 1학년의 '자연(생태)을 통해 인간의 삶을 생각해 보자'는 주제 수업에서, 국어 시간에는 '자연을 소재로 한 문학의 아름다움', 도덕 시간에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 사회 시간에는 '인간과 환경의 관계 파악', 수학시간에는 '날씨 정보 수집하여 자료 분석하고 표나 그래프 표현'. 과학 시간에는 '식물의 호흡과 광합성', 영어 시간에는 '자연을 노래한 영시화 제작-환경 캠페인', 체육 시간에는 '자연과 함께하는 둘레길 걷기' 등으로 통합 교육이 이루어진다.

태안여중만의 특별 진로 프로그램도 '수두룩'

태안여중 학생들이 지난 10월 홍성고등학교에서 충남도교육청 주최로 열린 '자유학기 진로캠프'에 참가해 진로교육을 받고 있다. ⓒ 태안여중


태안여중만의 특별 진로 프로그램도 자랑거리다. 우선 이 학교에서는 신규교사로 부임하면 학부모를 초청해 공개 수업을 벌인다. 전 교사 공개수업도 병행한다.

교과와 연계한 예술체험활동으로 청소년을 위한 음악회를 수시로 열며 음악 교과 진로 탐색 활동을 벌인다. 체육활동과 관련해서는 학교스포츠클럽 리그전, 사제동행 야구관람 등 체험활동을 연계하고 있다.

또 매년 '와글와글 스타트업'이라는 제목으로 충남창조경제혁신센터와 함께 창업 전 과정을 배우고 있다. 영화를 활용한 교육, 직업인 멘토의 날, 직업인 초청 강좌 등도 이 학교만의 독특한 직업 체험 프로그램이다.

이밖에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진로 협력 캠프, 대학 및 공공기관과 연계한 다양한 진로체험 활동을 벌이고 있다.

조성란 태안여중 진로담당 교사는 "학교가 농산어촌에 있지만 대학 연계 프로그램과 다양한 직업 체험 활동으로 부족한 환경 여건을 극복, 학생들의 진로탐색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부모, 교사에 대한 맞춤형 연수를 확대하고 학생들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학교 자체에서 개발, 운영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태안여중 #충남도교육청 #진로체험 #진로교육 #진로탐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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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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