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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하나의 인생작 탄생? 사랑할 수밖에 없는 영화 <라라랜드>

[미리보는 영화] 사랑을 명령하다, 지금 시대에 필요한 보편적 위로

16.12.01 15:04최종업데이트16.12.0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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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라랜드> 포스터. ⓒ 판시네마


주요 영화제에 등장했을 때부터 씨네필들 사이에서 화제작이었던 영화 <라라랜드>가 30일 오후 언론에 선 공개됐다. 정확히 국내 개봉을 일주일 앞둔 시점이다.

이 영화를 지배하는 키워드는 바로 재즈, 그리고 사랑이다. 이 자체로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는 소재 아니던가. 문제는 어떻게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지다. 영화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많은 사람들에게 인생작으로 꼽히는 사랑 이야기가 이미 부지기수 아니던가.

변주 속에서 빛나는 통일성

그런 면에서 <라라랜드>는 영리했고 동시에 진실했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영화의 주 공간은 미국 LA다. 이곳의 사계절을 끌어와 주인공인 미아(엠마 스톤 분)와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 분)의 감정 선을 덧입혔다.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이 우연히 배우 지망생 미아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감정의 전복을 세련되게 조명했다.

첫 만남의 설렘은 본능적이다. 그러니까 호와 불호가 갈리는 찰나 두 남녀는 이끌리듯 서로 사랑하기로 한다. 또 남녀의 사랑이라면 빠질 수 없는 갈등과 위기의 순간들이 있다. 본능적 끌림에서 서로에 대한 이해로 나아가는 과정 자체가 지금까지 등장한 숱한 멜로, 로맨틱 코미디의 재료였다면 <라라랜드>는 그것과 함께 재즈의 선율을 더한다.

사실 위험할 수도 있는 선택이다. 자칫 스타일만 살고 본질은 죽는 수가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연출을 맡은 이가 바로 다미엔 차젤레다. 우리에겐 전작 <위플래쉬>로 한 차례 알려져 있는 인물. 실제로 고등학생 때 재즈 드러머로 활동한 그는 현 시점에서 재즈를 가장 잘 다루는 신예 감독 중 하나로 꼽힐 만하다. 임프로비제이션, 그러니까 재즈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즉흥연주의 속성을 세바스찬의 입과 눈빛을 통해 풀어놓는다. 말없이 들어맞는 선율의 조화는 곧 쾌감으로 다가오는 법이다. 재즈에 도통 관심 없던 미아를 끌어들이듯 영화는 자연스럽게 관객에게 재즈의 마법을 시전 한다.

영화적 밀도로 보자면 전작보다 떨어지지만 <라라랜드>는 카메라의 시점 변화로 화자의 변경을 담보했고, 인물들의 갈등 국면에선 거창한 기교보다는 소탈한 진솔함에 기댔다. 흔히 말하는 '츤데레'(속마음과 달리 겉으로는 퉁명스러운 사람) 형인 세바스찬은 미아의 취약점을 은근하게 품어주고 응원한다.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현실 조건을 포기하는 전형적인 사랑꾼이지만 영화는 애써 그의 선택을 화면에 담지 않는다. 그래서 성숙하고 진솔하게 느껴진다.

감독은 영화 제목인 LA의 사계절을 담으면서도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선 끊임없이 부정적으로 묘사하게 한다. 이는 세바스찬과 미아의 정서적 따뜻함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묘한 쾌감으로 다가온다. 마치 주제를 이리저리 뒤바꾸는 변주 일색인 듯하지만 그 안에서 통일성이 느껴진다.
 

영화 <라라랜드>의 한 장면. ⓒ 판시네마



청춘에게 고한다... 꼰대스럽지 않게

갈등 요인은 결국 대도시에서 삶을 살아가는 청춘들의 경제 문제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먹고 살기 팍팍한 고도의 자본주의국가 아니던가. 배우의 꿈을 쫓는 미아에게 "좀 더 성장하라(Grow Up)"고 말하는 세바스찬의 모습은 이 땅의 청춘들에게 기성세대들이 쉽게 던지는 조언 중 하나다. 성장기 호시절을 이미 누린 기성세대가 멀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미아 역시 같은 이유로 세바스찬을 은연 중에 무시하기도 한다.

<라라랜드> 속 캐릭터가 아름다운 이유는 그런 갈등 속에서 각자가 성장하기 때문이다. 좋은 직장, 혹은 배우로서의 성공이 전부가 아니다. 꿈을 좇는 젊은이들에게 "현실감각이 없다"며 일갈하는 수많은 꼰대들을 영화는 오히려 내면적으로 성장하는 두 주인공을 통해 간접 비판한다.

이런 식이다. 두 남녀의 사랑의 결말이 중요하지 않다. 영화는 끝까지 서로를 진심으로 대하는 그 정서에 주목한다. 이들이 각자에게 외쳤던 진짜 성장이 실현되는 순간이다. 애써 우리가 무시했거나 잃어버렸을 수 있는 상대의 마음과 영혼을 존중하는 태도가 바로 <라라랜드>에 오롯이 담겨있다.

이런 어지러운 시국에 무슨 사랑 영화냐고? 어쩌면 우리의 갈증을 가장 먼저 풀어줄 작품일 수도 있다.

한 줄 평 : 바로 지금 이 때에 필요한 보편적 위로
평 점 : ★★★★☆(4.5/5)

영화 <라라랜드> 관련 정보
원제 : LA LA LAND
감독 : 다미엔 차젤레
출연 : 엠마 스톤, 라이언 고슬링, J.K. 시몬스, 존 레전드
수입 및 배급 : 판시네마
러닝타임 : 127분
상영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 : 2016년 12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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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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