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9월 방중 후 사드 도입 발표 가능성"

[현장] 최재천 의원-오마이뉴스 공동주최 '사드 모순' 토론회

등록 2015.04.17 15:54수정 2015.04.1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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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사드 모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사드 시스템 배치 과연 필요한가'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김당 오마이뉴스 편집주간,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 남소연


사드는 과연 북핵을 막아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가?

미국 태평양사령관이 고(高)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포대를 한반도에 배치하는 문제를 논의 중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힌 가운데, 지난 16일 오후 국회에서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한 토론회가 열렸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최재천 의원실과 <오마이뉴스>가 공동주최한 이날 토론회는 김당 <오마이뉴스> 편집주간의 사회로 3시간 동안 진행됐다.

먼저 발제를 맡은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사드가 1945년 이후 국제질서를 지탱해 온 억지체제(deterrence regime)가 사드로 대변되는 미국의 군사기술에 의해 균열이 생겼다고 분석했다.

사드 배치는 국제질서 근간 흔드는 위험한 시도

'억지체제'란 핵을 보유하고 있는 두 나라 사이의 군사력 균형 상태를 의미한다. 즉, 어느 쪽이 먼저 핵 공격을 가하느냐에 상관없이 둘 다 확실하게 죽을 것임을 확신시키는 상황을 만드는 게 핵 억지체제의 요체다.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은 핵무기로 싸우면 둘 다 반드시 죽는 상황(상호확증파괴, Mutual Assured Destruction)을 만듦으로써 위태롭지만 핵을 통한 평화가 지속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지탱되어온 억지체제가 미사일 방어기술로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지난 1972년 미국과 소련 사이에 체결된 요격미사일(ABM) 협정은 상대방이 발사하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요격미사일 발사 기지를 2곳으로, 수량은 200기로 제한하고 있다. 이 협정의 배경에는 선제공격을 당한 쪽이 전멸당하지 않고 보복에 나설 수 있는 최소한의 능력을 보장함으로써 핵전쟁을 예방하자는 이른바 '공포의 균형' 개념이 깔려있다.

그런데 사드는 이런 균형을 깨버리는 역할을 한다. 지금껏 창(槍)을 들고 대치하고 있는 두 사람 중 한쪽에게 방패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사드가 아무리 방어적인 무기라고 해도 창만 들고 있는 쪽에선 자신의 창을 막을 수 있는 상대방이 언제라도 먼저 공격을 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 교수는 "미국이 동아시아의 미군 기지를 통하여 중국에 이미 접근해 있고, 또 이 지역에서의 억지력 체제를 깨는 미사일 방어 기술을 가지고 있는 반면, 중국은 미국 본토에 접근해 있지 못하고 미사일 방어기술도 갖지 못한 불균형 상태에 있다"고 꼬집었다. 미국이 아무리 방어적이라고 생각해도 중국 입장에서는 대단한 위협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미국의 사드 배치는 1945년 이후 국제질서의 안정을 담보해 왔던 억지체제의 근간을 흔들어 버리는 매우 위험한 시도로 읽힌다는 것이 이 교수의 지적이다.

또 이 교수는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보다 비용면에서 더 효과적이고, 더 안정적인 다른 선택이 없는지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 미사일에 대한 완벽한 방어체제를 갖춘다는 것은 너무 이상적인 일이어서 방어의 효용성을 믿지 못할 뿐만 아니라, 완벽을 추구하다보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유발된다. 오히려 현재의 억지력을 유지 강화시키는 가운데 북한과의 핵협상을 재개하는 것이 비용면에서 훨씬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사드 배치는 '연미화중'의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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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사드 모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사드 시스템 배치 과연 필요한가'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김당 오마이뉴스 편집주간,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 남소연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개인적으로 박근혜 정부의 정책 기조는 연미화중(聯美化中·미국과의 동맹관계 속에서 중국과 협력)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한국 정부는 대외정책의 기조가 한쪽으로 지나치게 경도되는 상황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견지해왔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일부 정치권이 사드 도입을 노골적으로 압박하면서 이러한 정책기조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사드 도입을 압박하는 국내 여론 때문에 박 대통령이 오는 6월로 예정된 방미에서 (미국에 대한) 성의 표시로 사드 도입에 합의하고, 9월 방중 일정이 끝난 뒤 이를 공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현재의 한미동맹 구조에서 사드 시스템이 정말 주한미군의 생명과 안전에 관련된 긴급한 문제라면 우선 배치해 놓고 우리 정부에 통보했을 텐데, 계속 대(對)언론 흘리기, 심리전 및 전방위적인 압박게임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사드 배치를 둘러싼 논쟁의 본질은 동북아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 힘의 분포가 급속히 바뀌는 '세력전이'(勢力轉移, power transition) 과정에서 미국이 자신의 전략적 포석을 관철하려는 의지와 함께 사드배치 비용을 동맹국에 분담(혹은 전가)시키겠다는 요구와 연관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부연하자면 사드 배치 문제는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 중심의 기존 동아시아태평양 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미국의 노력과 연관되어 있고, 단기적으로는 결국 배치에 따른 비용을 누가 얼마나 지불하느냐 하는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런 측면에서 사드 배치 문제는 '과연 우리 국익에 합당하고 중장기적인 국가전략, 비전에 부합하는 것이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국제정세를 "'팍스아메리카나 3.0'과 '중국의 부상 2.0'시기가 중첩되면서, 독수리(미국)와 용(중국)이 다 날아오르는 혼돈스러운 시기"라면서 "선택의 압력은 그만큼 강해질 것이지만 선택의 대가도 그만큼 커지는 시기"라고 평가했다.

"미국 통한 중국 압박은 전혀 현실성 없어"

김 교수는 "미국과 중국을 다 같이 고려하고 중시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지정학적 이해와 국력에 부합한다"면서 "특히 한반도 통일의 꿈을 지향할 때, 미국과 중국은 다 같이 고려해야 한다, 미국을 통한 대(對)중국 압박이라는 일각의 주장은 전혀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반도의 사드 배치 문제를 놓고 중국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에 대해 김 교수는 중국이 유사시 미국의 대만 개입을 저지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개발하고 있는 세계 최초의 대함 탄도미사일 '동풍(東風)-21D'이 무력화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김 교수는 "무엇보다 마치 사드 체계 자체가 우리 안보를 지켜주는 것처럼 과대평가하고 선전하는 것이 우리 안보에는 훨씬 더 위협이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실제 어떻게 작동할지도 모르는 특정 무기체계에 너무 과도한 비용을 지불하면서 심리적인 위안감을 쌓아가고, 그것이 마치 국가의 안보를 지켜주고 우리가 안전할 것처럼 이야기하는 이 믿음 자체가 21세기 포스트모던한 이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미신을 쌓아가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만능의 방패처럼 알려진 사드 체계의 기술적인 한계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했다.

사드의 비행시험 분석을 한 정 대표는 "(사드 제작사인) 록히드 마틴이 시험 성공률이 100%에 육박한다고 자랑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몇 가지 주목할 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요격성공률이 높다는 실험결과도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는 정 대표의 설명이다. 실제 미사일이 아닌 가상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도상 실험을 하거나, 실제 지상에서 발사되어 낙하하는 탄도미사일이 아닌 대형수송기에서 떨어뜨린 단거리 미사일을 요격하는 방식의 실험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사드가 실전에서 주된 요격대상으로 삼고 있는 지상발사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대상으로 실험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는 것이 정 대표의 지적이다.

또 날씨가 좋지 않아 비행 시험 자체가 무산된 경우도 여러 차례 있었다고 한다. 정 대표는 이를 두고 "날씨가 좋은 날에만 전쟁을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날씨와 사드 요격 체계의 준비 상태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등 성공을 위해 완벽한 조건을 갖춘 상태에서 실시된 사드 요격 실험을 정 대표는 "골키퍼에게 공 차는 방향을 알려주고 공을 차는 것"에 비유했다.

무엇보다 정 대표는 이미 북한은 사드를 회피할 다양한 수단을 가지고 있다면서, 300mm 신형 방사포와 이동식 발사대를 사용하는 신형 지대지 미사일 KN-02, 스커드와 노동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는 이동식 발사대의 증가를 예로 들었다.

북한의 신형 방사포와 지대지 미사일은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까지 사정거리에 두고 있으면서도 저고도로 날아오기 때문에 (높은 고도에서 요격하는) 사드로 요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 또 고정식 발사대에서 발사된 미사일은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포착이 가능하지만, 이동식 발사대는 은폐가 쉽기 때문에 조기탐지가 그만큼 어려워진다.

국방부가 북한의 노동미사일을 요격하는 데 사드가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노동미사일은 기본적으로 일본 및 주일미군을 겨냥한 것으로 북한 입장에선 한국을 공격하는데 굳이 노동미사일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즉 노동미사일보다 훨씬 싸고 수량도 많은 다양한 투발 수단을 가지고 있는 북한이 왜 사드에 요격될 가능성이 있는 노동미사일을 굳이 사용하겠느냐는 것이 정 대표의 지적이다. 

또 정 대표는 운동 에너지를 이용한 요격체(kill vehicle)가 탄두와 직접 충돌하는 방식을 채택하는 사드가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 탄두를 맞추는 데 성공하더라도, 탄두의 낙하속도가 초속 4km에 달하고 외피가 전체 중량의 50%에 달할 정도로 두꺼워 낙하지점만 조금 바뀔 뿐 탄두가 파괴되지 않은 채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과 동해를 사이에 두고 있는 일본이나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있는 미국과는 달리 한국은 휴전선 이남 대부분이 인구 밀집 지역이다. 때문에 탄두를 완벽하게 파괴하지 못한다면, 사드가 탄두의 궤도를 약간 바꾼다고 해도 피해를 입는 것은 매 한가지다. 이는 한반도 특성상 사드 체계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 한계라는 것이 정 대표의 지적이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

#사드 #미사일방어 #MD #최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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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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