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발표로 1억 원... 창조경제 오디션 대박?

[현장] 스타트업 발굴 스마트미디어X 캠프 117팀 경쟁... 최양희 "과감한 발상" 주문

등록 2015.04.02 16:19수정 2015.04.02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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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1일 오후 경기도 양평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연수원에서 열린 '스마트미디어X 캠프' 개막식에서 'X-마인드'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김시연


"왜 1분짜리, 30초짜리 대중가요는 없나."

서울대 전자공학과 교수 출신인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모처럼 강단에 섰다. 최 장관은 1일 오후 경기도 양평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 연수원에서 열린 '스마트미디어X 캠프' 참가자 300여 명 앞에서 자신이 만든 'X(엑스)-마인드' 개념을 강조했다.

여기서 'X'는 물음표를, X-마인드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발명처럼 과감한 발상의 전환을 의미한다. 물로 가는 자동차, 한 번 충전해 3년 쓰는 휴대폰 배터리처럼 아직 실현되진 않은 기술이 대표적이다.

최 장관은 "유명 연예기획사 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왜 대중가요는 3분 내외로 작곡하나, 왜 1분짜리, 30초짜리는 안 만드느냐고 물었더니 그런 말 처음 들었다고 하더라"라면서 "그런 게 바로 창조적 X-마인드"라고 밝혔다. 지하철 타고 다니면서 모바일로 오랫동안 노래를 듣기 어려운데 간단히 주제만 들려주는 장르도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아울러 온라인을 통한 공동 창작이나 연주 사례나 다양한 시선에서 볼 수 있는 스포츠 중계 사례를 들기도 했다.

'30초~1분짜리 대중가요'로 X-마인드 강조한 최양희 장관

미래부에서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연 '스마트미디어X 캠프'는 이처럼 미디어와 관련된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창업 기업)'을 발굴하는 일종의 '창조경제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연예기획사 대표들이 직접 '루키'를 뽑는 SBS TV 'K팝스타'처럼, 지상파·케이블 방송사와 벤처캐피털에서 자신들의 미디어 플랫폼을 지원하거나 투자하고 싶은 팀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


참가팀이 이를 계기로 플랫폼 사업자와 사업화에 나설 경우 정부에서 1억 원까지 지원받을 수도 있어 경쟁은 더 치열했다. 참가 팀도 지난해 61개에서 117개 팀으로 2배 가까이 늘어 행사 일정도 이틀에서 사흘로 늘려야 했다.

"1분 남았습니다."

'창조경제 오디션'에 참여한 117개 팀에게 주어진 시간은 발표 7분을 포함해 고작 10분 남짓. 그 안에 방송사나 투자자들 눈에 들지 못하면 곧 잊힐 운명이기에 온갖 아이디어가 번뜩였다.

스티브 잡스 뺨치는 현란한 발표 실력을 앞세운 팀이 있는가 하면, 말주변이 없어 자신들이 만든 프로그램 시연에 치중하는 팀도 있었다. 결국 청중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해 질문 세례를 받는 팀과 질문 하나 받지 못하고 쓸쓸히 내려가는 팀 사이에 희비도 엇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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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신영 재미뮤직 대표가 1일 경기도 양평 코바코 연수원에서 미래창조과학부 주최로 열린 스마트미디어X 캠프 행사에서 저작권 보호 기반 음악 퍼블리싱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김시연


캠프 첫날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안신영 재미뮤직 대표는 운이 좋은 편에 속했다. 가수 지망생이나 창작자들의 저작권 보호에 바탕을 둔 온라인 음악 퍼블리싱(발행·유통) 사이트를 준비하고 있는 안 대표는, 저작권 관련 기술을 갖고 있는 개발 업체들의 관심을 끌었다.

음악 포털 '벅스뮤직' 창업 멤버이자 작곡가인 안 대표는 "K팝과 오디션 열풍으로 아마추어 뮤지션과 창작자가 5만 명에 이르는데 자기 노래를 안전하게 공개하고 작곡가나 제작자와 연결할 공간이 없어 저작권 보호 기반 사업 모델을 만들었다"면서 "이미 한 벤처캐피털에서 투자 심사가 진행 중이지만 캠프에서 선정되면 화제가 되고 다른 플랫폼 사업자들에게도 알릴 기회여서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장관은 '과감한 발상' 주문... 정부·투자자는 '돈 되나?'

정부는 이처럼 벤처·중소 개발사가 제안한 아이디어 사업화에 약 10억 원, 플랫폼 사업자가 먼저 제안한 양방향 콘텐츠 서비스 개발 업체에 12억6천만 원,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가 개발한 HTML5 기반 서비스에 2억 원을 지원하는 등 정부 출연금 25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다만 플랫폼 사업자와 연계에 성공했다고 무조금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별도의 평가와 심사 과정을 거쳐 정부 시범과제로 선정돼야 한다.

최양희 장관은 이날 강연에서 "10배 개선이 때로는 10% 개선보다 쉽다"면서 "남보다 조금 더 좋은 걸 하는 것보다 새로운 걸 개척하는 게 더 쉬울 때가 있다"며 참가자들에 과감한 발상의 전환을 주문했지만, 심사위원들은 과감한 아이디어보다는 경쟁사와의 차별성이나 '수익성'에 더 무게를 실었다. 최 장관 자신도 지난해 캠프 참여 업체 성과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많은 업체들이 투자자와 시장을 찾았다"면서 "벌써 100억 원대 매출을 올린 기업도 있다"며 '숫자'에 방점을 찍었다.

정부 자금 지원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창업 준비 과정에서 기술신용보증(기보)에서 상담을 받아봤다는 한 참가자는 "창업을 준비하면서 생업을 같이 하기 어려워 대표가 신용 불량인 경우도 있는데 기술보증기금(기보)에선 기술을 보고 지원금을 주는 게 아니라 대표 신용부터 따지는 '신용보증'을 하고 있었다"면서 "사무실 마련이 어려운 창업자에게 정부 자금 지원 시 사무실 실사를 요구하는 등 불합리한 제도부터 고쳐야 한다"고 꼬집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창조경제 #스마트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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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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