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마을 사람들이 사는 법?

[일본 시코쿠 민속기행 2]

등록 2014.08.30 14:03수정 2014.08.30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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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3일부터 8월 30일까지 일본 시코쿠 여러 곳을 방문하여 민속과 생활과 관련된 시설이나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보려고 합니다.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을 정리하여 관심 있는 사람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시코쿠는 일본 본토 가운데 아래쪽에 섬을 사이에 두고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시코쿠의 크기는 동서 230km, 남북 180km 정도입니다. 섬은 동서로 길게 자리 잡고 있는데 아령 모습으로 가운데가 홀쭉합니다. 본토와 시코쿠 사이에는 고베 아와지 사이, 오카야마와 다카마츠시 사이, 히로시마와 이마바리 사이 등 세 곳이 다리로 이어져 있습니다. - 기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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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저녁밥을 먹고 민박 할머니, 할아버지, 우리 일행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 박현국


23일 오후 일본 시코쿠 도쿠시마시 남쪽 산 속 마을을 찾아갔습니다. 바닷가에 이어져 있는 도쿠시마에서 누마에(沼江) 강물을 거슬러 16번 현도 뚝길을 따라갔습니다. 약 한 시간 산길을 따라 달려서 해발  650미터 산속 마을 민박집에 도착했습니다.


밤 8시 쯤 도착하여 민박집 부부가 차려주는 저녁 밥상을 마주했습니다. 84세 할아버지와 80세 할머니가 차려주신 저녁 상은 징수성찬 말 그대로였습니다. 방어새끼를 구입하여 소금에 절여서 초밥을 만들었습니다.

토란 줄기로 장아찌를 만들어서 날치와 버무려서 반찬을 만들었습니다. 이나리스시라고 하여 밤에 검정콩, 감자, 지단을 따로따로 익혀 섞어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집에서 만든 된장으로 끓인 된장국과 국수를 준비했습니다. 

산 속 마을은 50 여 년 전 삼나무 값이 가장 비쌌습니다. 삼나무를 심으면 나라에서 보조금을 주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앞을 다투어 해발 700여 미터 높은 지역에 있는 계단식 논에도 삼나무를 심고 보조금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삼나무가 자라면 비싼 값에 팔릴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고도 경제 성장기를 거치면서 인건비가 오르고, 사람들이 도시로 몰리면서 산 속 마을은 점점 조용해지기 시작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50 년이 지나 그 때 심었던 삼나무는 한 그루 값이 무 한 개 값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산속에 있는 나무를 베어서 차가 다니는 길까지 운반하고, 다시 제재소까지 운반하는 비용이나 인건비를 제하고 나면 남은 돈이 무 한 개 값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러시아나 캐나다에서 나는 나무가 싼 값에 수입되어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이제 산 속에 사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마을을 유지하기도 힘들게 되었습니다. 나라에서도 여러 가지 보조금이나 정책 자금을 주면서 마을 살리기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노력의 결과 산 속 마을 80 대 노부부가 운영하는 민박집을 도시에서도 인터넷으로 예약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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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박집에서 바라다 보이는 앞산 경치와 아침 밥상입니다. ⓒ 박현국


마을 사람들의 노력과 나라에서 주는 정책 자금, 나이든 사람들이 지닌 옛 지식 등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도시 사람들이 자주 찾아 오는 지속 가능한 마을 꾸미기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산속 마을 사람들의 자구 노력, 반차 만들기

민박뿐만 아니라 마을에 남아있는 계단식 논 논사를 도시사람들과 더불어 지으면서 친환경, 유기농 벼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이곳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만들어온 반차(晩茶)를 만들어서 파는 것입니다.

반차는 6월에서 7월 무렵 찻잎을 따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6월 무렵이 되면 새로 나온 차 잎이 비교적 질겨지기 시작합니다. 이 차 잎을 따서 반차를 만듭니다. 차 잎을 딸 때에는 나무에 있는 차 잎을 고르게 모두 훑어서 땁니다.

한 번 차 잎을 따낸 차나무는 찻잎과 함께 차 잎 사이에 있는 꽃봉오리도 같이 따기 때문에  다음해 열매가 맺지 않아서 해마다 찻잎을 딸 수 있습니다. 옛날부터 이곳 우에가츠초 사람들은 가족이 한 해 동안 먹을 차를 이 때 준비해서 먹거나 가까운 친지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했습니다.   

찻잎을 따서 뜨거운 물에 5 분 쯤 삶아서 물을 빼고, 기계에 담아서 2 분 30 분 쯤 섞습니다. 지금은 주로 모터가 달린 기계를 사용합니다. 전에는 긴 통에 담아서 양쪽에서 긴 장대를 든 두 사람이 서서 섞었습니다. 이렇게 찻잎을 섞어서 상처를 잎혀야 발효 작용이 활성화된다고 합니다.

그 뒤 차 잎을 큰 통에 담아서 차와 같은 무게 정도 되는 돌로 눌러놓습니다. 이렇게 잘 눌러놓아야 공기가 들어가지 않고 발효가 잘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발효 정도에 따라서 2 주간에서 한 달 정도 발효시킵니다. 발효 기간은 날씨에 따라서 크게 달라집니다. 발효가 되면 굳어진 찻잎을 잘 풀어서 햇볕에 말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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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차나무, 찻잎을 찌는 솥, 찐 찻잎을 나무배에 담아서 섞는 모습, 발효된 찻잎을 꺼내서 말리는 모습입니다. ⓒ 박현국


찻잎은 보통 햇볕에 3 - 4 일 정도 말리지만 날씨에 따라서 일 주일 정도 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찻잎이 마르면 종이 봉투에 담아서 찻잎이 고르게 숙성되도록 공기를 빼고 봉해둡니다.

찻잎이 다 마르면 잎사귀 모양에 따라서 나누어둡니다. 찻잎 모양이 잘 남아있는 좋은 찻잎은 좋은 품질로 개인 소비자에게 팔고, 찻잎 가루는 오차를 만드는 회사에 보냅니다. 찻잎에 따라서 차 맛이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서 나눕니다.

이 마을에서 반차를 만드는 작업은 마을 사람들뿐만 아니라 작업이 이루어지기 전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알려서 공동작업으로 진행합니다. 반차 만들기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가족단위로 참가하기도 하고, 필요한 만큼 사가기도 합니다.

반차는 차잎의 떫은 맛이 발효과정을 거치면서 부드러워지고, 독특한 향기를 지니게 됩니다. 이 맛에 길들여지면 다른 차를 마시기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 만큼 일본 사람들은 차를 즐겨마시고 차를 마시는 것이 생활화되어 있습니다.

과소화와 고령화 등으로 산 속 마을은 점점 외로워지고 빈집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떠난 마을에서 80 대 노인들이 힘들게 마을 모양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지켜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우리 어머니와 같은 나이의 할머니들이 어떻게 해서든지 최선을 다하여 마을을 지켜가는 모습이 처연하지만 아름답게 보일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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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속 가츠가미 마을 풍경입니다. 마을은 삼나무 숲으로 둘러 싸여있고 계단식 차밭이나 유자밭이 잘 가꾸어져 있습니다. ⓒ 박현국


참고누리집> 천상의 낙원, 민박 사토가에리, http://www.kamikatsu.jp/kankou/tomaru/, 2014.8.29., 가미가츠초 관광, http://www.kamikatsu.jp/kankou/, 2014.8.29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민박 사토가에리 #가미가츠초 #시코쿠 #도쿠시마현 #반차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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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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