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개성공단 중대 결심"... 북 "파탄나면 다시 군 주둔"

'공단 중단 재발방지' 입장차 너무 커, 사실상 결렬

등록 2013.07.26 08:22수정 2013.07.26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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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차 개성공단 남북당국실무회담이 열린 25일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서 북측 수석대표인 박철수(오른쪽)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이 김기웅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을 맞이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장마와 함께 20일째 지속되던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 실무회담이 사실상 결렬됐다. 장마가 잠깐 수그러들면서 하늘은 갰는데, 개성공단의 앞날엔 짙은 먹구름이 드리웠다.

정부는 25일 오후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이 오늘 개성공단 실무회담에 대해 사실상 결렬을 선언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북한 측이 회담 종료 직후 우리 측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기자실에 무단으로 난입해 사전에 준비한 기자회견문을 일방적으로 배포·낭독하고 합의서안 등 회담 관련 문건을 공개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오늘 개성공단 실무회담 결과로 인해 개성공단의 존폐가 심각한 기로에 선 것으로 판단한다"며 "북한이 재발방지 대책에 대해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정부로서는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가 '개성공단의 존폐'와 동시에 '중대한 결심'을 언급한 것은 북측의 태도변화가 없다면 개성공단 사업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남측 기자실 들이닥친 박철수 단장 "남측 매우 무성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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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시도하는 북측, 제지하는 남측 제6차 개성공단 남북당국실무회담을 마친 25일 회담장인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남측 기자실에서 북측 수석대표인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하자 남측 대표단이 이를 제지하려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6일부터 시작, 25일까지 여섯 차례 회담을 이어오면서 '개성공단 국제화' 등의 쟁점에 조금씩 합의점을 찾아가는 듯했던 당국간 실무회담에 대해 정부가 '개성공단 존폐'까지 거론하게 된 계기는 6차회담 종료 직후인 25일 오후 5시 23분경 회담장인 개성공단종합지원센터 4층 남측 기자실에서 벌어진 돌방상황 때문이었다. 물론 근본적으로는 '공단 중단 사태 재발방지 대책' 부분에서 남북이 더 이상 합의를 이루기가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북측 대표단장인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을 비롯한 북측 인원 20여 명은 남측 기자실에 예고도 없이 들어와 기자회견문을 배포한 뒤  박 단장이 이를 읽어나갔다. 북측은 3·4·6차 회담에서 북측이 제시한 합의서안과 북측 기조발언 내용도 배포했다. 북측 인원이 들이닥친 지 2분여 뒤 남측 인원 10여 명이 항의하며 제지하고 나섰고 이 과정에서 남북간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북측은 기자회견문에서 그동안 제시한 합의서안에서 남측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했다고 주장하면서 "남측은 지금까지 2차와 4차회담 때 빈손으로 나와 회담을 공전시키고 이번 회담에서까지 자기 측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담은 합의서 초안을 들고 나와 고집하는 등 매우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다"고 비난했다.

북측은 이어 "우리는 6·15의 산물인 공업지구를 소중히 여기고 그의 정상화를 바라지만 결코 강요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개성공업지구는 남측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얼마든지 운영할 수 있다"고 했다. 북측은 "남측과의 개성공업지구 협력사업이 파탄되게 된다면 공업지구 군사분계선 지역을 우리 군대가 다시 차지하게 될 것이며, 서해육로도 영영 막히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결코 빈말을 하지 않으며 이것은 그 어떤 위협도 아니라는 것을 남측은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5일 회담 상황에 대해 통일부는 "핵심사항인 재발방지 보장문제에 대한 집중적인 협의를 진행하였으나 북한 측이 기존의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진전이 없었다"며 "오늘(25일) 회의에서 재발방지와 관련해 북측이 새로이 제시한 문안으로는 오늘 더 이상 논의가 진전될 수 없으므로 오늘 회담을 마무리하고 차기 회담 일정을 잡자고 제의한 데 대해 북측은 '회담결렬'이라고 하면서 '재발방지 부분에 대한 우리 측 입장을 철회하고 남과 북이 '공동담보'를 하겠다면 판문점 채널을 통해 차기 회담 일정을 협의할 수 있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남측은 북측에 '진전된 입장이 있을 경우 판문점 채널을 통해 연락하라'고 통보한 상태다. 서로 '입장이 바뀌면 연락하라, 그때 만나자'고 한 상황이라 다시 회담이 열릴 수 있을지 모르는 상태다.

입장차 너무 컸던 '공단 중단 재발방지' 조항

통일부에 따르면 6차 실무회담에서 남북이 각각 최종 제시한 '개성공단 중단 사태 재발방지' 관련 합의문안 조항은 공단 중단사태 책임 부분에서 차이가 컸다. 북측은 '남북의 공동 책임과 사태재발 방지 남북 공동 담보'를, 남측은 '북측 책임 및 피해보상, 북측의 재발방지'가 핵심이었다.

[남측 최종 제안 '재발방지' 조항 문안]

남과 북은 개성공단 중단과 같은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면서, 북측은 앞으로 어떠한 경우에도 공단의 정상적 가동을 저해하는 통행 제한 및 근로자 철수 등과 같은 일방적 조치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보장한다.

또한 북측은 이번 공단 가동 중단으로 인해 기업들이 입은 피해를 보전하기 위해 재가동 이후 일정기간 동안 개성공단 내에서 기업들에게 부과하는 세금 및 수수료 등을 면제한다. 이 문제에 관한 구체적 내용과 절차에 대해서는 제4조의 개성공단 공동위원회에서 협의한다.

[북측 최종 제안 '재발방지' 조항 문안]

북과 남은 개성공업지구 중단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면서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공업지구의 정상운영을 보장하며 그에 저해되는 일을 일체 하지 않기로 하였다.

이를 위하여 남측은 공업지구를 겨냥한 불순한 정치적 언동과 군사적 위협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담보하며, 북측은 이상의 문제가 제기되지 않는 한 출입차단, 종업원 철수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것을 담보한다.

북측 최종제안 문안 두번째 단락 "이를 위하여 남측은 ~ 종업원 철수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것을 담보한다" 부분은 25일 오후에 추가된 것으로 북측이 25일 오전 제안한 문안에선 이 부분이 빠져 있었다.

이외에 정부가 개성공단 당국간 실무회담에서 협상 목표로 설정한 ▲ 신변 안전 및 투자자산 보호 등 제도적 보호장치 ▲ 외국기업 유치 등 개성공단 국제화 ▲ 3통(통행·통신·통관) 문제 협의 등에 대해선 남북 의견차가 적었다.

남측 수석대표인 김기웅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은 회담 종료 뒤 기자회견에서 "그 부분 2·3·4조는 우리 측이 북측 안을 일부 수용한 부분도 있고, 북측이 우리 측 안을 받아들인 부분도 있다"며 "이번 회담에서 가장 크게 쟁점이 된 부분은 1조, 재발방지 부분이다. 가장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이 돼야 다른 부분도 원만하게 해결이 된다"고 밝혔다.
#개성공단 #실무회담 #재발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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