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박준형 조차도 실패한다"는 바른 말

[주장]박준형-정종철, KBS가 그들을 부르지 않은 진짜 이유

13.03.02 11:11최종업데이트13.03.0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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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투게더>가 집 나간 개그맨 특집으로 박준형, 정종철, 권진영, 윤성호를 초대한 후 그들이 KBS를 떠난 후의 행보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그들의 공통점은 현재 <개그 콘서트>(이하 개콘)에서 그들이 활약하던 시절보다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수차례 "KBS밖은 춥다"고 말하며 자신들이 다른 방송사로 이동해서 겪었던 고충을 전반적으로 토로 했다. 그리고 박준형은 KBS에서 자신을 단 세 번만 불렀다는 말을 하면서 KBS 예능에 출연한 사실에 감격해 하기도 했다.

다른 방송사로의 이적에 대해 '겸손하지 못했다'는 자평을 내놓기도 했지만 '박준형도 나가서 안 될 정도다'라며 <개콘>시절의 자신의 인기를 은근히 과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 한 때의 추억일 뿐, 이제 박준형과 정종철은 그 때와 같은 인기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정종철은 사업으로 방향을 틀었고 박준형은 행사 위주의 활동을 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KBS에 온 그들이 감격해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지만 어떻게 보면 지금 예능인으로서 그들의 위치를 알려주는 대목이다. 

▲ 박준형과 정종철 <개콘>을 떠난 이유를 밝히고 있는 정종철 ⓒ kbs


사실 타 방송사로의 이동은 그들이 처음이 아니었다. 코미디언 심현섭은 <개콘>을 떠나 충격을 알려준 최초의 연예인이다. 심현섭은 개콘의 초창기 멤버로서 가장 높은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던 개그맨이었던 동시에 상징적인 개콘의 이미지마저 담당하고 있었던 그가 경쟁사의 포맷마저 비슷한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것은 <개콘>입장에서 봤을 때 결코 달가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의 이적은 예능에서 예능인을 위해 짜인 판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그 당시 이미 <개콘>에서도 신선하지 않은 코미디언이었다. 똑같은 개그 스타일과 개인기로 그의 개그는 이미 한계점에 달해 있었다. 그러나 <개콘>에서라면 그는 <개콘>을 이끌고 성공시키는데 공헌을 한 코미디언의 위치를 확보할 수 있었고 다소 재미없고 식상한 그의 개인기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러나 타 방송사 프로그램인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서마저 <개콘>과 똑같은 성대모사에 똑같은 스타일은 그의 한계점을 더욱 분명히 하는 일이 되어버렸다. 더 이상의 기발한 아이디어도 없고 <개콘>이라는 판조차 잃어버린 그의 수명은 짧아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개콘>은 그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전혀 타격을 입지 않았다. <개콘>에는 그를 대체할 인력이 얼마든지 있었다. 지금까지 <개콘>은 삼사 방송 중 유일하게 살아남아 그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최근 식상해졌다, 심심해졌다는 평 역시 그 오랜 시간 <개콘>을 이끌고 나온 성과에서 비롯된 것이다. 어쨌든 <개콘>은 그간 변화를 거듭하며 방청형 코미디로서는 거의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그건 어디까지나 <개콘>의 시스템이 제대로 먹혔다는 증거일 수밖에 없다. 누가 나오느냐는 큰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들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은 그들이 있기에 <개콘>가 존재한 것이 아니라 <개콘>이 있기에 그들이 존재할 수 있었다는 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타 방송사에서의 성과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었다.

▲ 박준형 <해피투게더>에 출연한 박준형 ⓒ kbs


박준형과 정종철도 <개콘>을 떠나면서 "변화하고 싶었고 도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 말처럼 그들의 개그 역시 식상함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그들의 개그는 주로 침을 튀기고, 못생긴 얼굴을 강조하고, 무를 갈고, 이마를 내리 내려치는 등의 슬랩스틱이 주를 이뤘다. 물론 '마빡이'같은 경우는 한 때 대표 인기 코너기는 했지만 그들에게서 '마빡이' 이상을 기대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박준형이 말했듯 박준형에게 주는 출연료면 신인 5명을 캐스팅 할 수 있었고 <개콘>측은 그들을 붙잡지 않았다. 그래서 그 다음 그들이 해야 하는 것은 정말 자신들의 캐릭터를 온전히 만들어 예능에서 살아남는 것이었다. <개콘>이 없어도 그들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실질적으로 변화하지도 도전하지도 못했다. 여전히 슬랩스틱의 개그가 그들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더군다나 프로그램 자체에 쏟아지는 관심도 <개콘>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들은 결국 시청자들의 눈에서 너무 빨리 잊혀져갔다. 

그들의 입장에서도 만약 KBS를 나가서도 코미디언으로서 승승장구 할 수 있었다면 지금 KBS출연을 이렇게 반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실 정형돈이나 유세윤의 경우도 KBS에 출연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들이 KBS에 출연하지 않는 것이 어색하지는 않다. 사실, KBS에 그들이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에 대한 여부 자체가 이야깃거리가 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미 다른 예능에서도 두각을 나타냈고 본인들의 캐릭터를 찾았기 때문이었다.

박준형과 정종철이 <개그 콘서트>를 떠나 <개그야>로 옮긴 것은 얼핏 그들이 개그 무대에서 개그 무대로 옮긴 것 같지만 사실은 예능의 자리를 염두 해 둔 선택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다. 실제로 그 당시 그들은 MBC의 각종 예능의 패널로 섭외되며 버라이어티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문제는 예능인으로서 그들의 존재감이 미미했다는 것이다. 그들이 타 방송사로 이동해서 불리할 것은 없었다. 이미 인지도와 대중성을 확보한 그들은 오히려 새로 시작하는 신인들보다 훨씬 더 나은 혜택을 받았고 더 많은 기회를 가졌다. 그 기회를 살려내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은 그들에게 있다.

▲ 마빡이 그들의 전성기였던 마빡이 ⓒ kbs


이번 <해피투게더>의 출연만 보더라도 박준형과 정종철의 개그가 시청자들이 원하는 니즈와 맞아 떨어진다고 할 수는 없다. 정종철은 뛰어난 개인기를 제외한다면 토크에 약하고  박준형은 개인기마저도 기대하기 힘들다. 그들에게 마이크가 가지만 그들은 제대로 웃음을 창출해 내지 못했다. 박준형과 정종철의 가장 큰 문제는 캐릭터가 없다는 것이다. 단순히 옥동자처럼 못생긴 얼굴의 강조로 인한 캐릭터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 얼굴을 뛰어넘는 특징이 그들에게는 없었다. 현재 예능이 요구하는 그들의 본연의 모습과 맞닿아 있으면서도 웃음을 창출할만한 캐릭터가 없다는 것은 그들이 예능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다. 

결국 KBS의 출연 자체가 문제가 아니었다. 어느 예능에 출연하든지 그들은 그들의 모습을 대중에게 각인시킬만한 캐릭터를 드러낸다면 그것 자체로 그들에게 쏟아지는 관심의 끈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것을 못했기 때문에 그들의 실패는 어쩌면 예견되어 있었던 것이다.
박준형이 말했듯, '박준형 조차도 실패한다'는 바른 말이 될 수 없다. 박준형도 실패한 것이 아니라 박준형이라서 실패한 것이다. 자신이 준비가 되어있고 <개콘>이 아니라도 살아남을 전략이 있다면 대중들은 그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 그것은 정형돈이나 유세윤의 경우만 보더라도 알 수 있는 것이다. 결국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은 <개콘>을 떠나고도 <개콘>을 벗어나지 못한 그들의 예능감이 주효했다. 그들에게는 아프겠지만 이것은 진실이다.


해피투게더 박준형 정종철 개그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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