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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지금 이영자의 '제2 전성시대'를 보고있습니다

[주장] 예능인 이영자의 과거와 현재, 여성 예능인의 희망이 되다

13.01.02 11:32최종업데이트13.01.02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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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자 승승장구에 출연한 이영자 ⓒ kbs


"이전에는 제가 시청률 주의였던 거 같아요. 나 잘났다고 독불장군식으로 행동했습니다. 스텝들로부터 평판이 좋지 않았어요."

<승승장구>에서 이영자의 고백이 말해주는 것은 그 당시 이영자가 얼마나 독보적인 존재였나 하는 것이다. 상대방과의 호흡이 절대적인 예능계에서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은 채, 자기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맡는 프로그램마다 힘 있는 진행으로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았던 이영자의 전성기가 있었다.

데뷔와 동시에 <영자의 전성시대>에서 버스 안내양으로 분한 이후 신동엽과 콤비를 이룬 <기쁜 우리 좋은 날>과 <슈퍼선데이>의 인기코너 <금촌댁네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이영자는 떴다하면 시청률을 보장했다. 여성 예능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누린 전무후무한 존재였다.

토크에서부터 콩트에 이르기까지 이영자는 다양한 변신을 할 줄 아는 예능인이었고 여성 진행자로서는 드물게 원톱 진행이 가능한 인물이었다. 이런 활약은 당시는 물론 현재까지도 찾아보기 힘든 수준이다. 당시 꽤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여성 MC 이경실이 있었지만 이영자가 보다 폭 넓은 시청자 층에서 사랑받았다.

전성기 이후 큰 슬럼프, 이영자의 위기가 있었다

언제까지나 계속 될 것 같던 이영자의 인기도 이영자의 다이어트 파문과 함께 위기를 맞았다. 이영자는 100kg에 육박하는 몸무게에서 무려 40kg가량을 감량하며 60kg초반의 몸무게로 돌아왔다. 그 다이어트는 이영자의 인기에 힘입어 엄청난 화제가 되었고 이영자는 다이어트 비디오를 내고 다시 적극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당시 다이어트 비디오는 한 달 만에 수 만개가 팔려나갈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영자가 강조한 것은 '건강한 다이어트'였다. 이영자는 오로지 운동과 철저한 식이요법으로 감량했음을 강조했고, 그 결과 뚱뚱함으로 어필했던 그의 예능적 장점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방향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 이영자 승승장구에 출연한 이영자 ⓒ kbs


하지만 이후 지방흡입 시술 사실이 밝혀지며 이영자의 예능인생은 파국으로 치달았다. 그가 하고 나온 다이어트 용품 역시 커넥션이 있는 홍보용품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파문은 더욱 커졌다. 이영자는 기자회견을 열어 모든 사실을 인정했고 여성의 치부가 될 만한 사실조차 까발려야 했다. 안타까운 해명을 했지만 이영자에 대한 대중들의 시선은 차갑게 변해갔다.

시간이 흘러 이영자는 다시 돌아왔지만 대중들은 더 이상 이영자를 원하지 않았다. 1990년대 스타일에 머무른 이영자의 진행 방식은 대중들의 차가운 외면을 받았다. MC를 맡아 프로그램을 이끄는 이영자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불편하고 어색했다. 프로그램 뿐 아니라 게스트와도 융합하지 못하는 이영자의 모습은 리얼함을 강조하고 출연자 간 호흡이 관건인 2000년대 예능에서 먹히지 못했다.

결국 그녀의 복귀작이었던 <지피지기>와 <쇼바이벌>은 조기종영했다. 한 때 단독 진행을 맡으며 큰 인기를 구가했던 이영자에겐 씻을 수 없는 자존심의 상처였다.

초심으로 돌아간 이영자, 신동엽과 함께 다시 부활했다

이영자는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의 위치를 인정하고 다시 힘을 모았다. 메인이 아니더라도 <해피투게더>에 출연해 여전히 건재한 토크실력을 보여주며 진가를 확인시켰다. 유재석의 안정적인 완급 조절 속에서 이영자는 특유의 카리스마와 코믹함을 선보이며 <해피투게더> 자체를 '이영자 특집' 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영자는 자신의 재능이 건재하다는 것을 알리며 버라이어티 적응기간을 거쳤다. 그녀에게 필요했던 것은 메인 MC 자리나 시끌벅적한 '컴백 쇼' 가 아니라 시청자들과의 진정한 '화해'였던 것이다.

이영자는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이하 '안녕하세요')로 전설의 콤비였던 신동엽과 다시 손을 잡았다. 최고의 전성기를 누린 두 명의 예능인이 다시 만났지만 신동엽과 이영자 모두 예전 같지 않았다. 이영자는 이미 대중들에게는 비 호감이었으며 신동엽 역시 사업 등의 실패와 각종 프로그램의 부진으로 감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기까지 했다.

KBS에서 <불후의 명곡>과 <안녕하세요>를 진행하고 있는 신동엽 ⓒ KBS


하지만 결국 그 선택은 둘 다에게 옳았다. 이영자는 유재석이나 강호동 급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신동엽과 대등한 '맞수' 를 펼칠 수 있는 인물이었다. 이영자의 파워풀한 진행과 신동엽의 정리정돈이 환상의 짝꿍처럼 빛을 발했고 더 나아가 이영자의 존재는 과거 대중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재간둥이' 신동엽의 이미지를 극대화 시켰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영자가 예전 같지 않았다는 점이다. '독불장군'이었던 이영자는 어느새 사람들 얘기에 공감했고, 컬투와 신동엽과 호흡하고 방청객을 품을 줄 아는 MC가 되어있었다. 자신을 알아달라고 소리 지르지도 않고 딱 그곳에서 자신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만족할 줄 알았다. 적절한 타이밍에 망가졌고 그만이 할 수 있는 질문도 천역 덕스럽게 던졌다. 이영자는 그렇게 2000년대의 버라이어티에 자연스럽게 적응했다.

달라진 이영자, 그녀는 롱런할 것이다

<청춘 불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폐지되었지만 이영자가 투입되면서 프로그램에 활기가 생겼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이영자는 자신의 특기인 콩트적인 느낌으로 게스트들의 엄마를 연기하면서도 프로그램을 장악하려 하지 않았다.

물론 현재의 이영자는 예전만큼 독보적인 존재는 아니다. 그러나 이영자는 예전보다 훨씬 편안해 졌고 굳건해졌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할 줄 알게 됐고 남들과 호흡할 줄 알게 되었다. 이제 그는 최고라는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는다. 역설적으로 그게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큰 요인이 됐다.

이영자는 대중에게 다시 받아들여졌다.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자신을 내보인 용기를 보인 그는 비록 최고는 아닐지언정 최선의 선택을 했다. 그것은 그를 좀 더 오래 예능에 머물게 해 주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이영자의 전성기는 예전에 한번 끝이 났다. 또한 최근 들어 이영자 처럼 자신의 캐릭터를 가지고 존재감을 어필하는 여성 예능인 역시 찾기 힘들다. 박미선 정도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이영자가 독보적이지는 않지만 존재 자체로 돋보인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는 어쩌면 '영자의 제2의 전성시대'를 목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영자 KBS 승승장구 안녕하세요 신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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