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거대한 '취직 학원'?

[주장] 취업률에 따라 통폐합 돼버리는 학과들

등록 2012.10.28 14:40수정 2012.10.28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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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2012년 동아대학교 철학과에 입학한 신입생이다. 그런데 입학하자마자 선배들에게 이상한 이야기를 하나 듣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우리 과와 윤리문화학과가 통폐합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나중에 선배에게 자세한 자료를 얻어서 보니, 우리 학과와 윤리문화학과가 취업률이 낮아서 학과의 효율성 개선을 위해 두 학과를 통폐합하겠다는 것이었다. 이것에 응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에는 학과를 폐지하겠다는 이야기도 적혀 있었다. 이제 막 입학한 새내기로서 엄청난 충격이었다.

이 이야기는 필자의 학교에서만 벌어지는 특수한 경우의 이야기들이 아니다. 실제로 얼마전에 동국대학교에서는 일방적으로 불교학과 등의 학과를 구조조정하였고, 그것에 반대해서 총장실을 점거했던 학생들을 표적퇴학시키는 일도 발생하였다. 그 학과들이 구조조정된 이유도 역시 취직률과 효율성의 문제였다.

이렇듯이 우리나라의 많은 대학에서 취직이 잘 되지 않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학과들을 폐지하거나 통폐합하려는 모습을 쉽게 찾아 볼 수있다. 학문의 상아탑이라고 불리는 대학교에서 단순히 취업률의 관점에서 학과를 폐지시키는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취업률만으로 평가? 학과마다 다양한 잣대 필요

학과뿐만 아니라, 대학도 역시 학과와 비슷하게 취직이 안 된다는 이유로 부실대학으로 지정되어서 학자금대출이 제한되고, 장학금 역시 줄어드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학문을 탐구하고 연구해야 할 목적을 가지고 생겨난 대학이 취업률을 잣대의 하나로 평가받고 심지어 학교운영에 제한을 당하기까지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학교 측에서 취직이 잘 되지 않는 학과를 놔두는 것이 이상한 것일 수도 있겠다.

내년 봄이면 우리 학과에도 후배들이 들어오게 된다. 필자는 철학과로 입학하였지만, 후배들은 철학·윤리문화학과라는 이상한(?) 이름으로 입학하게 된다. 후배들에게 왜 이렇게 된것인지 설명해야 하는 것조차도 참 씁쓸하다.


앞으로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대학을 취업률로 평가하는 것을 그만두고, 학과마다 다양한 잣대를 가지고 와서 각각의 잣대로서 평가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대학에 와서 학문적으로도 탐구를 할 수 있도록, 청년 기본소득과 같은 개념으로 일정부분 소득을 보장하여서 사회의 절대적 가치가 취직이 되어버리는 것을 없애야 한다. 그래야만 대학이 진정한 상아탑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우리의 학문적 역량도 훨씬 증대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국대학교 #인문대학교 #철학과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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