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자연치유 법률 없는 유일한 나라"

[서평] 체험적 의료소설 <테라피스트>

등록 2012.09.11 11:43수정 2012.09.1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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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의술과 자연요법을 다룬 의료소설 <테라피스트> 표지 ⓒ 심규상

"약도 없다던 간경화! 죽을 때까지 함께 가야 한다던 만성간염이 일주일의 단식과 음식을 바꾸었을 뿐인데 완치됐다"

저자 표병관이 작가후기에서 밝히듯 '테라피스트'(출판사, 몸과 문화)는 체험적 의료소설이다.  표 작가는 35년을 만성간염인으로 살았다. 그는 표지 속 작가 소개란에 이렇게 썼다.


"병원에서 포기한 병을 내 몸 스스로 치유하는 기적 같은 체험을 하고, 35년을 병원치료에 속아왔던 게 억울해 '테라피스트'란 소설을 쓰게 되었다"

주인공인 동수는 대학병원 암병동에서 근무하는 전문의다. 그런 그가 사랑하는 아내를 간암으로 잃는다. 아내는 그가 근무하는 암병원에 입원했지만 남편인 동수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의사로서 혈압과 맥박수를 체크하고 수치상의 생존기간을 선고하는 것뿐이었다. 동수는 의사로서 아내를 살려내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대학병원에 사직서를 내고 여행을 떠난다.

그가 여행을 통해 만난 사람들은 '민간요법'이나 '대체의학'으로 병을 치료하는 속칭 '야메 의학자'들이다. 소설의 제목인 '테라피스트'들이다.

'빨치산의 딸'인 허윤경은 소설의 진짜 주인공인 '테라피스트'다. 침구사인 할아버지로부터 의술을 전수받은 그는 대체의학으로 아토피를 비롯 당뇨, 고혈압, 죽음의 병으로 알려진 각종 말기 암 환자들을 치료한다. 화상까지도 침으로 치료한다.

이 책은 '의학소설'답게 '테라피스트'나 '대체의학'을 화타나 허준처럼 특정인만을 신격화하도록 선동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우리 몸에 숨어 있는 100명의 의사를 깨워라'는 부제처럼 몸의 원리와 음식의 원리를 설명해 독자들이 음식요법 등 대체의학에 자연스럽게 관심과 신뢰를 갖도록 유도하고 있다.


왜 5층 이하의 땅이 기운이 미치는 집에서 살아야 하는지, 삼백식품(흰 설탕, 흰 소금, 흰 쌀)이 왜 해로운지, 고단백 식품이 해로운 이유, 치아 충전재로 쓰이는 아말감의 유해성, 아이스크림-햄과 소시지 등 가공식품의 유해성 등을 허윤경을 통해 알기 쉽게 들려준다. 대신 현미와 좋은 소금(천일염), 충분한 비와 넉넉한 바람 속에서 유기농법에 의해 재배된 제철 음식인 소울 푸드(슬로푸드)를 강조한다. 건강을 위해 먹어야 할 것과 먹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고 그 이유를 명쾌히 설명해 준다.

등장인물들은 암치료법을 놓고 충돌한다. 주인공 동수와 윤경은 암의 3대 치료법인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 수술 대신 단식요법과 식이요법과 침뜸을 권한다.

"암 치료의 3대요법은 환자를 살리기보다 '3대 이권'으로서 전국의 암 전문의와 병원, 제약회사들이 호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이권을 철저히 보장해주는 증명서라 볼 수 있다...암 환자들이 의학의 도움으로 살아난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림프구를 파괴하고 마모시켜 또 다른 병이 탄생될 수 있도록 기초공사를 해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소설 내용 중)

"혈액 속에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과 혈장이 들어 있는데 뜸을 뜨면 이 혈액들의 성분이 무척 좋아져요. 뜸을 뜨면 적혈구의 수가 증가합니다. 적혈구 수가 많아지면 혈액 내 산소량이 늘어나 피가 굉장히 신선해져요. 나쁜 세균을 잡는 백혈구의 증가는 면역력 향상으로 이어지잖아요?" (소설 내용 중)

소설 속 갈등은 침구사인 윤경이 의료법 위반으로 구속되면서 고조된다.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도 의료행위를 할 수가 없다'는 의료법을 근거로 '전문가집단에게만 의료행위를 맡겨야 한다'는 검사와 '살릴 수 있는 생명이 죽어가고 있는데 반인륜적 법으로 인해 그 생명을 살려주는 사람이 처벌을 받아야 하느냐'는 주인공의 논리가 맞선다. 여기에 "침구사들을 한의의 영역으로 받아들이게 되면 곳곳에 숨어 있는 민간 의료행위가 봇물처럼 터져 한의사들은 초라한 약방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는 한의사협회장의 주장이 첨가된다. 

소설을 통해 작가가 결론처럼 하고 싶은 얘기는 이것이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자연치유 법률이 없는 유일한 나라다. 세계가 새롭게 모색하는 통합의료를 거부하는 의료 원리주의 국가 되어버린 것이다. 의료기계와 약을 그리고 성직자인 의사님을 숭배하는 것이 현대의료의 신앙이라면 이젠 과감히 종교개혁을 외쳐야 한다. 사람을 중심으로 섬기는..."

실제 무면허 면허행위로 유죄판결을 받은 구당 김남수 옹(98, 남수침술원 원장)은 이 책에 대해 "전 국민이 한번쯤 읽었으면 하는 게 나의 작은 소망'이라며 "일부 한의사들만이 시술할 수 있는 전문영역으로 넘어간 침뜸 인술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하고 국민의술로 되살리는 데 기여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평했다.  

소설이지만 아쉬운 대목도 많다. 일례로 한의사들의 학문적, 임상적 침뜸 연구와 진료정도 수준에 대한 언급이 없다. 침뜸에 의한 부작용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것도 흠이다. 반면 우 리 몸을 대하는 태도와 의료인의 자세, 환자의 의료행위 선택권, 비의료인의 직업선택의 자유 등에 대해 독자들에게 던지는 화두는 가볍지 않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0년 의료인이 아니면 침, 뜸, 자기요법 등의 대체의학 시술행위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의료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당시 합헌결정은 정족수 미달에 따른 것으로 위헌의견을 낸 재판관이 더 많았다. 합헌의견을 낸 재판관들도 '입법정책의 문제'라며 공을 국회에 넘겼다.

국회는 몇 해째 관련 법안을 끌어안고만 있다. 대체의학을 다룬 이 의료소설이 의료 행위의 전문성과 환자의 선택권에 대한 논쟁을 지피는 불씨가 될 수 있을까.

테라피스트 - 우리 몸에 숨어 있는 100명의 의사를 깨워라

표병관 지음,
몸과문화, 2011


#민간의술 #테라피스트 #자연요법 #침뜸 #의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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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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