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LH 과도한 분양전환가 입주자에 반환해야"

"분양전환가격 산정기준 관련 규정, 반드시 따라야 할 강행법규"

등록 2011.04.21 21:22수정 2011.04.21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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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주택법 등 관련 법령이 정한 공공임대아파트 분양전환가격 산정기준은 반드시 준수해야 하는 강행법규로 법정기준을 넘어선 초과분은 무효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2009년 10월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가 합병)가 공공임대주택을 분양아파트로 전환하면서 과도하게 책정한 분양전환가격은 '부당이득'이므로 입주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S씨 등 71명은 2000년 6월 광주 광산구 운남동 소재 105㎡(32평형) 규모 주공아파트(공공임대)를 5년 임대 목적으로 임대사업자인 대한주택공사(현 LH, 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임차한 무주택 임차인들이다.

그런데 LH는 5년 임대의무기간이 경과한 후인 2007년 9월 임차인들에게 이 아파트에 관한 분양전환 안내문을 통해 자신이 산정한 분양전환가격과 분양계약 체결 시한을 통보했다.

이에 S씨 등 임차인들은 "건설원가가 법령 규정에 위반해 부당하게 높은 가격으로 산정됐다"며 LH가 제시한 분양전환신청을 거부하고, LH에 대해 자신들이 산정한 분양대금으로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것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이들은 "건축비 산정에도 문제가 있고, 또한 택지비를 산정함에 있어 택지가 공공택지일 경우 택지개발업무처리지침 중 택지공급가격기준에 의한 공급가격에 의해야 하고, 사업승인일인 1997년 9월경 적용되는 지침에 의하면 택지조성원가의 80%로 산정해야 하는데, LH가 100%를 적용했다"고 주장했다.

LH는 아파트 동과 층별 호수에 따라 다르게 분양전환가격을 개별 산정했는데 대략 9000만원 안팎이었고, 임차인들은 여기서 대략 1500만 원 정도는 감액돼야 할 분양가격이라고 맞섰다.


하지만 소송계속 중 LH가 원고들에 대해 우선분양권을 포기한 것으로 취급해 임대차계약을 해지한 후 건물명도소송을 제기해, 원고들은 부득이 울며 겨자 먹기로 LH가 제시한 분양전환가격에 따라 아파트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분양대금을 납입했다.

1심 "임차인 우선분양권 박탈하는 정도에 이르지 않아"

이후 진행된 소송에서 1심인 광주지법 제3민사부(재판장 문준필 부장판사)는 2008년 10월 아파트 입주민 71명이 LH를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의 분양전환가격 산정에 법령을 위반했거나, 피고가 결정한 분양전환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서 임차인인 원고들의 우선분양권을 사실상 박탈하는 정도에 이르러 임대주택법의 입법목적을 본질적으로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며 LH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분양전환가격 초과해 수령한 분양대금은 부당이득"

그러자 입주민들은 "LH에게 납입한 분양대금 중 법정 분양전환가격을 초과한 액수는 부당이득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LH에게 부당이득의 반환을 청구하는 내용으로 청구취지를 변경해 항소했고, 광주고법 제1민사부(재판장 선재성 부장판사)는 2009년 11월 원고 패소 판결한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들 각자에게 8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입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먼저 "피고는 분양전환가격 산정기준에서 정한 건설원가의 중요부분인 최초 입주자모집 당시의 주택가격은 자신이 산정할 수 있도록 돼 있어 피고가 분양공고 당시에 제시한 건설원가가 임대차계약 당사자인 원고들에게 구속력을 가진다고 주장하나, 피고가 산정해 제시한 건설원가는 그것이 관련 법령에 위배되지 않고, 또 정당한 분양전환가격의 범위 내인 경우에 한해 유효하다"고 밝혔다.

이어 "임대주택법 시행규칙이 정한 분양전환가격 산정기준에서의 택지 '공급가격'은 택지개발업무처리지침에서 정한 공급가격에 따라 조성원가의 80%로 산정해야 한다"며 "따라서 피고는 위 분양전환가격을 초과해 원고들로부터 수령한 분양대금은 부당이득으로써 각 원고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선재성 재판장, 공기업 LH 부당성 조목조목 꼬집으며 일침

이 사건에서 선재성 부장판사는 이례적으로 '재판장으로서 덧붙이는 말'을 통해 공기업 LH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꼬집으며 일침을 가했다.

선 부장판사는 "이 아파트를 건축해 임대함에 있어 국민주택기금과 임차인들이 납부한 임대보증금 합계 약 918억 원은 LH가 투입한 택지의 조성원가 및 건축비의 합계 850억 원을 초과하므로, LH는 자기자금을 하나도 들이지 않고 아파트 분양권을 갖게 된 반면, 임차인들은 임대보증금 3000만 원 이상씩을 아파트 건설에 투입하고서 우선분양권만을 갖게 됐다"며 "그럼에도 LH는 분양전환가격을 산정함에 있어 택지비를 민간기업이 분양하는 경우보다 20%나 높이고, 건축비는 정산된 공사원가가 아니라 국토해양부장관이 상한으로 정한 금액을 적용해 분양전환가격을 과대하게 산정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결과 LH는 이 아파트 단지 1148세대 중 원고들 71세대를 제외한 1077세대를 자신이 과다 산정한 분양전환가격에 분양해 86억 원 이상의 이득을 취했다"며 "이는 LH가 분양전환가격 산정자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임대주택법령이 정하고 있는 원칙, 즉 시세차익(분양원가-시가감정액)은 50%씩 분배하도록 한 것을 무시하고 임대주택을 분양받는 무주택 임차인들에게 돌아가야 할 몫을 부당하게 취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LH는 그 동안 이러한 목적달성을 위해 입주자들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의해 청구한 원가공개에 대해 전부 비공개대상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해 왔고, 그 결과 임차인 등 일반국민은 과연 택지비와 건축비가 얼마인지 알 방법이 전혀 없고 단지 LH가 제시한 금액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게 됐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선 부장판사는 "즉 LH는 우선분양 대상자인 임차인들에게 임대아파트의 분양전환가격이 적정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정보제공을 거부함으로써 임대주택법령이 규정한 임차인들의 우선분양권을 침해해 온 것일 뿐만 아니라, LH가 건축비를 표준건축비를 기준으로 산정함에 따라 민간기업들도 같은 방식으로 분양전환가격을 정하게 됨으로써 임대아파트 전체의 분양전환가격이 부당하게 높아지는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다"며 "이러한 LH의 행위는 무주택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저렴한 가격으로 주택을 공급하고 집값의 안정을 도모하려는 공공복리에 배치되는 것으로서 국민의 세금으로 설립된 공기업의 소명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그는 "오늘날 우리 사회는 청년들의 취업난과 급여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주택가격으로 결혼과 출산이 미루어지고 그 결과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기에 이르렀다"며 "국민의 주거안정을 목적으로 해야 하는 LH로서는 이러한 국가적 문제의 해결을 위해 본래의 임무에 충실해 저렴한 주택의 공급과 집값의 안정에 노력할 필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LH가 그동안 거부해 왔던 택지비, 건축비 등 건설원가를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들이 분양가격의 적정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동안 LH가 분양전환절차에서 건설원가 공개청구를 거부한 채 최초 입주자모집공고 시에 제시한 분양가격을 기초로 임대주택법령에서 정한 분양전환가격의 산정기준에 위배해 분양전환가격을 산정한 후 이를 거부하는 임차인들에게 임대차계약의 해지 및 건물명도의 소를 제기하는 등의 방법으로 자신이 산정한 분양전환가격에 분양계약을 체결하도록 했다면 이는 적어도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하거나, 정당한 분양전환가격과의 차액이 부당이득에 해당할 여지가 있고, 나아가 향후 임대아파트의 분양전환절차에서 사전에 택지비, 건축비 등 원가를 공개한 후 적법한 분양전환가격을 산정하지 않는 경우 이는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해 둔다"고 훈계했다.

대법원 종전 판례 변경…"분양전환가격 산정기준 관련 규정들은 강행법규"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고,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이용훈 대법원장, 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21일 S(40)씨 등 광주 광산구 운남동 주공아파트 주민 71명이 LH(한국토지주택공사)를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등 소송에서 대법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2009다97079)

재판부는 "구 임대주택법 관련 법령은 특히 임대의무기간 경과 후 무주택 임차인에게 임대주택의 우선분양전환권을 인정하고 분양전환가격의 산정기준을 상세히 규정함으로써 임대사업자가 자의적으로 분양전환가격을 정하는 것을 방지하고 합리적인 분양전환가격에 임대주택의 분양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도 임대사업자가 분양전환가격 산정기준에 기속되지 않는다고 해석하게 되면, 임대사업자가 임대의무기간이 경과한 후 임의로 분양전환가격 산정기준을 초과해 분양전환가격을 정한 다음 임차인에게 분양계약을 체결할 것을 통고하고 이에 응한 임차인으로부터 분양전환가격 산정기준을 초과한 분양대금을 수령하는 것이 허용되게 돼 임대주택법 관련 법령의 입법취지를 심하게 훼손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만일 임차인이 관련 법령이 정한 분양전환가격 산정기준에 따를 것을 요구하면서 분양계약 체결을 거절할 경우, 임대사업자가 이를 이유로 임차인의 우선분양전환권을 박탈하고 임대주택을 제3자에게 매각해 그 시세 차익을 독점할 수 있게 되는 등 임대주택제도가 임대사업자의 경제적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변질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는 구 임대주택법의 입법목적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므로, 이를 방지하고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령에 정한 분양전환가격 산정기준을 위반해 임대주택을 분양전환한 임대사업자에게 형사처벌을 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산정기준을 위반해 정한 분양전환가격에 의한 경제적 이익이 임대사업자에게 귀속되는 것을 금지시킬 필요가 있다"며 "따라서 분양전환가격 산정기준에 관한 관련 법령의 규정들은 강행법규에 해당한다고 봐야 하고, 그 규정들에서 정한 산정기준에 의한 금액을 초과한 분양전환가격으로 체결된 분양계약은 그 초과하는 범위 내에서 무효"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해 임대주택법 시행규칙에서 정한 산정기준에 위배된 분양전환가격으로 분양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정만으로 그 사법상의 효력까지 부인된다고 할 수는 없고, 그 분양전환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서 임차인의 우선분양전환권을 사실상 박탈하는 것과 같은 정도에 이르러 임대주택법의 입법목적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경우에만 위 규정에 위배돼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한 대법원 2004다33605 판결(2004. 12. 10)은 이번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에서 이를 변경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무주택자에게 합리적인 가격에 주택을 공급하려는 임대주택법의 입법 취지를 보장하기 위한 해석론을 제시한 데에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LH #한국토지주택공사 #분양전환가격 #공공임대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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