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공무원들, 영혼 단단히 붙잡으세요"

[현장] 방통위 1기 상임위원 이임식... 형태근 위원 '천정배 블로그' 차단 요청

등록 2011.03.25 15:24수정 2011.03.25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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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낮 1기 방통위원 이임식에 이어진 오찬 간담회에서 방통위원 5명이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양문석, 이경자, 최시중, 송도균, 형태근 위원. ⓒ 김시연


"공무원은 영혼이 없대요. 동의하세요? 억울한 말 듣지 말고 영혼을 단단히 붙잡고 있으세요."

25일 임기를 마치는 이경자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이 뼈있는 이임사를 남겼다. 방통위는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방통위 대강당에서 직원 수백 명이 참석한 가운데 1기 상임위원 이임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이날로 방통위를 떠나는 이경자 부위원장과 송도균 위원, 형태근 위원 등 세 위원만 참석해 직원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마지막인 탓인지 세 위원은 그동안 방통위 활동 과정에서 마음에 담아뒀음직한 얘기를 속 시원히 털어놨다.

이경자 "공무원은 영혼 없다? 영혼 단단히 붙잡아라"

민주당 추천을 받아 3년 동안 방통위원으로 활동해온 이 부위원장은 "1기 방통위는 이제 역사적 평가 대상이 됐다"면서 "좋은 평가도 있고 나쁜 평가도 있겠지만 좋은 평가가 나온다면 여러분의 몫"이라고 직원들을 치켜세웠다.

이어 "방통위를 FCC(미 연방통신위원회)와 비교하는데 FCC가 위원 중심이라면 KCC(방통위)는 사무국 중심 위원회"라면서 "FCC 위원들은 5~6명의 전문 스태프가 있어 개별 위원들의 안건 발의가 활발하지만 방통위는 사무국 지원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사무국의 역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농담 한 마디 하겠다"고 운을 뗀 이 부위원장은 "사람이 사람인 것은 정신(영혼)과 몸이 온전했을 때인데 영혼 없고 몸만 있다면 시체고 몸 없고 영혼만 있으면 귀신"이라면서 "시체와 영혼이 성장 발전하는 것 봤나"고 되물었다.


이어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는 데 동의하나"고 반문하고 "억울한 말 듣지 말고 영혼 단단히 붙잡고 있으라"로 충고했다.

이 부위원장은 "이상이 영혼이라면 현실은 신체인데 이상이 현실의 길잡이가 돼야 나은 상황이 가능하지 현실에 안주하면 시체 같은 상황이 되풀이된다"면서 "여러분이 영혼을 버리면 방통위가 시체가 된다, 현실론에 매몰하면 균형감 잃고 발전은 불가능하다"고 거듭 지적했다. 해석하기에 따라 그동안 방통위 사무국이 철저히 최시중 위원장 중심으로 돌아가며 방송 장악, 종편 선정 등 현 정부의 편에 서온 것을 비판했다고 볼 수 있다.

송도균 "애플은 아리스토텔레스고 삼성은 출판사"

반면 한나라당 추천을 받았던 송도균 위원은 "과거 방송위원회는 데모대에 휘둘려 방송위 정책은 방송회관 로비에서 결정됐다고 할 정도였는데 방통위는 이해 관계에서 자유롭게 정책을 결정했다"고 자평한 뒤 "5명 위원 구조가 효율적이어서 데모대 요구를 우리 중에 수용했다는 의미"라고 수습하기도 했다.

또 송 위원은 이날 정보통신부가 방통위에 통합된 뒤 IT 콘트롤타워가 사라졌다는 오랜 지적에 대해 반박하기도 했다.

송 위원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모바일월드콩그래스)에 갔는데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린 곳은 삼성전자 부스였는데 참가하지도 않은 애플이 대상을 받았다"면서 "애플은 아리스토텔레스고 삼성은 출판사다. 아무데서 찍어도 책은 나오는데, 콘트롤 타워 만들면 되는 건가"라고 되묻고는 "오바마가 콘트롤 타워 만들면 스티브 잡스는 스웨덴으로 도망갈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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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방통위 로비에 전시된 사진들. 지난해 12월 31일 최시중 위원장이 종편 사업자를 발표하는 장면(가운데)과 2008년 방통위 1기 출범 당시 사진(오른쪽)이 나란히 전시돼 있다. ⓒ 김시연


최시중 "2기도 상생과 협력"...양문석 "조화보다 투쟁"

2기 유임되는 최시중 위원장과 양문석 위원은 이임식에 이어진 방통위 출입기자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세 위원을 떠나보냈다.

최 위원장은 "5명이 격한 토론도 있었지만 3년간 협력 협조하고 이해 화합해 융합시대에 인간 융합의 상징처럼 됐다"면서 "양문석 위원과 함께 1기에서 이룬 상생과 협력을 2기에도 이어나가겠다"고 '상생과 협력'을 강조했다.

이에 맞서 양문석 위원은 "1기에서 많이 배운 대로 2기에선 더 철저히 견제해 타협보다는 원칙, 조화보다는 투쟁하겠다"면서 "방통위 역할은 '방향'과 '속도'인데, 속도를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타협하고 방향에 있어서는 철저하게 싸우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앞으로 종합편성채널(종편) 사업자 승인과 각종 특혜를 둘러싼 양쪽의 양보할 수 없는 공방을 예고한 셈이다. 

방통위 2기에선 이들 외에 민주당 추천을 받은 김충식 경원대 교수, 한나라당 추천을 받은 홍성규 중앙대 교수, 청와대 추천을 받은 신용섭 전 방통위 방송통신융합정책실장이 참여하며 오는 28일 오전 취임식을 할 예정이다.

형태근 위원, 천정배 블로그 '블라인드' 처리 논란

하지만 형태근 위원은 지난 23일 자신의 외부 강연 논란에 관한 천정배 민주당 의원 블로그가 명예훼손을 했다며 포털사를 통해 '블라인드(임시게시중단)' 조치한 사실이 드러나 끝까지 뒷말을 낳았다.

청와대 추천을 받았던 형 위원은 지난해 11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방통위 재허가 심사를 앞둔 롯데홈쇼핑을 비롯해 2년 동안 32회 외부 강연을 통해 강연료 2540만 원을 받은 사실이 문제가 돼 야당과 언론시민단체에서 사퇴 요구를 받았다. 

천정배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문방위 위원들을 24일 공동 성명서를 통해 "천정배 의원의 질의 내용은 인터넷상에서 국회 영상속기록과 일반 속기록에도 동일하게 실려 있고 누구에게도 공개된 내용"이라면서 "공직자의 업무과실에 대해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국회의원의 의정 활동을 명예훼손이라는 이유로 임시조치를 요구한 것은 국민에 대한 알권리 침해이자, 국회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임기를 불과 며칠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벌써 4~5개월이 경과되고 이미 모두에게 공개된 질의내용과 성명서에 대해 이제 와서 임시조치, 삭제요청을 하는 의미는 무엇인가"라면서 "떠나는 마당에 부끄럽고 창피한 흔적이라도 지워볼 참인가"라고 따졌다.

이날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데 지금은 떠나야할 때"라는 이임사를 남긴 형태근 위원은 이어진 오찬에서 "스마트폰 1000만대 기념으로 졸업을 받는 것"이라면서 "그동안 모든 허물을 잊어 달라"고 당부했다.
#방통위 #이임식 #이경자 #형태근 #최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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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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