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춧값 폭락? 시장에서는 여전히 비싸던데

대부분 생필품 지난해보다 많이 올라 김장비용 작년보다 많이 들듯

등록 2010.10.23 15:41수정 2010.10.24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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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전 마지막 남은 배추김치 한쪽을 썰어 이미 반절 가량을 먹었다. 추석을 일주일가량 앞둔 9월 15일쯤, 어머니께서 일반 재래시장보다 물건 값이 비교적 싼 경동시장에서 한통에 5천 원씩, 6통을 사와 담그신 김치다.

 

"태어나 배추 값이 이렇게 비싸기는 처음"이라며 비싼 배추 값에 어이없어 하는 어머니께 "태풍과 추석 때문에 수요가 갑자기 늘어서 비싸지 추석 지나면 많이 내리지 않겠어요?"라며 위로했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는 달리 배추 값은 천정부지로 올라 한 포기 1만5000원까지 올라가고 말았다. 그리고 한 달 동안 배추 값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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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는 크게 3가지-이번 배추 파동은 ①고랭지배추 때문이다. 김장용 배추는 ②가을배추, 1월 이후에 나오는 ③월동배추-가 있다고. ⓒ 김현자

배추는 크게 3가지-이번 배추 파동은 ①고랭지배추 때문이다. 김장용 배추는 ②가을배추, 1월 이후에 나오는 ③월동배추-가 있다고. ⓒ 김현자

뉴스를 봐도, 사람을 만나도 전화통화를 해도 온통 배추 이야기뿐이었다. 고향이 시골인 것을 알고 김장 배추 좀 알아봐 달라는 사람도 여럿 있었다. 온 나라가 이처럼 사상 유례없는 엄청난 배추 값 때문에 정신없어도 크게 걱정 하지 않았다. 우선 먹을 김치도 넉넉하고 묵은 김치도 조금 남아 있었기 때문에.

 

'텃밭의 배추는 아직 속이 거의 차지 않았고, 아쉬운 대로 2포기라도 사서 김장 때까지 먹을 김치를 담가야 하나? 그냥, 조금 남아 있는 묵은 김치를 들기름에 볶아 먹을까?'

 

국산 배춧값 폭락 우려될 수준 아니야

 

하지만 든든하게 믿고 있던 김치가 바닥을 보이기 시작하던 지난 주부터 김치 걱정에 몇 번이나 배추 앞을 서성거리곤 했다. 그러다가 지난 20일 배춧값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볼겸 집을 나섰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사는 곳 가까이에 있는 '00단위농협 농협 하나로마트'. 하지만 나의 기대와 달리 배추는 3개들이 1망이 2만 원, 한 포기 7000원에 팔리고 있었다.

 

뉴스에서는 배추 값 폭락을 우려하던데 한 포기에 7천 원? 7천 원이라면 지난주 수준, 여전히 비싼 편이었다. 중국산 배추라면 모를까. 국산 배추 값은 뉴스대로 절대로 폭락이 우려될 수준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다른 곳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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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가 한창인 평촌농수산물시장의 10월 19일 새벽 풍경 ⓒ 김현자

경매가 한창인 평촌농수산물시장의 10월 19일 새벽 풍경 ⓒ 김현자

19일 새벽 2시 조금 넘은 시각, 평촌농수산물시장에 갔다. 마침 채소 경매가 한창이었다. 경매에 참여하지 않고 멀찍이서 뒷짐 지고 경매 현장을 주시하고 있는 한 상인에게 배추 값이 어떤가? 라고 묻자 "아직 배추 경매가 이뤄지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산지 사정이나 배추 물량, 상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당분간 1망(3개들이) 경매가가 1만 원이하로 내려가진 않을 것 같다. 오늘 1만 이삼 천 원은 웃돌지도 모르겠다"고 귀띔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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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50망 3개 들이 1망 9900원(한포기 3800원) 한정 세일을 하고 있음에도 거의 팔리지 않는다는 농협 파주 하나로클럽. 2010.10.20 오후 5시 무렵 ⓒ 김현자

1일 50망 3개 들이 1망 9900원(한포기 3800원) 한정 세일을 하고 있음에도 거의 팔리지 않는다는 농협 파주 하나로클럽. 2010.10.20 오후 5시 무렵 ⓒ 김현자

다음으로 간 곳은 은평구 불광동, 흔히 연신내라고 불리는 곳에 위치한 연서시장. 물건도 많고 가격도 비교적 비싸지 않은 편이라 평소 자주 이용하는 편인데 푸른 잎이 싱싱하고 속도 제법 알차 보이는 배추 한 포기는 5천 원이었다. 작은 배추 두포기를 묶은 것은 8천 원이었는데 한 상인이 7천 원에 주겠다고 했지만 많이 시들어서 더 이상 눈이 가지 않았다.

 

100여 미터 남짓 떨어진 곳에 있는 롯데슈퍼 범서점에도 들렀다. 3개들이 1망 가격은 1만1970원, 포기당 3990원에 팔고 있어서 언뜻 재래시장보다 1000원 가량이 싼 것 같지만, 한눈에 봐도 윗부분이 홀쭉하게 보일만큼 배추가 속이 차지 않았다. 두 포기를 합쳐야 재래시장 1포기 분량은 나올 것 같아 사고 싶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들른 킴스클럽에는 달랑 6포기, 3180원~4980원까지 크기에 따라 다른 요금이 붙어있었다.

 

언론들의 배춧값 폭락 보도는 이처럼 사실과 많이 달랐다. 매장 직원들에게 배춧값 폭락에 대해 묻자 "작년보다 훨씬 비싼데 무슨 폭락이냐? 원래보다 턱없이 내려갈 때 폭락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거지", "뉴스에 배추 값이 폭락한다는데 왜 이렇게 비싸게 파느냐?" 따지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배추를 들었다 놨다 망설이는 사람도 많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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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들이 1망 양배추 가격은 23800원. 배추 값은 지금보다 어느 정도 안정되겠지만 다른 채솟값들이 천정부지로 올라 올해 김장 비용은 턱없이 비싸질 것 같다. ⓒ 김현자

3개들이 1망 양배추 가격은 23800원. 배추 값은 지금보다 어느 정도 안정되겠지만 다른 채솟값들이 천정부지로 올라 올해 김장 비용은 턱없이 비싸질 것 같다. ⓒ 김현자

"아무리 비싸도 김장은 해야하지 않겠나?"

 

이날 몇 몇 주부들에게 물었다. 이처럼 배추가 비싼데 김장을 할 계획인가? 본격적인 김장철이 되면 배춧값은 내릴 것 같은가?

 

대부분의 주부들은 "김치 없으면 밥을 먹은 것 같지 않은데 아무리 비싸도 김장은 해야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들 중에는 "다른 농산물들도 많이 오른 것 같아 걱정이다. 작년보다 적게 해야겠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김장 배춧값에 대해 묻자 "올해처럼 배추 대란이 없어도 김장철에는 배추 값이 올랐었는데 아무리 배추가 많이 풀려도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배추 값은 오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라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지금보다 내려가겠지만 작년보다 많이 비쌀 거라는 이야기였다.

 

▲배추 3포기-3300원(23%DC)(*9900원) ▲마른고추 3kg(5근)-4만8천원(*59,900원) ▲다발무(5개) 1단-4500원(*11500원) ▲쪽파 1단-2500원(小)(*3500원) ▲5000(大)/대파 1단-1600원(*3300원) ▲청갓 1단-2300원 ▲미나리 1단- 2600원 ▲까나리액젓 3kg-9400원(5kg 10300원) ▲멸치액젓 5kg-9400원 ▲마늘 1망-1만3500원(단위 잘 모름, 양파 소(小)망 크기)(*1kg 21900->1일 300망 한정 9900일시판매 ▲생새우 1kg-1만5천원(100g 1500원) ▲굴 100g-2500원.(※지난해 11월10일 농협파주 하나로클럽 기준가, 괄호 안 *표시 검정색은 2010년 10월 20일 가격)

 

참으로 조심스러운 우려지만, 이날 배추 값을 조사하면서 김장에 넣어야 하는 마늘, 고추, 쪽파, 무, 다발무 등을 눈여겨봤는데 지난해 보다 많이 비쌌다. 거의 대부분의 생필품들이 지난해보다 많이 올랐으며 이처럼 배추 대란과 함께 모든 농산물들이 오른 것을 감안하면 김장 비용은 작년보다 턱없이 많이 들지 않을까? 특별한 대책이 없는 한, 불행하게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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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김장 풍경(경기도. 11월 11일) ⓒ 김현자

지난해 김장 풍경(경기도. 11월 11일) ⓒ 김현자

김장 좀 늦춰보는 건 어떨까?

 

지난해 김장 관련 취재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요즘엔 예전처럼 겨우내 먹을 것만 담는 것이 아니라 좋은 배추가 많이 나오는 김장철에 훨씬 넉넉하게 담가 김치냉장고에 저장해 두고 한여름까지 먹는 집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 실은 우리 집 냉장고에도 좀 시큼하지만 김치찌개 정도는 맛있게 끓여 먹을 수 있는 김치 한 통이 있다. 또한 그간 배추 파동을 보면서 친구들과 통화 할 때마다 물어본즉 나처럼 묵은 김치를 먹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제안해본다. 올해는 좀 번거롭더라도 우선 필요한 만큼만 김장을 하거나 지난해보다 4포기 정도만 덜어 보는 것은 어떨까 하고. 그러면 배춧값이 그만큼 내려가지 않을까? 이번 배추파동 때문에 알게 된 건데 1월 이후에 나오는 월동배추가 있으니 부족한 부분은 그때 담가 먹어도 되지 않을까?

 

덧붙이면, 몇 년 전까지 어머니는 해마다 서울·경기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김장을 많이 하는 11월 중순쯤 김장을 하곤 했다. 그런데 "전라도는 양력 12월 15일 무렵에도 김장을 하는데 추운 날이 많은 때라 쉴 염려가 적어 설이 지나 먹어도 맛이 많이 변하지 않는다"는 내 말을 받아들여 2007년도부터는 11월 말~12월 초에 김장을 하고 있다. 대부분 김장을 마친 터라 김장에 들어가는 부속재룟값들이 어느 정도 내린 후라 남들보다 저렴하게.

 

어머니는 "무엇보다 12월 쯤, 주변 사람들은 김장을 너무 빨리해 벌써 시고 말았다고 걱정하는데 아삭아삭 딱 먹기 좋다"면서 좋아하신다. 그러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김장을 하는지라 모든 재료들이 오를 수밖에 없을 때 한발 물러나 눈치껏 김장을 좀 늦춰보는 것은 어떨까?

2010.10.23 15:41 ⓒ 2010 OhmyNews
#채솟값 #김장비용 #배추값 #배추 #배추 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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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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