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연(蓮)의 바다를 걷다

수련과 해당화 핀 원불교 영산성지와 백수해안도로

등록 2010.06.01 21:19수정 2010.06.01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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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 영산성지에 피어 더 고고하다. ⓒ 이돈삼

수련. 영산성지에 피어 더 고고하다. ⓒ 이돈삼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시심을 유혹하는 꽃이 있다. 하나는 수련이고, 또 하나는 해당화다. 수련은 여러해살이 수중식물이다. 아침에 활짝 피었다가 오후부터 오므라든다. '낮잠'을 자는 것이다. 하여 '잠잘 수'자를 써서 수련(睡蓮)이다.

 

꽃말은 청순이다. 청순한 수련을 보려면 오전에 가는 것이 좋다. 제대로 보려면 서둘러야 한다. 늑장을 부리다가 오므라든 꽃만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련은 전라도 영광에 속한 원불교 영산성지에 활짝 피어 있다. 정관평(貞觀坪) 내 보은강 방죽이다. 방죽 면적이 4만4000㎡. 방죽 안이 온통 수련이고 푸른색 연잎이다. 한쪽엔 하얀 수련이, 다른 한쪽엔 색색의 수련이 지천이다. 수련과 함께 사는부래옥잠도 빼곡하다. 연(蓮)의 바다다.

 

수련은 '크게 깨달음을 얻는다'는 대각전을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더 고고하다. 수려하다. 진흙 속에서도 참 나를 찾는 수도인의 모습 그대로다. 그 풍경이 연화세계를 떠오르게 한다.

 

노랑 창포도 수련과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 풍경을 완성한다. 방죽을 따라 도는 길도 예쁘다. 두런두런 얘기 나누며 걷기에 제격이다. 혼자 걸어도 운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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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평과 보은강을 이어주는 다리. 원불교 영산성지에 있다. ⓒ 이돈삼

정관평과 보은강을 이어주는 다리. 원불교 영산성지에 있다. ⓒ 이돈삼

수련이 활짝 핀 '정관평'은 바닷물을 막아 만든 간척논. 1918년 소태산 대종사가 제자 9명과 함께 간척했다는 곳이다. 낙원 건설의 염원을 담은 이곳은 이후 원불교 창립의 물적 자산이 됐다.

 

원불교는 불교, 천주교, 기독교와 함께 우리나라 4대 종교 가운데 하나. 영산성지는 원불교의 발상지다. 성지 안에는 정관평 외에도 소박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명소가 많다.

 

성지로 가는 길부터 색다르다. 푸른 가로수가 아담한 터널을 이뤄 뭔가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 같은 기대를 갖게 한다. 여기에는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가 태어난 집, 그가 깨달음을 얻은 곳, 원불교와 관련된 교육기관이 펼쳐져 있다.

 

성지의 중심이 되는 법회공간인 대각전과 영산원, 적공실, 영모전, 법모실도 있다. 이름만큼이나 검소하면서도 소박한 원불교 특유의 문화가 피부로 느껴지는 곳이다. 작은 원불교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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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죽. 수련이 활짝 피었다. 원불교 영산성지 정관평에 있다. ⓒ 이돈삼

연방죽. 수련이 활짝 피었다. 원불교 영산성지 정관평에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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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고일월비. 원불교 영산성지에 있다. ⓒ 이돈삼

만고일월비. 원불교 영산성지에 있다. ⓒ 이돈삼

영산성지는 백수해안도로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해안도로는 이곳 영광군 백수읍 길용리에서 백암리 석구미 마을까지 17㎞에 이른다. 국토해양부에서 '전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가운데 아홉 번째로 꼽았다. 해안절벽과 넓은 바다 그리고 바다 위 바위까지 모든 것이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풍광이 빼어나다. 서해안에서 보기 드문 절경이다. 이 길을 따라 드라이브 하다보면 막혔던 가슴까지도 시원하게 뚫린다. 그래서일까? 한번 이 길을 달려본 여행객들은 절경에 취해 왕복 드라이브를 즐긴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칠산바다 풍경도 아름답다. 해안도로에는 몇 개의 전망대가 있다. 칠산정과 백암전망대, 노을전시관이 그것. 그 중에서 먼저 발걸음이 멈추는 곳은 칠산정과 백암전망대다. 바다에 옹기종기 떠 있는 일곱 개의 섬, 칠산도를 볼 수 있어서다. 뱀처럼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과 늠름하게 선 절벽도 한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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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해안도로. 드라이브 코스로 좋다. ⓒ 이돈삼

백수해안도로. 드라이브 코스로 좋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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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계단. 바다를 최대한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이다. ⓒ 이돈삼

365계단. 바다를 최대한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이다. ⓒ 이돈삼

 

365계단도 있다. 이 계단은 바다를 최대한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이다. 계단이 바다까지 이어진다. 마치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아찔한 기분까지 들게 한다.

 

요즘 걷는 여행이 인기다. 여기서도 갯내음을 맡으며 걷는 사람이 꽤 된다. 해당화도 많이 피어 걷는 즐거움도 크다. 걷기에는 칠산정에서 노을전망대까지 3㎞ 구간이 좋다. 백암전망대에서 해안을 따라 영화 '마파도'를 찍었던 동백마을과 답동마을에 이르는 길도 싸목싸목(천천히) 걷기 좋다. 해안길 걷기의 묘미가 느껴지는 길이다.

 

해당화는 지난달 하순부터 피기 시작했다. 이달 중순쯤 절정을 이룰 것이다. 해당화는 해안도로 양편으로 심어져 있다. 해당화 꽃길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그 길이 자그마치 30리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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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화길. 백수해안도로에 해당화가 피었다. ⓒ 이돈삼

해당화길. 백수해안도로에 해당화가 피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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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불교 최초 도래지. 법성포 좌우두마을에 있다. ⓒ 이돈삼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 법성포 좌우두마을에 있다. ⓒ 이돈삼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도 여기서 가깝다. 백제에 불교가 전해진 게 침류왕 원년(서기 384년). 인도승려 마라난타존자가 불교를 전하면서 처음 발을 디딘 곳이 법성면 진내리 좌우두마을.

 

법성포 지명도 여기서 유래됐다. 법(法)은 불법을, 성(聖)은 성인 마라난타를 가리킨다. '성인이 불법을 들여온 성스러운 포구'라는 의미다. 또 마라난타가 처음 지은 절이 불갑사. 절 이름을 부처 불(佛), 첫째 갑(甲)을 쓴 것도 이런 연유다.

 

백제불교 도래지는 영산성지 건너편에 있다. 자동차로 20여분 거리다. 여기엔 마라난타상과 전시관, 유물관, 부용루, 팔각정 등이 들어서 있다. 불교와 불교예술을 기반으로 한 곳인 만큼 인도의 향이 짙다. 인도 간다라(현 파키스탄)의 불교 조각과 건축양식을 엿볼 수 있다.

 

종교에 관심이 없어도 한번쯤 가볼만하다. 바다가 보이는 곳에 쉴 수 있는 정자가 있고 나무와 꽃들도 많다. 한국식 사원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다. 불교유적이라기 보다 공원 같은 곳이다.

 

굴비도 영광여행의 품격을 높여준다. 굴비 백반에서 매운탕, 정식까지 식단이 다양하다. 백합도 제 철이다. 담백하고 차진 맛이 일품인 백합을 구이, 탕, 죽, 회, 찜 등 다양한 요리로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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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합죽.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 이돈삼

백합죽.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 이돈삼

덧붙이는 글 ☞ 원불교 영산성지는 서해안고속국도 영광나들목에서 자동차로 30여분 거리에 있다. 영광읍에서 법성포 방면으로 가다가 백수해안도로와 영산성지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
#수련 #정관평 #영산성지 #원불교 #백수해안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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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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